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미씨, 다음주 주말에 식사 한번 하실래요?
아, 주호씨. 미안해요. 주말에 회사 세미나가 있네요.
식사는 다음에 해요.
37살. 송소미. 싱글. 모두 그녀를 향한 단어들인데 소미씨는 그 단어들이 아직 낯설다.
그녀가 스물 다섯즈음엔 그 단어들중 두가지는 10년후에 자신을 향한 단어가 될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즈음의 그녀는, 시간이 가면 다 해결이 될 것만 같았다.
시간이 가면, 살도 빠지고, 예뻐지고, 인기도 많아지고, 연애다운 연애도 해보고,
자연스럽게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남들이 다 그런 것 처럼, 평범하게 살 수 있을지 알았다. 시간이 지나면.
그렇게 시간은 유수같이 흐르고 소미씨는 37살이 되었다.
무더운 7월 마지막주의 주말.
선풍기 앞에 앉은 소미씨는 햇살 가득한 거리를 보며 생각에 잠긴다.
차라리 주호씨라도 만날걸 그랬나?
잠깐 떠오른 헛 된 망상에 고개를 저었다.
그 못난 얼굴을 보면서 식사를 했다면 분명히 토가 나왔을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와 함께 손을 잡고 저 햇살 가득한 거리를 걷는 모습도
머릿속에 그려보며 미소를 짓는다.
그녀는 자신이 있었다. 만약 애인이 있다면,
저기 저 거리를 오가는 그 어떤 커플들보다 우아하게 만날 자신이 있었다.
만약 애인이 있기만 한다면.
7월의 마지막 주말.
사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녀가 이렇게 화창한 주말을
청승맞게 보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30분 전. 평소엔 항상 잠자코 있는 내 핸드폰이 울렸다.
따르르르르릉. 하고 울리는 저 벨소리.
약속시간 2시간 전에 울리는 저 소리는 항상 처참한 주말을 예고한다.
'응, 정휘야.'
핸드폰 건너편에서 정휘의 미안함이 담긴 목소리가 들린다.
'아니, 아니. 괜찮아. 뭐 그런 거면 어쩔수 없지. 다음에봐.'
정휘는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자기 고민을 또 늘어놓았다.
남편은 매일 남 편만 들어서 남편이라는둥, 직장이 어떻다는둥.
옛날에는 이런 고민들을 공감하고 같이 들어주었지만, 요즘엔 그냥 건성건성 듣는다.
아니, 근데 얘는 눈치도 없는지 계속 이야기를 한다.
이럴 시간에 당장 뛰어와서 카페를 갈 것이지. 또 그럴 시간은 없으시단다.
저 잡것.
또 통화의 끝에는 항상 내가 부럽다는 이야기로 끝난다.
'요새는 니가 부러워.' , '이럴줄 알았으면 결혼 안할걸.' 같은 소리나 해대고.
아유. 저 잡것.
하여튼 덕분에 한가로운 주말을 보내게 되었다. 이렇게 햇살이 좋은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