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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험 합격했습니다. (2)
게시물ID : freeboard_3203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qwqw
추천 : 17
조회수 : 411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08/11/15 22:53:10

너무 많은 분들이 좋은 댓글을 달아주셨네요.

사실 잘난척한다고 싫어하실까봐 걱정 했었는데...따뜻하게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역시오유.^^)

그럼...못다한 제 얘기좀 해볼께요.

서울대 입학 후에 제 삶은 많이 달라지긴 했습니다.

우선 부모님이 어딜가서 기죽지 않게 되셨고, 돈이 없어도 웃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셨습니다.

학벌의 힘이겠죠...우리나라에서 서울대가 갖는 그 특유의 의미...

(하지만 전 이 망할놈의 학벌주의 사회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다만,열심히 사는 사람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는 점에 동의할 뿐입니다.)

학벌주의의 최대 수혜자로써...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남들보다 훨씬 좋은 조건에서 쉽게 돈을 벌수 있었고,

남들보다 더 유리한 위치에서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있었죠.

단지 공부를 잘했을 뿐인데...이 사회가 제게 느끼게 한 점은 참 많습니다.

일례로 한번은 저와 어머니가 어떤 채권자에게 찾아가서 손발이 닳도록 빈적이 있었는데...

그분께서 한숨을 쉬시더니..자기 아들얘기를 하시더라구요.

공고 다니는데..맨날 오토바이 타고 다니면서 쌈질이나 하는 말썽쟁이라고..

그러면서 저희 어머니께,"이런 훌륭한 아들을 두신 분이니...빚 탕감해드리겠습니다..." 라고...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기억입니다. 

전 단지 저와 제 가족을 위해 열심히 공부했을 뿐인데...

어쨋든 서울대 입학 후에는 제가 꽤나 돈을 많이 벌 수 있었고...(학교다니면서 과외 4개....)

우리집에도 희망이 보이는듯 했죠.

하지만 역시 자본의 힘은 강력했습니다.

전 헤어나올수 없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은 채무....

더 열받는 것은...

우리 부모님께서 정확한 채무 액을 말씀 안해주시고 힘들다...죽겠다...이런 하소연만 하시니..

저로써는 환장할 노릇이었지요. 밑빠진 독에 물붓는 기분이었으니까요..

내가 아무리 소비를 안해도...옷 한벌 사지 않고 모든 돈을 집안에 갖다 드려도..

언제나 제자리......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채권자들....

채권자들의 문 걷어차는 소리에 잠을 깨어야 했던 그때...

한번은 어떤 채권자가 우리 어머니를 때릴듯이 하는 시늉...(때릴듯 말듯 손으로 위협...)

했었는데..제 손이 부르르 떨리더라구요..

아마 그놈이 어머니를 때렸다면...전 살인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자식 앞에서 부모를 욕되게 하는것은....참을수 없는 분노를 느끼게 하더라구요.

이미 부모님 욕하는건 하도 많이 들어서 어느정도 익숙해졌지만....그때 상황은 아찔했습니다.

희망이 없는 속에서 제가 어떤 생각까지 했었냐면..

라디오에 이 사연을 올려볼까...전국민이 10원씩만 보태줘도 될텐데....

내 학벌을 돈으로 팔 수는 없을까....돈많은 여자를 어떻게 꼬셔서 빚을 갚을수는 없을까...



제게 필요한 건 목돈 이었습니다.

쪼끔쪼끔씩 벌어서 갚는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버는 속도보다 이자 불어나는 속도가 더 컸다고 느꼈으니까요.

그래서 제가 지금도 조금 후회되는것은...

버는 족족 부모님 드릴것이 아니라..제가 가지고 있고 그것을 종자돈으로 해서...

많은 돈을 만들었어야 하는건데...라는 생각은 지금도 합니다.

경제 개념이 잘 없었던 때니까요...제가 좀 미련했다고 볼수도 있겠네요.

그래서 결국...몇년후에는 더 큰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당장 내가 돈을 벌지 않더라도...어차피 채권자들 찾아와서 난리치는건 똑같고..

또 웃긴건...돈을 잘 안갚으면...나중에 일정부분 이자 면제 해주고...

원금만이라도 받으려는 사람들 심리도 있었기에...안갚는것이 더 도움될 수도 있다는걸 알았습니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정말 많은 생각을 해봤으나...

모두 초기 자본이 필요한 일들이었고

장사 경험이라고는 쥐뿔도 없을뿐더러...

공부 밖에 하지 않은 저로써는 모두 다 실패로 끝날것이 눈에 보였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사법시험 공부...

전 비록 머리가 좋지도 않고...풍족한 환경에서 공부하지도 않았지만...

남들보다 뛰어난 것이 한가지 있었거든요.

그건 바로...

"목표를 위해..목표보다 소중하지 않은 모든 것들을 버릴수 있는 능력..."

놀고 싶은 마음...누구에게나 공통되지만...

저에겐 하고 싶은것을 하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다른 모든것들을 포기...그리고 한가지에 집중...

이것이 제 경쟁력 이었고...

덕분에...돈이 없어 신림동에 갈 수 없었고...학원한번 다니지 못했지만

합격할수 있었습니다.

합격은 했지만...많이 부끄럽죠.

이사회의 정의를 위해서..공익을 실현하기 위해서 법조인이 되려 한 것이 아니라,

제 가족의 빚을 갚기 위해서....공부했으니까요.

하지만 절 욕하시더라도...

전 제 가족이 가장 소중합니다. 

우리 국가와 민족보다도 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저로인해 웃기를 바랬습니다.

국가,사회,민족은 우선 제 가족이 어느정도 평안하고 안정된 다음에야 고려대상이 되더군요.

애국선열님들 처럼 국가와 민족을 먼저 생각하지 못하는 건.....제가 그만큼 부족하기 때문이겠지요.



ㅋ...글쓰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가네요...면접시험도 몇일 안남았는데...

아직 하고싶은 얘기가 많은데...면접 끝나고...또 올릴께요...

주저리 주저리 올린 글...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한번 말씀드리고 싶은건...

여러분 덕에...저 많이 웃을 수 있었습니다...

공부 외적인 측면에서...밝고 긍정적인 마인드가 참 중요한데...

오유는 제게 있어 그런 정신적인 밝음을 채워준 고마운 사이트입니다.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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