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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빼바지를 입은 천사
게시물ID : military_228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서울호랭이
추천 : 2
조회수 : 62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07/25 11:49:32

밀게 대세 음슴체로 가겠음.


본인은 대전 근처 모 향토사단에서 02년군번으로 복무했음.


여단장과 이등병이 여단장실에서 어색하게 어깨동무하고 있는 짤, 바로 그 부대임. 정확하게는 밝히지 않겠음.


우리 부대는 이름은 여단인데 편제는 연대라 여단장 계급이 대령이었음. 힌트는 여기까지...


아무튼 때는 한여름이었고 향토사단 특성상 국지도발전에 대한 연습을 많이 하기에 지긋지긋하게 하던 FTX중이었음.


그당시 내가 일병이었던걸로 기억함.


원래 오전에 훈련이 끝나고 점심때 산에서 주먹밥 먹고 철수하는 계획이었는데 갑자기 적 특작부대가 어디로 이동했다면서


그걸 잡으러 이동해야한다는거임.


오후가 되니 다들 수통에 물이 떨어지고 땀은 뚝뚝 떨어지고 위장때문에 땀도 못닦고 따가운 눈만 끔뻑끔뻑 거리면서 


산을 타다가 어느 민가 옆에서 대기하게 되었음.


근데 그 대기하는 민가 옆이 바로 두엄이었음. 아는사람은 알겠지만 두엄은 분뇨를 짚과 섞어두어 발효시켜 거름으로 쓰는것으로


그냥 분뇨를 땅에 뿌리면 작물이 다 말라죽음. 반드시 두엄으로 만드는 과정을 거쳐야 함.


아무튼 이 두엄이 냄새는 안나는데 열기가 엄청남.


그 여름에! 그 습기에! 게다가 뜨끈뜨끈한 두엄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대기하고 앉아있고 수통의 물은 떨어진지 오래라 


입은 마르고 목은 타고... 물한컵 없이 전투복입고 찜질방의 열나는 원적외선 돌무더기 옆에 앉아있다고 생각하면 딱 그거임.


그때, 민가에서 어떤 아주머니가 몸빼바지를 입고 참외를 깎아서 가지고 나오시는거임.


그때 나는 그 아주머니 등에서 날개를 보았음. 그러나 훈련중에 민가에서 주는 음식을 받아먹을수는 없기에


다들 소대장을 쳐다봤음. 병장부터 이등병까지 한마음 한뜻이었을거임.


 소대장도 자기도 목말라 죽겠는데 '아 훈련중에 이런거 받아먹으면 안되는데...' 하면서 개고민을 때리다가


'야 빨리 먹어 빨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 한조각씩 밖에 안되었고 평소에 참외를 끔찍히 싫어하는 나였지만 정말 그때 먹었던 그 참외의 맛은...


속을 다 깎아낸 참외인데도 그렇게 달고 시원하고 ... 아무튼 손오공이 따먹었다던 천도복숭아가 이런맛이아니었을까 싶었음.


그렇게 몸빼바지의 천사는 총총히 날개짓을 하며 집 안으로 사라졌고


훈련이 무사히 끝나고 휴가나와서 참외를 사서 먹었는데


시발 도루묵이라 하여라.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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