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러 사정상 드라마를 거의 안/못 보는데, 요즘 응4에 완전히 꽂혔어요. 제가 이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는,
1. 순정 명랑 만화 판타지: 매일 잔치상을 차려 주시고 셔츠 다림질까지 해주시고 2월에 더워서 못 잘 정도로 보일러 올려주시는 데다가 너무 이쁘신 하숙집 아줌마. 목소리 크고 욕도 잘 하지만 아이들 먹을 것도 잘 챙기고 부인 사랑 쩌는 프로야구 코치인 하숙집 아저씨. 신촌에 위치한 마당이 있는 하얀색 2층 주택. 천재에 티 안내고 주변을 챙기면서 유머감각까지 있는 쓰레기, 매일 밤 구루프 말은 듯한 머리의 싹싹하고 해맑은 해태, 자기 비누와 전공책 빌려주는 것 아까워 하면서도 큰 일은 자기를 희생하는 (윤진이 어머니) 칠천포, 자기가 이쁜지 모르는 털털한 나정이, 어쩐지 어두웠지만 점점 밝아지는 듯한 윤진이, 순정만화 완벽 서브 남주의 조건은 다 갖춘 칠봉이
비현실적이라구요? 전 그래서 좋으네요. 볼 때마다 즐겁고 기분도 좋아지고요.
2. 지역감정: 아 정말 지긋지긋한 지역 감정. 말도 안 되는 데 내 나라를 좀 먹는 지역 감정. 그런데 이 드라마는 충청, 경상, 전라, 서울..(근데 강원도가 없네요?) 모여서 사투리도 써 가면서 의사 소통에 감정 소통에 먹을 것도 같이 먹고 같이 자면서 다양한 지역색이 위의 1번의 순정 명랑 만화 판타지를 만들어 주네요. 아우 개운해요. 전 사실 이 부분이 가장 맘에 들어요.
3. 욕: 전 평소에 욕을 거의 하지 않지만, 그래서 성동일씨랑 윤진이가 욕하고 할 때 쪼매 놀라기도 했지만, 얼마나 정이 가는 캐릭터 들인가요. 욕은 하지만 남을 해치지 않고 살아가는 명랑 캐릭터들 아닌가요. 살아보니 겉으로는 교양 있는 척, 교양 있는 말투와 겉모습을 가지고 남들 뒷통수 치고 가슴에 비수 꽂는 사람들보다는 (멀리 갈 것도 없이 매일 신문과 텔레비젼에 나오는 정치가들, 기업가들을 보세요), 시청자가 놀랄 만큼 욕을 질펀하게 하면서도 사실은 착한 사람들이 훨훨훨 이 세상에 필요하다고 느껴지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