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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목성의 노래 (스압)
게시물ID : humordata_11328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으앙쥬금ㅜ
추천 : 0
조회수 : 733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2/07/26 23:18:28
위에 동영상을 틀고 읽으세요
출처: http://naoki444.blog.me/

2189년 실종된 비행사의 12년간의 기록.
렌겔 하츠는 이오 탐사 중 목성의 자기권에 들어가 그 인근에 좌초했다.
그는 자급자족형 부유 콜로니에서 식이체를 섭취하며 생존했고

오랜 무중력 생활의 여파로 골밀도와 근육의 수축력이 크게 감소했으며

정상적인 지상 직립을 할 수 없었다.


화성 귀환 기지에 돌아온 이후에, 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만났다고 고백한다. 

이것은 그의 12년 간의 기록이다.

(전면에 부착된 숫자는 그의 기록 순서를 지칭한다.)





13.

시그널 데이터에 남겨진 전파 패턴이 신경쓰인다.
반복되는 시간은 2분 내지 3분.



21.
마실 물까지 녀석들에게 줘 버렸다. 
어서 열매를 맺어주었으면 좋으련만.



33.
구조대에게 계속해서 통신을 보내고는 있지만,

들려오는 소식은 목성의 전자기파 뿐이다.

 

 

 


37. 

이제 알았다. 목성의 플라즈마 진동 때문에 구조 요청이 닿지 못한다.

저 거대한 행성이 있는 한 나에게 구원의 여지란 없다.

 

 

 

44.

가니메데의 공전 궤도에 다다랐다.

조금은 자기장의 영향에서 벗어날 거라 생각한다.

 

 



88.
좋은 소식이 있다. 오랜만에 토마토를 먹을 수 있었다.

경작량을 늘릴 수 있을 것 같다.

 

 

 


189.

전송을 포기했다.

 

 









240.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다. 

분명히 목성에서 들려오는 저 에코보이스는 분명 무작위적인 자연 현상임이 당연할 텐데도,

그 중에 어느 정도 반복되는 부분이 있었다.

 

 


242.

유로파를 보았다. 얼음의 균열이 소름끼치도록 아름다웠다.

얼음, 물, 기체로 만들어진 은색의 위성. 잊고 있던 향수를 느꼈다.

 

 

 

 

 

360.

전파 패턴을 복사했다.

 

 

 

 

 


404.

의미 없는 짓이란 것은 알고 있다.

요즘은 시간을 보낼 것이 필요해져, 이런 것에 매달리고 있다.

 

 

 

 

 

 ...

 

 

 

 

 

 


음성 기록을 끝낸 후 식사를 했다. 메뉴는 교종 감자와 합성 단백질이다. 오트밀 같은 밍밍한 맛이 느껴진다. 

오트밀, 아니 오트밀은 무슨 맛이었지. 이 짓도 벌써 2년째다.

 

 

 

"5년이라구, 어이."

 

 

 

아무도 없는 우주에게 말을 건다. 아무도 없는 것은 아니다.

저 멀리, 5.203Au 떨어진 곳에는 내 고향이 있다. 하지만 내 목소리가 거기까지 닿을 리는 없다. 

말을 잊어버릴 것 같아서, 나는 끝없이 홀로 떠든다.

나는 방열 창 밖을 바라보았다. 거대한 눈이 보인다. 목성의 눈, 대적반이다.

 

가공할 공전 속도에 생겨난 줄무늬나, 수성보다도 큰 소용돌이.

멀리서는 이렇게나 아름다운데도, 그 내부는 지옥이다.

구름 상층부는 영하 110도에, 대기 평균 온도도 영하 140도에 육박한다.

태양과 멀리 떨어졌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였다.

 


질량이 조금만 더 컸더라면, 아마 이것은 제 2의 태양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면 이 태양계도 쌍성계가 되었을텐데.

도태받은 행성, 태양이 되지 못한 행성인 것이다.

 

 

 

"한 순간이라도 조용히 해줄 수 없을까."

 

 

 


의미없는 질문을 한다. 

저 플라즈마 진동이 멈춘다는 것은, 목성의 폭발이 정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되면 나는 화성의 구조대에게 신호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대답은 없다. 돌고래 소리와 비슷한 음파만 메아리칠 뿐이다. 

