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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에서 느낀 한국인과 서양인들의 차이
게시물ID : bestofbest_3196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장트라볼타
추천 : 243
조회수 : 19956회
댓글수 : 4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09/11/18 04:47:30
원본글 작성시간 : 2009/11/17 23:36:21
나 와플가게에서 알바한지 한 5개월 되가

와플외에도 브런치 메뉴도 있고 매니저 말로는 정통 아메리칸 스타일을 지향하는 레스토랑이래...

내가 사는 동네가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동넨데 (서울 아니야)

그래서 그런지 가게에 외국인들이 엄청 자주 와. 코쟁이들은 주말에만 외출하는지 주말에만 몰려서 오더라고

단골 일본인 커플도 있고 흑인도 오고 아무튼 다양한 외국인들이 와

그래도 외국인중에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게 영어권 국가에 사는 서양인들이야

내가 이 가게에서 외국 손님들 대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게 확실히 그네들은 우리나라 사람들과는

식당에 머무는 한 두시간 동안에도 서로 다른 행동 양식을 보인다는 거야.

먼저 음식을 주문하는 방법인데

보통 우리나라 사람들은 둘이 오면 요리 하나 시키고 음료 하나 시켜서 나눠 먹어

둘 이상이 와도 샐러드랑 이것저것 시켜서 니것 내것 구분 없이 먹어 대개는

그리고 주문할 때도 한사람이 다 종합해서 한꺼번에 얘기하잖아

근데 서양인은 절대 안그래. 주문할때부터 자기 먹을꺼만 한사람씩 따로따로 주문하고

절대 테이블위에서 서로의 포크 나이프가 교차하는 일이 없어. 우리나라 사람들도 남자들끼리만 오면

거의 각자 음식 서로 구분해서 하나씩 시키거든. 그래도 서로 조금씩 남의거 자기 접시로 가져와서 

맛보고 그러잖아. 서양인은 절대 안그래. 

한번은 같이 온 일행이 입맛에 안 맞았는지 다른 요리랑 같이 나온 팬케익을 손도 안댔더라고

근데 옆에 있던 코쟁이 남자는 배가 안 찼는지 자기걸 다 먹고 팬케익을 새로 시키는거야

우리같으면 그냥 옆에 사람이 남긴거 먹잖아. 입도 안 댄건데

그리고 서양인들은 연인끼리 와도 계산을 따로해. 진짜 이 부분은 놀라웠어

서로 영수증 보면서 자기가 먹은거 니가 먹은거 꼼꼼히 체크하고 계산대 앞에서 한사람이 먼저 계산하고

그 다음 사람이 자기몫 마저 계산하고 그래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차이가 예절이야.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매너

서양인들은 정말 매너가 훌륭해. 음식을 먹고 꼭 포크 나이프를 접시위에다 가지런히 올려놓고

테이블을 대충 정리해놔. 절대 음식물을 테이블에 흘리는 법이 없어

그래서 테이블 치우기가 너무 수월해

그리고 후추나 소금 설탕 같은걸 가져다 달라고 할 때가 있어. 

갖다주면 걔네들은 땡큐땡큐 아니면 서투른 우리말로 감사합니다 라고 꼭 인사해

종업원이 손님 요구하는거 갖다주는건 당연한건데 오히려 내가 미안해 질 정도로 고마움을 표시해

나뿐만 아니라 나랑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먹고 난 후의 테이블만 봐도 서양인들이 먹고 갔는지 내국인들이

먹고 간 자린지 알 수 있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먹고 간 자리는 그야말로 개판 5분전이야

케찹,소스 테이블에 흘리는거 기본이고 아이스크림들어간 메뉴라도 먹으면 아이스크림을 녹여서

테이블 위에 대운하 공사를 해놓고 가. 그리고 어린아이나 애기들 데려온 손님들은 더 심각한데 

이것저것 요구하는게 많아. '애기가 먹을 수 있게 접시를 하나 더 줘라', '컵도 하나 더 줘라', 

'이거 애기 이유식인데 주방에서 좀 데워갖고 와라', (분명히 다른 음식물 반입은 금지라고 문에 써 있는데)

