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과학 선생님이 방학 직전에 말해주신 이야기입니다. 과학 선생님 친구 분 중에, 기생충을 연구하시는 분이 한 분 있어요. 어느 날은 뱀 피에 기생하는 벌레인가? 그런 걸 연구주제로 삼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연구를 위한 뱀 몇 십 마리가 실험실로 조달되게 되었죠. (아무래도 연구에 정확성을 요하다보니까 그만큼 필요했던 듯 합니다) 뱀도 구했으니, 이제 싱싱한 피를 뽑아서 사충 연구를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싱싱한 피를 뽑으려면 어째야 할까요? 뱀 대가리를 칼로 탁 쳐서 자르고, 몸을 쭉 짰다고 합니다. 탁 자르고, 대가리를 저쪽에 툭 던져놓고, 큰 통에 뱀 피를 후두둑 짜내고. 탁 자르고, 툭 던지고, 후두둑 짜내고, 탁 자르고, 툭 던지고, 후두둑 짜내고. 그렇게 몇 마리 처리를 하다 보니까, 친구분 나름대로 뱀들이 꿈틀꿈틀거리고 튀어오르고 하는게 영 불편한 게 아닙니까. 그래서 어떻게 했을까요? 뱀들을 싸그리 다 냉장고에 넣어버렸습니다 -_-;;; 뱀은 변온동물이 아닙니까. 체온이 낮게 내려가니까 애들이 겨울잠 자는거랑 비슷한 상태가 되어서, 이제야 가만히 굳어있게 되었죠. 다시 탁 치고, 던지고, 짜내고, 그렇게 몇 십 마리. 친구분이 아무래도 과학 쪽에 종사하시는 분이고, 원래 담력이 센 분이라 눈 깜짝 안하고 그런 일을 할 수 있었다고 하네요. (참고로 여자분이십니다 -_-;;;;) 아무튼 드디어 뱀 피 수집을 끝내신 그 친구분은, 큰 통에 나누어 받은 뱀 피를 실험실 옆에 있는 보관실로 옮기러 갔습니다. 혼자 하려면 아무래도 힘드니까, 조교를 불러서 같이 옮겼지요. 친구분이 그렇게 한창 이름표도 붙이고 분류하고 밀봉하고 냉장고에 넣고 있는데, 갑자기 조교가 아주 기겁을 해서 친구분께 뛰어오덥니다. 도대체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까, 조교가 아주 혼절 직전인 게, 제대로 대답도 못하고 어버버버버거리며 실험실 쪽만 가리키더네요. 왜 그렇게 기겁을 하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친구분께선 실험실로 발걸음을 옮기셨습니다. (진짜 이분 겁 없으십니다) 그렇게 뚜벅뚜벅 걸어가서, 실험실 안에 발을 들여놓고, 거기서 친구분을 맞은 것들, 그것은 주변 사물에 부딪히며 펄떡펄떡거리는 수십 개의 뱀 대가리들 이었습니다… 아까 말했듯이, 뱀은 변온동물이 아닙니까. 냉장보관되어서 가사상태가 되었던 뱀들이, 상온에서 녹으면서 다시 살아났던 겁니다. 피딱지가 묻은 수십개의 뱀 대가리가, 펄떡펄떡 뛰어오르며 서로 부딪히는 모습들. 여러분들은 상상이 가십니까? --------------------------------------------------- 출처 : 오유고게 시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