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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 먹을 각오하고 디워를 혹평하고 싶습니다(스포있음)
게시물ID : sisa_3214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a10
추천 : 15/11
조회수 : 625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07/08/09 03:08:53
저는 디워를 보면서 속상한 생각 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가장 큰 문제로 기본기가 전혀 안되어있는 영화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영화는 영상물로서 관객이 소설과는 다르게 보여주는 그대로
보게 된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영상에서는 매우 중요한 것으로,
연출이 영화를 좌지우지 한다는 점에 반론을 들 수 없을 것입니다.
연출이란 무엇이냐? 조악하게 말해서, 화면을 구성하는 방법이라고
간단하게 말할 수 있겠습니다. 디워의 경우 연출 부분에서는
0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연출 부분이 얼마나
성의가 없었는 지를 알고 싶다면, 과거를 배경으로 찍으면서
경복궁(이라고 추정되는) 앞에서 싸우는 장면에서 지금 우리가 흔하게
볼 수 있는 적색의 보도블럭이 아무 여과 없이 나오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겠습니다. 또, 멕시코로 도망가는 장면에서 불코가
화염구를 발사할 때 차 주변으로 터지는 조악한 화약 폭발(화약 파편
날아가는 게 그대로 보이는)과 미국 특수 부대원을 상대로
부라퀴들 부하의 대장이 칼을 휘둘러서 제압을 할 때도 화약이라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로 노골적이었습니다. 만일 3백억을 투자했고,
제작 기간이 10년에 가까웠는 데 저 장면을 그냥 두고 넘어갔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소설에는 퇴고가 있고 영화에는 편집이
있습니다. 심감독님은 저 장면이 괜찮았다고 생각했는지 궁금합니다.
그런데 정말 웃기는 것은 부라퀴가 도망가려는 주인공과 여의주를
지닌 소녀를 저지하면서 자동차를 던지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때는 우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화약 파편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연출과 특수 효과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제는 얘기하기도 지겹습니다. 시나리오는 더 엉망진창입니다.
해도해도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3백억 중에서 1억 정도만 투자해서
시나리오를 보강했더라면 좋았을 것을...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로, 주인공이 하는 일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정말 놀라울 정도로
주인공이 하는 일이 아무 것도 없고, 여의주 소녀인 새라가 알아서 해도
문제가 없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주인공을 억지로 이든으로 
끼워맞췄다는 생각을 지울 수 가 없습니다. 아주 잔인하게 말해서,
주인공의 펜던트가 주인공이지 이든은 전혀 주인공이 아닙니다.
실제로 그는 사건 해결보다는 악화에 더욱 큰 공을 세웠습니다.
꼭 주인공이 전지전능한 힘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주인공이 마치 3명 이상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갑자기
용감해졌다가, 도망치려고 했다가, 별안간 사랑을 하다가, 갑자기 슬퍼합니다.
전혀 주인공의 심정에 공감을 할 수 가 없습니다. 
블록버스터에 뭘 바래? 라고 생각하신다면 오산입니다. 캐리비안의 해적,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잘 눈여겨 봐주시기 바랍니다. 납득할 수 없다면,
아주 예전의 타이타닉을 생각해보십시오. 그리고 다이하드의 전작들을 말입니다.
반지의 제왕, 해리 포터를 생각해도 그래도 블록버스터에 시나리오는 중요한게
아니라고 주장하라 수 있겠습니까? 오히려 블록버스터야말로 시나리오는 중요합니다.
워터월드도 당시 미국 사상 초유의 고액으로 투자를 해서 만든 블록버스터이지만
실패했습니다. 이유는 디워와 매우 비슷한 맥락입니다. 

사운드는 처참합니다. 자신 있게 말하지만, 사운드로 얻는 효과는 전혀
없습니다. 