등등등..... 그래 뭐 손님은 왕이니까 이런 요구 다 해주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해 무리한 요구 아니니까

근데 애기 똥기저귀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가시는 분들이 간혹 있어. 그건 아무리 손님이 왕이고

종업원들은 손님을 모시는게 당연하다지만 레스토랑, 종업원, 나아가서 다른 손님들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다는 얘기지. 서양사람들처럼 깨끗하게 먹고 정리까지 해주는거 바라지도 않아. 

그냥 가게에서 주문한 음식만 먹고 가 주면 정말 고마워 내 입장에서. 

그리고 가끔 상식이하의 매너를 보이는 손님들이 있어

종업원한테 반말하거나 되지도 않는 무리한 요구하는 분들이 그런 손님들인데

한번은 어떤 아주머니가 '야, 가서 컵하나 더 가져와' 이러더라구. 

순간 0.5초 정도 싫다고 할까 생각하다가 

난 힘없는 단기 계약직 노동자니까 그래선 안되지 생각하고 아주 정중하게 갖다 드렸어.

그 아주머니 차림새를 힐끗 훔쳐봤는데 가방은 루*** 가방에 B** 차키가 테이블에 올라와 있었어

생긴건 진짜 멀쩡하게 생겼어. 아니 오히려 겉모습만 보면 진짜 귀티나게 생겼어. 

물론 서양인들도 가끔 무리한 요구를 하는 사람이 있긴 있어. 음식에서 양파만 골라달라고 하거나 

콤비네이션 메뉴에서 구성품 하나를 다른걸로 바꿔달라고 한다던지....

근데 음식 재료는 미리 손질되서 섞여 있기 때문에 골라내는건 불가능해. 

메뉴 구성을 일부 바꾸는것도 금지되있어.

나름대로 주방장이 연구해서 탄생시킨 메뉴고 단순히 음식뿐만 아니라 장식적인 측면도 있어서 그래

그리고 그런식으로 손님의 부분적인 요구를 계속 들어주다 보면 결국은 메뉴를 구분해 놓은 의미가

없어지는 거지. 
 
여기가 내가 좀 힘들어하는 부분인데 일단 안된다고 말하면 당연히 걔네들은 영어로 왜 안되냐고 물어봐

한국사람이면 왜 안되는지 위의 내용을 차분히 설명할텐데

영어로는 저렇게 복잡한 내용을 장황하게 설명할 수가 없어.

그래서 그냥 '그건 우리 주방장의 정책이다. 난 주방에서 일하고 있지 않고 파트타임에 불과하다.' 

'따라서 주방에서 하는 일에 관여할 수 없다'라고 해. 

굉장히 불친절한 답변이지만 아무도 영어로 왜 안되는지 그 이유를 상세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 

오히려 그렇게 유창하게 영어를 할 정도라면 레스토랑 서빙 알바 따윈 하지 않겠지. 

그래도 걔네는 바로 수긍하고 그냥 먹겠다고 하던지 아니면 다른걸 주문해. 반면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끈기가 있는 민족이라 그런지 순순히 물러나는 법이 없어. 내 말을 의심하는건지 메뉴를 바꾸면

지는거라고 생각하는건지 알 수는 없지만 충분히 아주 정중하게 

(손님응대 하는것에 관한 교육은 아주아주 철저하게 받아. 상황에 따른 대응 요령부터 말투 까지)

왜 안되는지 말씀 드려도 막무가내야.

여러가지 반응이 있지만 공통된 반응은 이거야 '손님이 해오라면 해오는거지 말이 많아'

그렇게 불만이면 그냥 나가면 될텐데 그래도 주문은 하는게 참 신기해.

