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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글주의)현재 대학원생이 말하는 과학도의 생활.
게시물ID : science_3215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다프트빵꾸
추천 : 17
조회수 : 1329회
댓글수 : 66개
등록시간 : 2014/03/01 16:42:11
눈팅만 5년째인 찡어입니다.
저는 오유를 뿌리깊게(?)는 잘 모르고, 적어도 베오베 게시판은 빼놓지않고 자주 봅니다.
 
가끔 과게에서 추천먹고 베오베까지 온 글들을 보면, 나름의 패턴이 있더라고요?
화학쪽은 정말 신기한 화학반응 짤들..
물리쪽은 이해는 잘 안되지만, 현실에서 사용되는 물리이야기. (얼마전 전구의 원리? 글이 생각나요)
생물쪽은 창초냐 진화냐.
그리고 가끔 보이는 과학도들의 신세한탄.
 
저는 여러분들께 과학도들의 신세한탄에 대해 말씀드리려해요.
나름 대학원생 고학번(?)으로써 현재 제가 어떻게 사는지 정통으로 보여드리려고요.
얼마나 벌고! 어떻게 살고! 등등이요.
 
1. 자기소개.
저는 서울에 있는 유명(?)사립대에서 생물 관련 실험하는 대학원생입니다. 고등학교때 정말 공부 열심히해서 대학을 인서울 했고요
자대에서 계속 대학원질(저희끼리는 이렇게 이야기해요)하고있습니다. 이거 한지는 4년 좀 넘었네요 :)
저는 딱 이정도입니다. 이제 저의 생활에 대해 이야기해드릴께요.
 
2. 얼마법니까?
대학원생들에게 많이 묻는 질문중에 하나가 얼마나 받냐는 질문이고, 그 중 10의 9은 "실험실마다 달라요!" 겠죠.
맞습니다. 근데 그래서 얼마냐고요? 제가 알려드릴께요.
저희 실험실은 석사과정까지는 한달에 120만원 받습니다. 오 짱이죠? 받긴 받네요?
한학기가 6개월이라 치면 120 x 6하면 720만원을 한학기에 모으겠죠.
천만의 말씀. 다음학기 등록금이 600만원인게 함정.
 
결국 남는건 120정도 남고요, 2학기가 1년이니까, 석사 연봉은 240만원입니다 :) 하핳.
박사때는 조금 달라져요. 월급이 올라간다고요! 얼마나? 150으로 올라갑니다. 핳핳! 그럼 연봉이 얼마냐? 박사 연봉은 300만원!
박사도 수업을 들어야해요. 그리고 학교가 지정한 수업을 다 이수하면 박사 수료! 할 수 있어요^^ 수료가 좋은게 뭐냐고요?
등.록.금.이.1/3.로.줄.어.듭.니.다.
따라서 그때부터는 등록금으로 나가는 돈이 확! 줄어들기때문에, 그만큼 제 손으로 들어오는 돈이 많아요.
(하지만 그때는 이미 남자나이 30 근처)
 
3. 어떻게삽니까?
저는 아침 9시까지 실험실에 옵니다. 그리고 저녁 10시, 혹은 조금 더 늦게 퇴근하죠.
나인투나인? 텐투텐? 노노. 나인투텐!
어떻게 그러고 사냐고요? 실험이 재밌고 과학이 좋으면 이정도는 별거아니죠 :) 정말이에요.
저희 실험실이 시간과 노력을 비교적 많이 들어야하는 실험을 주로 해서 다른 실험실보다는 일찍와서 늦게가는편이기는 합니다.
저희 건물에 있는 거의모든 실험실이 전부다 저와 비슷한 생활을 하기 때문에, 상대적인 박탈감? 힘듦? 이런거는 실험할땐 잘 못느낍니다:)
모두가 다, 그냥 그렇게 열심히 살고있는거에요.
 
4. 과학도라서 어려운점?
노력한만큼 성과를 얻지 못한적이 많습니다. 위의 글처럼 저렇게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도 좋은 논문내기 정말정말 어려워요.
실험이 제가 뜻하는바대로 된적은 천번에 한번꼴? 정도인 것 같아요. 엄청 시도해보고, 넘어져보고, 좌절합니다.
저는 되게 낙천적이어서 실패해도 하하 웃지만 그래도 가장 힘든 점이 뭐냐면,
자꾸 실패하면 그 다음 실험에서 열심히하기 힘들어요. 또 실패할 것 같으니까. 그러한 마인드가 과학도로써 가장 어럽죠.
 
5. 과학도라서 좋은점?
세상에 저밖에 모르는 사실을 알아낼 때 그 희열은, 말로 표현할 수 없죠 :)
놀라운 사실을 딱! 발견하는 순간 어라? 할 때가 있습니다. 세상에 저만 아는거죠 그 순간에는.
원래 있었던 어떠한 현상이었지만, 전세계 인류중에 저만 아는거에요. 딱 저만. 나 혼자만. 제가 밝혀냈으니까요!
마약처럼 자극적은 그러한 순간을 계속 맛보기 위해 여지껏 열심히 했고, 지금도 열심히 실험하고있어요 :)
 
6. 돈을 그렇게 못버는데, 괜찮냐?
다행히도 저희 집이 중산층(?)이라서, 아직은 괜찮아요. 부모님 두분, 친형 총 3명이 활발하게 수입활동을 하고 계시기 때문에
나 하나 안벌어도 우리집은 기울지 않는다! 라는 생각으로 저는 살아요. (철이 없죠)
부모님께서 오케이하셨기 때문에, 저는 돈을 못벌어도 괜찮은 그런 사람이 되었어요.
불효자라고요? 집에 고기를 못물어다 주는 둘째이기 때문에, 다량의 애교와 잡일(?)로써 효도하고 산답니다. :)
 
7. 넉넉치 못한 사람에게 과학이란?
여기저기 실험하는 친구들 중 형편이 좋지못한 친구들이 정말 많아요. 돈때문에 정말 힘들어하죠.
제가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해본다면, 정말 위험한 도박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중세시대에 과학이란, 귀족들의 취미생활이었다는거 여러분도 잘 알고계시죠.
이것이 직업이 되는 순간, 많은 것들을 잃어버릴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정말 위험한 도박같은 일인 것 같습니다.
도박이 달콤한 이유는 커다란 한방이 있기 때문이겠죠?
실험을 통해 단기간에 정말 좋은 성과를 낸다면, 인생역전도 가능하리라 생각되요. 그렇기 때문에 "위험한 도박"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오늘 과게에 과학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과학도가 사는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했습니다.
단순히 저는 저희 실험실에 국한된 이야기만 한거에요.
그렇지만 과학도가 되고싶은 누군가에게는
이 생활을 미리 밟고있는 선배들의 현실적인 이야기가 필요할 수도 있겠다 생각했기 때문에 (제가 그랬듯)이런 글을 적어보게 되었습니다.
 
댓글을 통해서 많은 대학원생분들이 자신이 몸담고있는 실험실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 많이 적어주시면
이 글이 누군가에게 더 큰 힘이 되리라 생각되요 :)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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