배우의 연기는 정말 암담했습니다. 새라의 표정은 한결 같았고 이든은
그저 멍하게 보이기만 합니다. 가장 중심적인 두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액션 영화 배우는 아닙니다. 어떤 의미에서 그렇게 강도 높은
초지일관을 유지하는 걸로 봐서 프로는 프로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논리적으로 하나도 맞아 떨어지는 것이 없습니다. 잭은 그들을
도와주는 것이 하나도 없지만 별안간 나타나서 그랜드 케이브로 가라고
충고해줍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잭은 부라퀴의 수하에게
살해 당합니다. 그 이후로 별안간 나타나서 그랜드 케이브로 가라고
재차 말하는 장면은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잭이 죽은 건지,
살아있는 건지, 유령으로 나온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더 심각한
것은 그런 게 전혀 중요하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든과 새라는
그랜드 케이브로 가지도 않습니다. 친구는 마지막에 이든과
새라가 잡혀 간 곳이 그랜드 케이브가 아니냐고 되묻었지만 그건 그거대로
문제가 심각합니다. 그랜드 케이브는 도저히 이든과 새라가 부라퀴를
격퇴할 가망이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외에도 자잘한 논리적인 오류가 있습니다. 부라퀴가 이든을 추격하면서
별안간 들이닥친 경관의 권총 사격에 새라를 죽일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결국 이든과 새라는 시가지로 진입하게 되고 이에 부라퀴는 온 도시를 헤집어
놓습니다. 매우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권총 사격에 움찔하는 부라퀴가
어떻게 그 큰 도시를 헤집고 자동차들을 뒤엎을 수 있는 가 입니다.
그것도 500년의 한을 품고서 말입니다. 그리고 이 500년도 이상하게 들립니다.
부라퀴는 이전에 여의주를 넣는 데 실패했습니다. 영화 초반에 500년마다
여의주는 나타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혼란스럽습니다. 마지막에 
최종 결전지에서 부라퀴의 돌격대장은 500년의 한을 풀자고 합니다.
그렇다면 여의주는 언제 나타난건지 우리는 종을 잡을 수 없습니다.
만일 돌격대장의 말이 맞다면, 여의주는 딱 한번 나타난 겁니다.
그래서 500년마다 나타난다는 초반의 나레이션과는 완전히 상반됩니다.
그리고 FBI 국장은 더 심각합니다. 이무기에 대한 전설에 대해서 말하는
요원을 다그치고 나서는 나중에 전혀 의심하지도 않고 새라를 죽이는 데
앞장 섭니다. 그런 국장을 사살하는 요원에 대해서는 말도 하기 싫습니다.
그리고 더더더 저를 힘빠지게 하는 것은 새라가 결국 죽을 운명이었다는
것입니다. 이무기가 여의주를 얻건, 부라퀴가 얻건 새라는 죽습니다.
게다가 이무기는 이든 같은 형편 없는 주인공만 믿고 새라를 방관해버립니다.
왜 늦게 나타났는지에 대한 이유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고, 설정 자료에서
잠깐 확인을 할 수 있습니다. 또 20세 생일과 여의주의 관계도 황당합니다.
20살 생일이 되면 여의주가 나오는 걸로 되어있습니다. 만일 이무기가 승리한다면?
이무기가 승리했다면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그래서 영화는 형식적으로는
베드 엔딩입니다. 히로인인 새라가 죽었으니까요. 하지만 전혀 슬프지
않습니다. 어차피 누가 여의주를 얻건 새라는 죽으니까요. 이무기는
여의주를 가지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저 지킬 따름이다? 그렇게 생각하기에
이무기의 등장은 매우매우 늦습니다. 최소한 '아직 있다'라는 암시는
줘야만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식스센스급의 반전이었습니다.

그리고 보편적인 것에는 보편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흔히 대재앙으로 비유되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에서도 장선우 감독이 엔딩을 2개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영화에서는 엔딩이 2개입니다. 제가 아는 바로 이런 영화는 유일무이합니다.
시도는 참신했으나 참신함으로 커버되기에 관객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왜냐하면 관객이 바라는 것은 파격이 아니라 재미이기 때문입니다.
파격이 재미를 주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파격을 위해 파격을 한 것은
언제나 결과가 좋지 못합니다. 아리랑을 듣는 것도 신선했습니다.
전혀 슬프지도 않고 아무 감흥이 나지도 않으면서 이든이 지평선을
바라보며 나오는 아리랑은... 우유에 밥을 말아 먹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나 cg는 정말 고급이었습니다. 기술력에 있어서는 다른 선진국과
어께를 나란히 해도 무리가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중반의 헬리콥터와
불코들과의 싸움은 압권입니다. 백미이기도 하구요. 초반의 조선시대에
나온 부라퀴의 침공부터 중반의 시가전, 후반의 두 이무기들이 싸우는
장면은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이건 충분히 눈여겨볼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특히 종반의 두 이무기의 싸움, 특히 이무기가 용으로
변해 부라퀴를 공격하는 장면은 놓치지 말아야 할 장면입니다. 되도록
극장에서 큰 화면으로 느긋하게 즐길만합니다.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습니다.

정리해보자면, 디워는 기본기의 문제입니다. 아무리 발이 빨라도
슛팅과 패스를 못하는 축구 선수를 기용할 수 있을까요? 아무리
특수효과가 뛰어나도 그것을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통로가 없다면
허사입니다. 만일 디워가 시시했다면 분명히 제가 앞서 말한 단점에
질려버렸기 때문입니다. 국수는 만들면서 왜 수제비를 못만드는지
이해할 수 가 없습니다. 심감독님은 분명히 최고급의 특수효과를
가졌으면서 어째서 신인 감독도 저지르지 않는 실수를 했는 지
이해할 수 가 없습니다. 그리고 더 이해할 수 없는 건,
디워를 보는 우리들의 시선입니다. 필름 2.0이건 씨네 21이건, 충무로건
영화 자체만을 두고 보면 전도유망한 유망주입니다. 하지만 언제나
유망주로 머물 수 는 없습니다. 어서 빨리 이러한 당장 해결 가능한
문제를 해결 못한다면 더 큰 참변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냉정하게 말해서, 기술은 변합니다. 한국의 기술력이 이렇게 발전했음을
자부한다면 다른 선진 기술의 기술도 발전함을 두려워해야합니다.
기술은 언제나 변하고 오래된 것은 버려집니다. 그러나, 영화 자체의
재미는 오래된 것에 충실할 수 록 가치 있습니다. 콜라는 하루만 지나도
버려야 하지만 와인은 시간이 지날 수 록 비싸진다는 것을 명심해야만
합니다. 이토록 좋은 기술을 금방 고칠 수 있는 단점 때문에 버려서는
절대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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