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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배설글) 여친 언니 남자친구들이랑 밥을 먹었는데
게시물ID : humorbest_3226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놔Ω
추천 : 195
조회수 : 9315회
댓글수 : 9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1/01/08 09:43:12
원본글 작성시간 : 2011/01/08 04:35:17
여친네 집이 세 자매.. 여친이 둘째.
어제 저녁에 여친 쪽 세 자매랑 각각 남친들이 모여서 저녁 같이 먹기로 했는데...
먹으러 가는 길에 여친이 자꾸 평소엔 안 하던 기를 살려주는 거임...
나보고 잘 생겼네, 머리 좋고 공부 잘하는 남자가 최고네 어쩌고 하면서.
나 안 잘생겼음. 그리고 머리도 안 좋음.. 그냥 공부 잘하는 머리일 뿐 나머지는 ㅄ임.
그래서 이거 왜 이래... 했지만서도 은근히 기분 좋았는데 가보니까..
큰 언니 남친 외국 자동차 회사에서 일하는데 연봉이 1억 넘음..
차도 겁나 좋은 걸 타고 왔던데..
여친 동생 남친 서울 중위권 대학 대학원생이라 뭐 학벌은 안 꿀리는데
집이 좀 사는듯. 학생인데 중형차 몰고 다니면서 시계는 태그호이어인걸 보면.
나 가진 거 머릿 속에 든 거 밖에 없음. 물론 차도 없고... 어제도 여친이랑 지하철 타고 갔음..
가보니까 여친이 가는 길에 왜 그랬는지 알 것 같았음.
나 기죽을까봐.
물론 그 자리에선 기 안 죽었음. 나는 나 나름대로 잘난 놈이고, 돈이야 지금은 없지만
평생 없지는 않을테니까.
근데.. 집에 와 책상에 앉아 책을 펴보니 은근히 초라해지는 걸 느낌.
그래서 이 시간까지 잠을 못 자고 있음.
돈 없는 게 불편한 적은 있어도 슬펐던 적은 없음. 돈이 없어도 없는 나름대로 즐겁게 사는 법을
알고 여친이랑 항상 그렇게 재밌게 지냈다고 생각 해왔음. 근데 그게 어쩌면 돈 없는 내가
여친한테 안 미안하기 위해 꾸며낸 허상은 아닌지 의심이 가기 시작했음. 어쩌면 즐거웠던 건
잠깐이었을 뿐, 집에 돌아가 언니랑 동생이랑 얘기하다보면 여친도 기죽진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물론 답은 알고 있음. 여친은 내 가난함까지 감안해서 나를 만나고 있다는 것.
그런 게 아니었으면 한번의 위기도 없이 6년이나 만나왔을리는 없다는 것.
그래도 잠은 안 옴. 그래서 평소엔 안 마시는 소주 한병 까고 이렇게 배설글을 올림...
제일 싫은 건, 자꾸 드는 나 안 만났으면 더 좋은 남자 만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바보같은 생각임.
내가 더 좋은 남자가 되는덴 시간이 좀 필요하니까... 그 시간이 너무 미안해서.
아 시발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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