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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중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최고의 장면
게시물ID : movie_3207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asica
추천 : 9
조회수 : 2013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4/08/12 22:58:25
저는 이 영화를 비행기 안에서 봤습니다.  덕분에 화질도 뭐 별로 안 좋았고, 졸다 깨다 그런 식으로 대충 봤습니다만, 영화 중간중간, 특히 끝부분에서 '뜻하지 않은' 감동을 받았지요.  정말 뜻밖이었어요.  저는 영화를 보고나서도, 대체 왜 이런 밋밋하고 다소 억지스러운 영화를 보고 내가 쓸데없이 감동을 먹는 것인지 곰곰히 생각을 해보았지요.  제 생각에, 그 이유는 이 영화가 현실을 아름답게 포장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따뜻한 위로를 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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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이 영화는 '위기에 처한 중년을 위한 힐링 영화'입니다.

월터가 바로 위기에 처한 중년입니다.  월터의 직장이던 라이프 잡지가 인터넷에 밀려 폐간되고, 월터도 해고의 위협에 직면해 있었지요.  해고를 당하지 않으려면 유명 사진작가 (숀 펜)가 보냈다는 라이프지 최종호 표지로 쓰일 필름을 찾아야 하는데, 그걸 찾아 그린란드로, 바다 위의 어선으로, 이어서 아이슬란드로 미친놈처럼 돌아다닙니다.  직장에서 짤리지 않으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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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다소 어설픈 시나리오의 이 영화를 심드렁하게 보다가, 진지하게 보기 시작한 것은 그린란드에서 헬리콥터에 뛰어들던 순간도 아니고, 북대서양에서 상어와 사투를 벌일 때도 아니었고, 아이슬란드에서 화산 폭발에 휘말렸을 때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아이슬란드에서 파파존스 (아마 PPL인 듯) 피자집에서 경비 계산을 하며 고뇌에 빠져 있는 월터의 모습부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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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이슬란드로 훌쩍 떠날 수 없습니다.  돈과 시간 때문이지요.  월터는 직장에서 감원 위협에 직면해 있고, 경제적으로 쪼들리는 친구입니다.  이렇게 아이슬란드로 온 것도 공식 출장이 아니라서 자기 돈으로 경비를 대는 거였어요.  따라서 비행기 표값 등 경비 문제에 대해, 영화 속 주인공(?)처럼 쿨 할 수가 없고 전전긍긍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바로 우리처럼요.  그러다 예전 소년 시절에도 이 순간처럼 경제적으로 쪼들릴 때 일했던 파파존스에 자기가 또 들어와 있다는 생각이 들어, 견디지 못하고 밖으로 걸어나갑니다.  밖에 나가서 석양 속에서 짝사랑하는 여자에게 전화를 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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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개인적으로는 이 파파존스 밖에서 전화를 하는 월터와 셰릴의 대화가, 이 영화의 하일라이트 부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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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ryl > So, you said that you left Papa John's because of the cups?  Is there something I should be aware of as a customer?
Walter > No, I just worked there, that's all.  I used to have a mohawk... and a backpack...  and this idea of who I wanted to be and what I wanted to do.
Cheryl > Yeah?
Walter > Nothing. Just...  I was pretty close with my dad.  And he died when I was 17, on a Tuesday.  And we didn't have any savings.  So I got a haircut that Thursday... and a job the same Thursday.
Cheryl > Papa John's?
Walter > Yeah.
Cheryl > Your dad let you have a mohawk?
Walter > He shaved my head.
Cheryl > That's a good dad move.
Walter > Yeah.

셰릴 > 어, 방금 컵 때문에 파파존스에서 나왔다고 했지요 ?  저도 손님 입장에서 알고 있어야 할 뭐 그런거라도 있는 거에요 ?
월터 > 아뇨.  전에 거기서 일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거 뿐이에요.  전 10대 때 모히칸족 헤어스타일을 했고, 배낭도 있었지요...  그리고 제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고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도 가지고 있었고요.  (감정이 북받쳐 온다)
셰릴 > 왜 그래요 ?
월터 >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전 아빠하고 아주 가까운 사이였어요.  아빠는 제가 17살 때 돌아가셨어요.  화요일에요.  그때 우리 가족은 저축해놓은 것이 전혀 없었거든요.  그래서 그 주의 목요일에 이발을 깔끔하게 하고, 바로 그 날 취직을 했지요.
셰릴 > 파파존스에요 ?
월터 > 예.
셰릴 > (대화가 좀 침울해지자 화제를 바꾸려 일부러 경쾌한 목소리로) 근데 아빠가 그런 모히칸족 헤어스타일을 하게 허락해주셨어요 ?
월터 > 그 헤어스타일, 아빠가 직접 밀어주신 거였어요.
셰릴 > 와, 아주 쿨한 아빠셨네요.
월터 > 그렇죠.

대부분의 중년들도, 지금은 뭘 하면서 밥벌이를 하더라도, 소년 시절에는 꿈이 있고 희망이 있었지요.  또 돈많고 힘센 나라 미국에서도, 서민들은 어렵게들 사나봐요.  이렇게 불우한 청소년 시절을 보냈던 월터가 다시 경제적 위기에 몰리게 됩니다.  바로 해고 위기지요.

TV 드라마라면 아마 주인공이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임무를 완수하여, 직장에서 짤리지 않고 성공하여 승진하는 모습을 보여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월터는 필름을 결국 못 찾아내고, 재수없는 인수합병 회사의 상사에게 변명도 제대로 못하고 해고 당합니다.  결국 나중에 필름을 찾아서 그 상사에게 던져주기는 하지만, 이미 때는 늦어서 해고는 되돌릴 수 없었지요.  사실 처음부터 별로 희망이 없었던 것이, 인터넷 세상에서 월터가 하는 업무, 즉 필름 원판 관리원은 없어질 자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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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는 결국 그의 대부분의 직장 동료들과 함께, 초라하게 줄을 서서 사원증을 반납하고 퇴직금 봉투를 받아들어야 했습니다.  참고로, 보통 미국 회사들의 퇴직 위로금 (severance package)은 3~4주에 해당하는 급료인 경우가 많습니다.  정말 얼마 안되는 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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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월터는 다시 또 직장을 구할 수 있다는, 이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집니다.  직장에서 짤릴 때는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겠지만, 그래도 실제로 세상은 무너지지 않고, 또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 나가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비록 회사는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자신을 인정해주고, 그 노고에 감사하며, 또 필요로 한다는 그 마지막 장면에서 잔잔한 위안을 얻습니다.  그 이야기는 마지막 장면에 나옵니디만, 그건 스포일러이니까 여기서는 안 쓸게요.

여러분들도 뭔가 삶에서 실패를 경험하고, 세상이 끝장난 것 같고, 자신이 쓸모 없는 인간이라고 생각될 때, 위로를 받고 싶으면 이 영화 꼭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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