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합격하면 여자친구 생긴다면서요.... 나도 여친이 없으므로 음슴체 사용하겠음.
나의 군생활에는 두번의 큰 위기가 있었음.
영창 보내주면 아이고 감사합니다. 하고 헌병 손 잡고 아장아장 걸어 갈수 있을 만큼의 사건임.
어느 중대에 소속해있었던 간에 누구나 한번씩 보았을 커다란 무전기를 기억할 것임.
PRC-999K. 등에 보조 배터리랑 짊어지고 중대장 옆에 바짝 붙어 수화기 받아가지고
"판게아, 판게아 여기는 제우스 이상" 하면서 원거리 무선 통신을 할 수 있는 엄청 중요한 중대 장비임.
내 기억에 한대에 천만원가까이 되었던 것 같음. 안테나도 접히는거, 한 3미터 가까이 연장되는거 있고.
그런데 이게 충전식 배터리가 있고, 1회용 배터리가 있는데 1회용 배터리가 훨씬 가볍고 오래감. 4박 5일 훈련때는
이거 한 다섯개씩 같고 다니면서 갈아쓰고, 다쓴것도 통신소대에 개수 맞춰서 다시 반납하고 그랬음.
그 이유가 사고사례에 가끔 뜨는데, 이 무전기가 아이폰마냥 배터리 방전되면 저절로 "삐용삐용 밥주세요"이러면서
전원 꺼지는 기기가 아님. 구식 텔레비젼처럼 스위치를 돌려서 켜고 끄는 기기임. 따라서 0에서 1로 한칸만 돌려 있어도
얘는 혼자 신호대기중, 즉 배터리는 소모되고 있는 중인데, 이 배터리 특징이 방전이 된 상태에서도 무리하게 전력을 뽑아쓰면 폭발함이라고
사고사례에서 자주 봄. 난 어떤 재수 옴붙은 무전기 얘기냐 ㅋㅋㅋ 하고 대충 흘겨 보고 그랬음.
어떤 물질 때문인지는 잘 기억 안남. 아무튼 일반적인 물질은 아니었음.
한편, 난 중대 작전화학병이었음. 원래는 병기랑 화학 정찰조 임무 수행하는 주특기인데, 이상하게 자대 배치 받자마자 통신병을 시킴
한 6개월 통신병 하다가 진짜 통신병 주특기가진 녀석이 중대본부로 전입옴. 난 본래 임무를 찾아가고 그 녀석한테 통신병 임무를 조금씩
인수인계하고 있었음. 어느날 k-3사격 가는데 대대 보고를 위해 우리 중대 통신병이 차출됨. 당연히 우리 중대 무전기를 메고 나감.
난 후임한테 후임 생각해서 가볍게 지난 훈련때 남았다가 꼬불친 1회용 배터리 쓰자 ㅋㅋㅋ 하고 1회용 달아줌 ㅋㅋㅋ
그리고 신신당부함. 이거 갔다 와서 반드시 빼고 충전식으로 바꿔야 한다 응? 꼭! 꼭! 꼭! ㅅㅂ
그러나...그 녀석은 얼마나 피곤했던지 충전식으로 바꿔 놓지 않았고, 후임을 믿었을 뿐이고, 나도 확인하지 않았고, 피곤할테니 어서 쉬어라
했을 뿐이고...스위치는 내가 0으로 돌려 놓지 않았고...행정반 무선 대기 칸에 시건시켜놨고...
그날 밤 새벽 5시쯤 갑자기 "쾅!!!!"하는 소리가 들려 잠에서 깨었음. 난 당직사관이 빡쳐서 문짝 발로 찬줄 알고 다시 잠에 듬
몇초후 당직하사가 급하게 달려와 내게 하는 말 "야! 무전기 폭발했어 ㅅㅂ"
뭐? 무전기? 999K? 그거 말고 다른 무전기가 또 있나? 어 설마 ㅅㅂ ㅈ 됐다!
번개같이 일어나 행정반에 달려간 순간, 검은 연기가 뿌옇게 천장까지 그을리고 무전기 주위엔 배터리 케이스 밑바닥이 포탄에 뚫린것 처럼
구멍난 채로 나뒹굴로 있었고, 그 순간 난 절망에 빠졌음. 아~ 맑고 고운 소리가 들린다~ 영창소리가 들린다~엄마 미안해요 못난 아들 용서해요~
바로 대대 장직사령이 연대에 보고하고 그날 아침에 연대장 빡치고 연대장이 손수 우리 중대 행정반까지 왔음.
난 연대장과 독대함. "너 영창이야" 이 목소리와 함께 빨리 이 순간이 끝나기만 바랬음.
그런데... 우리 맘씨 좋은 중대장과 행보관은 사건 직후 먼저 무전기 본체의 상태를 확인함. 다행히 폭발의 힘이 모두
배터리 케이스 쪽으로 쏠려서 케이스만 아작나고 본체는 이상이 없었음. 슬쩍 스위치를 0으로 돌려놓고
입을 맞춰 우김. 사고사례에서처럼 이 배터리는 그냥 지 혼자 폭발한 것이다!라고
결국 연대장은 배터리 욕만 엄청 하다가 돌아가고, 장비에는 이상이 없고, 사용자 부주의가 아니니 그냥 넘어가자고 해서
잘 넘어가 난 무사히 한 위기를 넘김.
은 패이크고 1회용 배터리 꼬불친걸로 통신 소대장한테 개갈굼먹고, 다음 훈련때 우리 중대만 1회용 배터리 안줌.
미안 후임아, 그때 충전식 배터리 두개씩 달고 다니느라 힘들었지?
암튼 사고사례에서만 보던걸 내가 직접 사고사례를 만들었던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