직접 주방에 가서 항의하시는 분들도 여러번 경험했어. 솔직히 나는 홀에서 일하기 때문에 주방사람들하고

별로 친하진 않아. 근데 주방 최고참이신 분이 나이도 꽤 되시는데 손님이 반말로 항의해도 계속 존댓말로

죄송하다고 사과하는거 보면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내가 사장이었으면 그런 손님은 안받아.

그리고 내가 일하는 식당이 장사가 엄청 잘돼. 특히 주말엔 사람이 미어터져. 

당연히 주문이 밀려. 주방이랑 홀 종업원들 다 정신없어.

주문받을땐 반드시 오래걸린다고 양해를 구하도록 되어있어. 넉넉잡아 20~30분 정도 걸린다고 미리 말을해

그렇지만 내가 볼때 실제 주문하고 30분 넘기는 경우는 없어. 넉넉잡아서 그렇게 얘기하는것 뿐이야.

분명히 미리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10분 지나서 음식이 왜 이렇게 안 나오냐고 항의해.

정말 죄송합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빨리 해서 갖다드릴게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방법없어.

내가 요리하는것도 아니고 주방직원들이 놀고 있는것도 아니고, 대통령이 와도 그건 어쩔 수 없어.

결국 그렇게 항의 해 봤자 1분도 더 빨리 나오지 않아. 자기 차례 되면 나오게 되있고

그럼 그 사람들은 퉁퉁 부운 얼굴로 식사를 하고 나가.

반면에 서양인들은 절대 음식 늦게 나온다고 초조해 하거나 인상 찡그리는 법이 없어.

내가 영어가 안된다고 했잖아. 아니 나뿐만이 아니라 모두다. 

그래서 '니가 시킨 음식은 어떤식으로 요리하는데 이런 이유로 해서 시간이 오래걸린다' 라고 

당연히 미리 양해를 구하지도 않아. 그냥 주문만 받아. 그래도 걔네는 음식나오면 Wow~ 감탄사 연발하면서

감사합니다, 땡큐땡큐 연발해.

정리하자면 내가 경험한 바로는 서양인들은 여유가 있고 합리적이고 굉장히 남을 존중하고 배려할줄 알아.

물론 지금까지 한 얘기는 지극히 제한적인 상황하에서 겪은 주관적인 경험이 기본으로 되있어.

그리고 서양인들은 모두 이렇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두 저렇다 라고 얘기하는 것도 아니야.

그치만 '모두'는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그렇다는 얘기야.

서양인들이 겉으로는 예의 바르지만 속으로는 동양인을 무시하고 남들 시선을 의식해서 

얌전히 행동하는 거라고 할 수도 있어. 그런데 그네들의 속사정 따윈 중요하지 않아. 관심없어.

속마음이야 어쨌든 서양인들은 매우 매너가 좋고 종업원 입장인 나는 내국인들보다 그들이

더 대하기 편하다는 사실만이 중요하지. 

서양인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밑바탕이 되서 자유로운 사고와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고 

따라서 선진적 정치문화가 가능한게 아닐까?

오늘 너무 예의 없는 손님이 와서 이런저런 생각하다가 글을 쓰게 됬는데

그렇다고 우리나라를 비하하고 서양문화를 찬양하고 그런 건 절대 아니야

오히려 나는 서양인들의 뻔뻔한 태도를 매우 싫어해.

한국 식당에서 한국말 한마디도 못하면서 뻔뻔하게 영어로만 말하는건

'내가 한국말을 못하니까 니가 영어를 해라' 이런뜻 이잖아

다만 그들의 본받을 만한 점은 본받아야 된다는거야.

요즘 어딜가나 느끼는건데 우리나라도 이젠 제발 이런 성숙한 시민문화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

특히 남을 배려하는 거 말이야.

재미없는 글 여기까지 읽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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