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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에 쓰는 글은 투명하다
떠다닌 바람 뒤 사라지는 물의 연관 같이 쓰나 아니 쓴 듯 필자 자신만 읽는 글이다
종이 대신 새파란 손바닥, 잉크 대신 떨어트린 눈물 몇 방울
그것이 졸필가 일생의 역작, 제목은
나 생명체가 아닌 현상으로 존재한다면 불리었을 본명
가난이었다
그만큼 투명한 게 없다
내 정체가 적나라해진다
가난 위에 쓰는 글은
바람을 쫓는 빈손
올려다본 빈손은 하늘의 무게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