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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설란
용의 혀가 여의주 굴린다. 또르르
물똥이 무거워 고개 수그리는 비비추야
비 맞는 날도 내내 어여쁘느라 고생이 많구나
# 유채
월세계라도 베껴온 너른 유채꽃밭에서 행방 감추련다
짐도 옷도 없이 태어날제 살갗 그대로 날 비우련다
실실 쪼개면서 저 등에도 나도 집 되짚는 길 까먹고 말련다
# 아카시아
아까시나무 그늘이 오뉴월에서 도드라지게 달콤하다
거리낌 없는 단내 솔솔 스며오자
깊이 둔 응어리에 또한 꿀 묻는지 쓰린 속 낫는 기분이다
살포시 눈 감고서 있던 만으로 흔쾌히 해장이다
# 벚꽃
벚꽃이 오달지게 만개하니
덧없이 바라본 마음 무르고 물러져
원수랑 마주쳐도 하여간 사랑하겠다
# 백등나무 숲
별이 진 만큼 꽃 알 맺힌다면 백등나무를 보여주노라
은하서 떠내려간 유실물이 곁가지마다 붙매여 십 리의 숲 달했네
봄볕보다 해말갛게 하느작거리는 교태에 홀려
무중력 딛듯 별길 속을 거닐었네
#이팝
가난해서 이팝나무를 먹었다
고 참 다보록하니 고봉밥이 선해서 번번이 봐왔다
주린 내장 줴짜다가 졸음 닥치면
기왕에 배부른 꿈 꾸려 고자
이팝나무 아래 잠들고 싶었다
#물망초
'날 잊지 말아요'
그 꽃말이 애절한지라
뒤돌아서 멀어질수록 아쉬운 꽃이다
기약으로 발자국을 두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