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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구름 속에서
두 동강 난 옥가락지 같은 달 하염없이 보며
언젠가 보름이 훤히 찰 때 다시 만나
꼭 맞게 끼워 드리겠다고
사실 난 갯가 바위에서 천년 뒤의 흐름을 기다린 도령이오
서늘하나 더우나 하루도 누락 없이 문지방을 나섰고
동틀 무렵의 희끄무레한 햇과 바람과 비가 다 생생하오
꼬리 긴 별빛마다 천운에 드릴 사연과 기도 놓치지 않았소
이보시오, 여인이여
그렇게 나는 천 년 전부터 이미 당신을 기다려 왔소
옥황도 이 사랑이 갸륵하였는지
어렴풋이 잇닿게 되살려주신 전생의 기억날처럼
참으로 오래 그리워하였소
상투와 부채와 저고리 내려 두고
버선도 벗고 뒷짐 풀어 반기겠다
믿을 수 있겠소?
나도 내 모습이 새삼 현대스러운 게 믿기지 않는다오
그러나 하늘은 반드시 변하지 않는다고
내 그 불변에 맹세했으니
결실이 틀어질 일 없다 믿었음이
천년 후에 그대로 하여금 지켜졌소
애만지는 손끝이 하나로 닿았소
이보시오, 여인이여
꼭 맞는 가락지 맞추러 보름 찬 바다로 갑시다
허락 준다면 긴 밤 메울 옛이야기를 들려주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