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단 게 배신에 데고 홀대가 야속했고 가난이 겁나고 이별이 사무쳐 한만 쌓이는 짓거리요
좌우간 버텨볼 만하다고 털고 웃어넘기는 것이 남몰래 우는 일 적립해두는 억지웃음이다
그저 빗줄기 중 한 개비로 세상에 다그쳐 와 움튼 자리가 어째서 하늘도 사치인 반지하라 하늘이 없이 살았다네
무전유죄 죄인의 세습 때문에 한 번뿐인 죽음을 비장의 도구로 여겨야 임한 위험수당 쳐진 노역을 내 대에서 끊노라
지갑이 가벼워 슬픈 속물이라 초련을 포기한 핑계가 가난밖에 없다
대를 끊는 그 심정은 얼굴이 번진 친자를 목 졸라 마음속에서 지우는 감당이었소
한 끼를 굶는 대신 내일 먹고 사는 데만 골몰하자고 어쭙잖은 장래 그리는 분신들도 싸잡아 죽였지
내 속엔 내 손에 피 묻힌 게 너저분해서 그 방증으로 각혈처럼 선명한 업보를 앓아 희망도 벅차다
그런데 잊고 살아온 줄 안 무슨 따스한 추억이 의식 언저리에 슬었길래
간혹 꿔보는 깨지 않았음 싶던 꿈에서 깨기라도 하면 정말로 죽지는 못해 눈물이 다 났다
속으로 삼킨 눈물이 천근처럼 쿵 떨어져 심장에 멍이 난 듯 숨만 쉬어도 둔탁하게 아무 때나 에인다
인정사정없이 가슴을 패야 모면하는 울화병이 뜨거워서 열기만 토해내느라 들숨이 고장 난다
기도 여는 것조차 몸이 안 내켜주는 얄궂은 거식증 도지면 아예 고꾸라져 숨이 턱 밑까지 찼다
부득이 대를 이어 빚을 얼추 갚을 즘엔 병 고치는데 약이나 한번 써보고 싶다
사랑도 우정도 비싼 처방인 것 약값 댈 엄두가 안 나서 차라리 고독했다
손마디 휘어가며 사지를 부둥켜봐도 잡히질 않아 벗을 수 없는 무거운 고독에 지친다
목청에 핏줄 세워 불러봐도 대답해줄 이 없는 시끄러운 고독에 진이 빠진다
신체의 연장선인 양 어둠의 무게를 무기력하게 느끼면 내가 밤이 된 거 같아 잠드는 일도 요원하다
짐을 청산하면 허전할지 후련할지 모르겠는 일만 한 거 달리 목적 없는 삶이라도 올 날을 살아내야 하여
공복에 우는 힘이 아까웠다 그런데도 울었다 분수에 맞는 사치처럼 소모했다
간밤에 내린 눈물에 새벽의 냄새가 비렸다
락스보다 독한지 베갯잇 얼룩은 빠지질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