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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벽엔 등신들이 많은거 같다.
게시물ID : gomin_32027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erdi
추천 : 3
조회수 : 44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2/04/22 03:50:46
아, 저저번주에 데이트했던 아니 그냥 같이 영화보고 밥먹었던 여자애가 나를 
어장관리하는거 같아 연락끊자고 먼저 말하고 그랬는데 
걔랑 나 사이를 아는, 아니 내가 고해성사한 누나가 오늘 연락와서는 
걔 남자친구 생긴거 같다며 연락하고 있으면 
이제 연락 그만하고, 힘들어지말라며 문자를 넣어줬다.. 이글을 빌어 감사의 인사를...

피방에서 나와, 무슨 생각이였을까- 아마 이쁜 편의점 알바가 있을거 같은 기대감,
난 아직도 걔를 조금은 좋아하는 마음이 있는걸까 하는 자괴감. 
비가 내리니 센치해진 나는 편의점으로 편의점으로 하염없이 흘러들어갔다.

근데 편의점 옆 술집에서 갑자기 영화에서처럼 무언가, 아니 누군가가 창문을 깨고 비스듬히 옆으로 
날아올랐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2초정도 비행한 후 길가에 주차된 차에 쳐박혔다. 
- 와장창 쿠당 - 

그리고 걸어나오는 터미네이터만큼이나 거대한 덩치의 형님, 은 아니고 얼굴은 잘생겼었는데 
무척 화난듯 보였고 덩치는 분노만큼이나 거대했다. 그래 저정도면 집어던져진 비리비리한 사내가 저만큼이나 비행한것에 대해서 의문이 싹 가시지.

근데 나는 왜이렇게 웃음이 나오지 ㅋㅋ 
이 새벽에 이 활극을 보고 있자니 
마치 삼류영화라도 보는것 같다. 
다음 대사가 머리에 먼저 자막처럼 떠올랐다.

- 이 씨1발 새끼야 남의 여친이랑 술퍼마시고 놀아나니까 좋냐? 어?
- 상대방은 차문에 반쯤 주저앉아 기댄채 씩씩대고 있다. 아직까지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듯. 
아니면 사태파악을 못했거나.
- 여자친구로 보이는 여자는 오빠오빠를 외치면서 우람한 팔뚝을 부여잡고 있다. 
당췌 어떤 오빠를 말하는건지 헛갈린다. 
팔뚝은 터미네이터를 부여 잡으면서도, 시선은 차에 쳐박힌 남자를 향해 있다.
둘다를 지칭하는걸까나.

이러한 활극속에서 나는 그 둘 사이를 지나, 한번 피식한뒤 편의점으로 유유히 입성했다.

이 새벽에 술 쳐마시고 길거리에서 나뒹구는 인간들, 그런 군상들이 없으란 법은 없으니까. 대수롭지 않다.
나름 그들도 이 각기다르디 다른 100만명의 인간이 살아가는 도시의, 
그 나름대로의 이야기가 있는 도시의 한 단면이니까, 그런 도시니까. 라고 수긍했다.

알바가 보이지 않는다. 알바가 이뻤으면, 그래서 지금 편의점 바로 앞에서 시끄럽게 구는 무례한 인간들에 대해 간단한 농담이라도 하며 친해졌으면, 그래서 사겼으..,아니지.. 아냐, 알바가 내스타일이 아니여서가 아니다. 나는 맥주를 사로 온거야. 그래 드라이피니쉬로. 내 나약한 정신에 상처지대를 한층 더 비옥하게 
만들어줄 보리가 들어간, 노랗고 새콤달콤하면서도 씁쓸한 맛의 그런 맥주.

오징어 땅콩 새로운 맛이 나왔나 보다. 못보던건데 하면서 집어들었다. 아니다 잠깐 내 기억의 혼란을 불러일으키는건 밖의 시끄러운 군상들인가 아니면 내 마음속의 파랑때문인가.. 오징어 땅콩 매운맛을 저번에도 
본적 있는거 같다, 아니면 지금 이 상황이 내 지난날 잊혀졌던 어떤 꿈의 데자뷰이거나. 아니면 편의점에서
무의식적으로 보았던 매콤한맛을 연상시킨걸지도. 아무래도 좋다 오늘은 너로 정했으니까.

계산을 하러 알바가 카운터로 돌아왔다, 그래 이 시간엔 보통 쓰레기를 버리거나 매장정리를 하고 있지 참.
지난해 몇달간 야간편돌이를 했던 추억을 아련하게 떠올린다. 그리고 홀스 파랑색을 집어든다.
그때 갑자기 알바가 어딘가로 전화를 건다. 경찰이겠지. 신고정신이 투철한 알바생이다. 
나쁜건 아냐. 좋은거지.. 그래

-여기 ㅇㅇ인데요 앞에 술마시고 싸워가지고 유리창깨지고 사람 피나고 난리났어요 빨리오세요

잠깐 피가 났던가? 다시 슬쩍 창밖을 본다. 쳐박혀있던 남자가 어느새 반격을 하다가 더 맞았는지
코랑 목뒤에서 피가 묻어있다. 객관적으로 봤을때나 주관적으로나 분위기상으로나 그리고 명분으로나
저 터미네이터를 이기기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그래 내가 편의점에 들어올때 저 군상들을 바라보면서 피식했었는지 순간 떠올랐다.
여긴 바로 남구경찰청 두블럭 거리거든... -_-; 
어리석은, 우매한 두명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면서 나왔다.
알바가 신고한지 2분도 안되었는데도 저멀리 보이는 경찰청주차장에서 경찰차한대가 빠져나오는게 보인다.

그리고 둘은 걷든 차에 실리든 경찰청으로 갈게 뻔하다. 조금씩 내리는 비가
아까의 활극을 더욱 더 회색빛으로 만든다. 흑백사진을 보는것 마냥, 무덤덤한 내가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내가, 사진을 보듯 쳐다보는 내가 이상한걸까?
아니면 그들이 이상한걸까..

나는 뜬금없이 혼자 웃어제꼈다.
-흐흐후 ㅋㅋ 으흨ㅋ흐, 짧게, 하지만 끊임없이.
재미있다. 코너를 돌아 나가자, 바로 옆코너에서 무슨일이 벌어지는지 상상도 못한듯
천진난만한 연인이 한 우산아래에서 포옹? 아니 키스를 하고있다.
-이힠ㅋ히힠힠흐

세상은 재밌다.
이 새벽에 술마시고 
싸우는 사람들.

비오는 날 
한 우산아래에서 사랑을 
표현하는 연인들.

그들을 관찰하며
실없이 웃어대는 
검은옷
검은눈
검은머릴 하고 
검은 우산을 쓴 나.

세상이 검든, 희든 나는 그저 경계선상에 갇힌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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