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초등학교 동창인 여사친이 있다 성격 괄괄하고, 술도 좋아하고, 담배도 피는, 남자와 다를 게 없는 녀석이다 갓 전역해서 집에서 빈둥거리고 있을 때, 연락이 왔다 남자 친구가 생겼다나 뭐라나
축하해줬다 "이야, 니 같이 뭐 같은 성격도 남친이 생기나? 걔 뭐 전생에 나라 팔아 먹었나?" 라는 말과 함께
"니가 그러니 지금 솔로지" 라는 묵직한 반격에 빈사 상태에 빠지려는 찰나, 밥 사줄 테니 나오라는 말과 함께 전화가 끊어졌다
'.......아니 어디로 나오라고 말을 해주고 끊는 게 정상 아닌가?' 속으로 시발 시발을 되내며 씻고 나와서 톡을 확인했다
여사친 - 맨날 가던 고깃집ㄱ ㅇ - 나
머리 손질하기도 귀찮아서 적당히 머리를 말리고 모자에 후드를 뒤집어 쓰고 고깃집으로 향했다 익숙한 모습과 함께 낯선 남자가 보였다 여사친의 남자 친구였다
간단한 소개가 끝나고 고기와 술을 곁들였다 남자 친구라는 놈은 이것 저것 궁금한 게 많은 듯, 내게 온갖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일일히 대답하기가 귀찮았기에, 두루뭉술하게 답변을 했다 사실 답변을 대충한 것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여사친의 남자 보는 눈은 여태까지 봐온 것만 봐도 상당히 좋지 않았다 첫 남자 친구는 바람이 나서 헤어졌고, 두 번째 남자 친구에게는 좋지 않은 일을 당해 임신까지 했었고, 세 번째 남자 친구 역시 바람이 나서 헤어졌다 그리고 3년 만에 사귀게 된 남자 친구인데, 느낌이 싸했다 이전 남자 친구들에게 받은 느낌을 또 받은 것이다
이번엔 다르겠지 불안한 느낌을 소주와 함께 넘겼다 그렇게 몇 달이 흘렀다
잘 만나고 있는 것 같아 예전에 받은 그 느낌은 기우에 불과했다고 생각하며 안도했다 톡으로 남자들은 뭘 좋아하냐며, 선물 질문부터 시작해서 온갖 것을 다 질문해대는 여사친 때문에 '차단할까'라고 진지하게 고민한 적도 있었다 그래도, 과거의 좋지 않은 기억에 얽매이지 않고, 이겨내서 밝게 지내는 모습은 정말 보기 좋았다
사건은 두 달 전 터졌다 친구와의 약속 때문에 밤 늦게 약속 장소에서 친구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약속으로 잡은 곳은 룸쌀롱이 많이 자리한 곳이었다 짧은 원피스를 입은 여자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고, 술에 취한 아저씨가 여자에게 기대서 추근덕 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약속 시간이 지났는데도 오지 않는 친구에게 욕을 하며 통화를 하는 그때, 익숙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여사친의 남자 친구였다 인사를 하려던 그때, 난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 놈이 들어간 곳은, 룸쌀롱이었다
성을 산다는 그 자체를 혐오해서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지만, 룸쌀롱이라는 곳이 뭐하는 곳인지는 알고 있었다 온갖 감정이 교차했다 분노보다 여사친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결국은 또 그런 새끼를 만난 거구나 이 사실을 알면 또 얼마나 힘들어 할까 지금 그렇게 행복해하는데, 겨우 일어섰는데, 또 무너지겠지
난 남의 연애에 간섭하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친구들에게도 항상 입버릇처럼 말했었다
'만약에 내 여자 친구가 바람 피는 걸 보더라도 말하지 마라.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도 있고, 너네가 본 게 오해일 수도 있고, 만약 바람이 맞더라도 바람 피는 것들은 어떻게든 티가 나게 돼있으니까 괜한 오지랖은 자제하자.'
하지만 그 놈이 들어간 곳은 룸쌀롱이 확실했다 애초에 지하에는 룸쌀롱 밖에 없는데 자연스레 지하로 들어갔으니
그리고, 두 달이 흘렀다 난 아직, 여사친에게 말하지 못했다 말하려고 마음 먹은 그 날, 남자 친구에게 반지를 선물 받았다며 아이처럼 기뻐하면서 자랑하는 여사친에게, 잔인한 진실을 말할 자신이 없었다
여사친은 행복해보인다 난 진실을 알고 있지만, 말할 자신이 없다 여사친의 남친 새끼는, 내가 그 진실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언젠간 말해야겠지만, 그게 언제일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