나는 요즘 이 전파를 분석하고 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섞여들어온 혼합 전파들을 제거하고, 반복 패턴을 정리한다.

 

 

 

"가르쳐달라구, 어이."

 

 

 

미친 짓이다. 아무런 의미도 없다. 하지만 그래도 지금 나에게는 이것뿐이다. 여흥거리가 없는 이 우주에서, 몇번이고 반복되는 검은 하늘 속에서 제정신으로는 살아있을 수 없다. 나는 미쳤기에, 미친 짓을 하는 것이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패턴 분석이 완료되었다. 예상과 달리, 이것은 완전히 같지는 않다. 바꾸어 말하면 완벽하게 다르지도 않다는 것이다.

 

 

 

 

 

...



 

 


745.

나는 이것을 문자로 치환하기 시작했다.

 

 





 

 

 

788.


문자가 되어간다. 하나의 단어가 만들어지고 있다.

 

 

 










 

 

877.

나는 과대망상증에 걸린 것 같다.

 

 

 

 

 

...




 

 

 

단어 사전을 완성했다. 이것은 목성의 언어이다.

전파 패턴을 분석하기 시작한 지 1년하고도 반이 지났다. 이제는 그것을 응용할 때가 왔다. 

첫번째 패턴과 두번째 패턴을 조율해서 만들어낸 글자. 이것을 변환기에 집어넣는다.

그리고 그 음성 모두를 모두 치환해서 결과를 만든다. 이렇게 한다면 외계인의 목소리도 번역할 수 있다.

 

그렇다, 본래는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기계인 것이다.

4년 가까이 나에게 말을 거는 저 거대한 행성의 목소리를 이제 알 수 있을 것이다. 

번역기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아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행성에서 들려오는 잡음을 포착한다고 그게 무슨 의미가 있지? 

그게 정상적인 말이 될 리가 없다. 된다고 해도 그것은 억지로 끼워맞춘 것 뿐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런 짓이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단 말이다...!"

 

 

 

계속해서 구조 메시지를 분쇄시켜버리는 저 목성의 소리가 너무나 거슬린다. 그 정체를 이제야 알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시스템 가동 스위치를 누른다. 분석한 패턴을 음성으로 바꾼다.

 

 

 










[@%#%@#...]

 

 







 

처음 부분의 목소리는 기묘하기 짝이 없었다. 실패다. 완전히 실패했다. 

아니 당연한 결과다. 이렇게 되어 버릴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이 실패는 성공인 것이다.

아하하. 웃음이 나왔다. 


이제 무슨 낙으로 하루를 보내야 하는 것일까. 내일이 막막해져온다.

 

 

 
















"...응?"

 

 



 

나는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패턴의 정보가, 평소라면 알아차릴 수 없는 그 부분이, 확실히 눈에 들어왔다. 

치환이 잘못된 것이다. 처음부터 어긋나 있었으니 안 되는 게 당연하다.


이것은 내 실수였다. 피식. 아직은 시간을 보낼 방법이 남아있는 것이다.

 

 








1124.

2차 수정을 완료했다.

 

 

 

 


 

...

 

 

 



 

"끝이다..."

 

 

 

 

 


이제 완성했다. 

최대의 변수부터 최소의 한도까지 완벽하게 보수했다. 

만일 행성의 언어가 있다면, 그 하품소리까지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가 무섭다. 이미 실패는 당연한 것이고, 어떻게 될지는 뻔하다.

나는 순간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걸로 끝이다. 4년에 걸친 내 헛짓도. 


아마 이것이 끝나 버리면 나는 삶의 의욕을 잃고서 자살할지도 모른다. 

호기심과 공포. 그 두 가지는 내 유년시절부터 끝없이 싸워왔다.

정글짐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궁금해, 나는 매번 고소공포증을 느끼면서도 위로 올랐다.

그래, 답은 이미 나와있다. 나는 아무리 무서웠어도 결국은 그것을 해내야 직성이 풀리는 녀석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우주 비행사가 되었던 것이다. 


나는 자신있게 스위치를 눌렀다. 약간의 잡음이 들려오며 번역기가 가동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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