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김첨지가 인력거를 휘두르자 일제 순사들 수십명이 한순간에
내상을 입은듯 피를 토하며 쓰러졌고
반경 4장 내의 빗방울이 증발하기 시작했다.
치삼이는 어안이 벙벙해 입만 벙긋벙긋 할 뿐 그를 말릴 생각은 하지 못했다.
"이....이게 대체.... 기..김첨지 자네 괜찮은건가?"
김첨지는 괜찮다고 말하려 했으나 속에서 울컥하고 무언가가 올라오는 느낌이 들어 입을 열 수 없었다.
'제...젠장, 어제 아내 몰래 먹은 설렁탕이 문제인가?'
김첨지는 그렇게 믿고 싶었다. 하지만 자기 자신도 그렇지 않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개파조사때부터 12대 문주인 나에게 까지 전해져내려온 내공이 도대체 몇갑자던가? 이까짓 내공운용으로 내상을 입을 정도는 절대 아닌것이다. 단지 김첨지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이제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하필이면 차혈(差穴)이 있는 이 장소에서, 내 스스로 봉인한 인력거에 함부로 내공을 주입해선 안되는것이었다. 한 순간의 분노로 평정심을 잃고 순사들에게 인력거를 휘두른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렇다.
이제 평범하게 인력거를 끌고, 아내와 좁쌀을 나눠먹는 일은 이제 없는 것이다.
"치...치삼이."
김첨지는 자꾸 눈물이 나오려는 걸 참으며 치삼이를 불렀다. 그래, 이걸로 된 거야. 이게 내가 가야할 길이라면,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 그래. 대체 어찌된 일인가?"
김첨지에게는 치삼이의 목소리가 아득하게 느껴졌다.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 이제 마지막이다.
"이... 이게 나의 마지막인 것 같아. 아...아내에게 설렁탕 한 그릇만.. 사줄 수 있었다면.."
김첨지가 말을 미처 끝맺기 전에 인력거에서 일어난 거대한 파동이 대기를 흔들었고, 이내 김첨지는 인력거와 함께 사라졌다.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