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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한겨레 1면을 본다. 글을 그냥 남겨 본다.
게시물ID : sewol_322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흥부가필요해
추천 : 11
조회수 : 299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07/10 20:23:50
4월이 지나가고, 5월이 지나갔어.
 
차가운 물속에 있었던 너희와 6월의 더운 바람이 기묘하게 섥히면서
 
아픔도 서러움도 미안함도 어느새 무뎌지더구나
 
너희와는 직접적인 인연이 없으니
 
한겨레 1면을 보고서도 그냥 얼굴, 이름, 기자가 뽑아 놓은 기억할 만한 스토리를 잠시 읽어볼 뿐이다.
 
한 시간이면 어차피 이름도, 그 얼굴 그림도 잘 기억이 안나더구나.
 
내 머릿속엔 '세월호 참사'라는 담론만 남고
 
너희의 얼굴 하나하나를 들여다볼 마음이 나지는 않더라.
 
무서운 것이었을까 미안함이었던 것일까.
 
쉬이 잊어버리는 것이 못났다는 걸 알기에 비참해지고 싶진 않았던 것일까.
 
 
신문사의 대담하고 인간적인 기획에 참으로 감사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담론이 아니라 사람.
 
사람 중에서도 아직 여물지 못한 아이.
 
아이...
 
 
아이들의 얼굴이 사고가 없는데도 신문 1면에 나오는 건 대한민국에서 1년에 한 번이지. 수능날.
 
그래... 너희들도 살아있었으면 그런 사진 찍혔을지도 모르겠다.
 
온 가족이 한 사람의 선전을 기원하는 그런 날.
 
 
그래서 그냥 이렇게 생각하려고.
 
최소한 너희는 다른 곳으로 갔지만
 
최소한 다른이들은, 7월의 무더위는 너희를 잊으라 하겠지만
 
난 한겨레 1면에서 너희들 얼굴이 사라지는 날까진 너흴 응원할게.
 
 
살아 있었다면 내년 11월에 수능을 치르게 될 그 수능날
 
너희들이 살아 있었다면 어땠을까 떠올릴 거야.
 
그리고 너희들보다 어린 동생들이 너희처럼 끔찍한 비극을 다시는 겪지 않도록
 
좋은 세상 만들어 갈게.
 
 
아저씨가 착한 사람은 아니지만
 
이런 글을 남들이 보면 뭐라고 할까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래서 쓰는 거야
 
착하게 살려고, 부끄러움을 알고 살려고.
 
 
편히 쉬렴. 내일 아침에 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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