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100분 토론>에서 각기 서로 다른 대척점에서 토론에 임했던 하재근과 진중권의 균형이 깨지고 있다. <디워>를 좋게 봐주자던 하재근 평론가가 오늘 토론후기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면서 '진중권의 말은 맞는 말'이라며 네티즌들의 일방적인 진중권 공격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이같은 하재근의 관점은 어제 토론 내내 지속된 관점이긴 하다. 진중권의 평론내용이 옳다는 전제를 깔고 , 다만 불필요하고도 소모적인 디워논쟁이 아니라 상생하는 논란이 되어야 한다고 줄기차게 강조한 하재근이다. 여기서 균형은 깨지고 있었고 오늘 하재근의 후기로 완벽하게 입증되었다.
뭐랄까. 평소 진중권과 같은 논조의 하재근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MBC가 패널섭외를 잘못했다는 것을 직감했다. '안봐도 비됴'라는 게 이런 상황인가. <디워>를 향한 진중권의 예리한 공격에 하재근은 수세적 방어와 절충을 시도하리라 여겼던 예측은 그대로 적중했다. 진중권은 몰라도 하재근은 마음으로 아끼는 후배로 여기고 있기에 그만큼 안쓰럽다.
하재근은 <디워>를 둘러싼 대중의 반응과 관련한 논점을 명확히 확립했어야 했다. 마치 전원책 변호사가 군복무가산점과 관련해 확고부동한 논지로 많은 팬을 확보할수 있었듯이 말이다. 거기에 진보적 관점이냐 보수적 관념이냐의 경향성에 흔들릴 이유는 없다.
그런데 마음 약한 하재근은 자신이 뜰수 있는 기회를 잡는 것보다 자신의 양심에 더 성실했다. 스스로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그의 지론 탓이다. 개인적으로 볼 때 아름다운 일이다.
그러나 <디워>에 대한 애정을 갖는 뭇 사람들에게는 실례를 했다. 그것도 매우 큰 실례다. 디워를 옹호해주길 바라는 위치에서 출연했다면 거기에 최선을 다해야 했다. 그 자리는 개인의 평론실력을 발휘하고 대중에게 올바른 선택을 할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평론가들에 가위눌린 대중들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측면도 있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디워>를 사랑하는 대중은 평론가들의 완성도 지적에 대해 모르는 것도 아니다. 진중권과 김조광수 등의 지적을 충분할 정도로 알고 있다. 다만 막 한 걸음을 떼고 걸으려는 아이에 대한 부모의 애정을 '애국주의'나 '애국애족 벌거숭이'등으로 모독한 평론가들에게 유감이 더 많을 뿐이다.
하재근은 바로 이런 대중의 유감을 그야말로 유감없이 전달했어야 했다. 그 전달력의 실패에 대해 사람들은 아쉬워하고 있고 진중권은 '대중이 사과한다면 받아주겠'는 기고만장으로 가버렸다. 토론에서 하재근이 아쉬운 대목이 바로 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