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한 해가 이제 저물어간다. 감수성을 자아내는 12월의 운치는 간데없고, 머리를 질끈 동여 맨 후 기말고사 준비를 시작한다. '내가 왜 이런 고생을 자청하고 나섰던가!!' 입 밖으론 줄곧 투덜거리면서도, 난 다시 인터넷에 접속한다.
대학을 졸업한지도 벌써 10여 년이 지난 어느 날, 물이 말라버린 우물처럼, 다 써버린 배터리처럼, 우려먹고 우려먹어 이제 끝이 보이기 시작하는 내 지식 냄비를 보면서 생각했다.
'아! 내게도 안식년이 필요하다'고...
교수도 아니고, 학자는 더더욱 아닌 평범한 보통 사람이지만, 나도 그들처럼 안식년을 주기로 결심했다. 일을 대폭 줄이고(근근히 입에 풀칠만 하기로 작정하고) , 한번 제대로 다시 배워보자고...
채근할 시스템이 없으면 유야무야 될까 해서 찾아가 등록한 곳이 바로 한국방송통신대학교이고, '잘 먹고 잘 살자!'라는 인생목표에 가장 어울릴 곳으로 편입한 학과가 지금의 관광학과이다.
등록.. 중간고사.. 기말고사... 무더위와 잠시 씨름하다가... 다시 중간고사... 그리고 이제 또 한 번의 기말고사가 기다리고 있다.
모르는 친구들은 말한다. "그거 해서 뭐하려고..?" 아는 친구들은 말한다. "야~ 재충전...나도 하고 싶은데...먼저 가서 기다려라..." 바람에 휩쓸려 같이 등록한 아줌마 친구들은 말한다. "야~ 너 땜에 내가 이 왠 고생이냐!!!" 하지만 나는 안다. 그들의 투덜거림에는 애정이 묻어있음을... 무료하고 덧없는 일상에서 꺼내줘서 한편으론 고맙다고 말하고 있음을...
1년을 다녀보니 어떠냐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글쎄...좀 버겁긴 했다고... 하지만 그 말은 맞더라고... '아는 만큼 느낀다!' 사실, 그것 때문에 다시 공부하기로 했었다. '아는 만큼 느끼는 게 맞나?'
인덕을 좋아하되 배움을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사람들에게 우롱 당하는 것이고, 지혜로움을 좋아하되 배움을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방탕해지는 것이고, 성실함을 좋아하되 배움을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남에게 이용당해 오히려 자기를 해치는 것이고, 솔직함을 좋아하되 배움을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말이 날카로워 다름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고, 용감한 것을 좋아하되 배움을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난을 일으켜 화를 자초하는 것이고, 강함을 좋아하되 배움을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망녕되게 행동하는 것이다.
- <논어> 중에서 -
난 지구별에 여행온 관광객이다. 그 관광객이 아는 만큼 느껴보려 공부를 시작했고, 그리하여 관광학과가 인생 프로젝트 No.2가 되었다. 공부하기..아는 만큼 느끼기...느낀 만큼 경험하며...지구별 여행하기... ...... 학창시절 공부를 그다지 잘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던 내게 하나의 도전이 시작되면서, 이젠 더 큰 인생 목표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10개 학과에 한번 도전해 볼까?" 여차하다간 백 살까지도 살게 된다던데... ^^;;
물론 우리는 항상 뭔가를 배우고 있다. 어딘가에 등록이 되어 있던, 그렇지 않던 간에, 수업은 계속되고 있다. '인생수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