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석이 눈을 떠보니 기숙사 방안이 어두컴컴했다. "야 뭐야.불켜." 후배와 동기들이 이야기를 하다가말고 말한다. "형 일어나셨어요." "형. 정전되서 불을켤수가 없어요." 눈을 몇차례 비벼대자, 창문으로 들어오는 달빛말고는 이 방안에 어떤 빛도 없다는것을 알았다. "아 뭐야. 갑자기 왠 정전이야." "잘 모르겠어요.." 시무룩하게 대답하는것은 후배중 한명인듯 하다. "야 피곤하냐.목소리가 왜그래." 내심 걱정된다. "아니에요. 얘기중이었어요." "그래? 무슨얘기중이었냐. 나도 좀 껴줘봐." 상체를 일으켜 앉는다. 방안이 춥다. "아오..야..춥다..이불하나 줘봐." 누군가 이불을 던진다. "그럼 얘기 계속 할게요." 다시 얘기가 이어진다. 이야기의 주제는 주로 자신이 겪은 이상한 일들이었다. 방안에 서너명이 돌아가며 이야기를 한다. 원석의 차례이다. "비오는날 밤이었는데.우리누나가 방에서 TV를 보다가..갑자기 소리를 꽥 지르는거야." 대답들이 없다. "듣고있어? 그래서 아빠랑 나랑 도둑든줄알고.. 야구방망이들고 막 달려갔다? 듣고있냐고." "네.듣고있어요." "응.근데 달려갔는데 누나가 방 한구석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덜덜덜 떨고있는거야." "네.듣고있어요." "그래서 내가, '왜그래 뭐야!' 그랬는데 누나가 창문쪽을 가리키믄서.." "네." "저기..창문에..빨간모자쓴 아저씨얼굴.." "네." "이러는거야.." "그래서요.?" "근데 그방이 2층이었거든? 그리고 옆건물이랑 간격도 멀어." "네." "그게 그때는 생각 안나고 그냥 '도둑이다'싶은거야." "네." "그래서 창문밑이랑 혹시 옆에붙었나 해서 옆에랑 다 봤는데 아무것도 없었단 말이야." "네." "근데 나중에 생각해보니깐 존나무서운거야..뭐였을까." "형." "어. 왜.?" "그때 창문 위에는 안보셨어요?" "....." 잠시후 원석은 다시 입을뗀다. "허...허....야...아 .야 존나무섭다 그얘기 들으니까.." 그때였다. 복도에 달린 스피커가 방문을 뚫고 방송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보조 전력 동원으로 1~2분간 전력이 들어옵니다. 최대한 빨리 복구하도록 하겠습니다." "야 전기들어온댄다.1분동안만." 대답들이 없다. "야 뭐해 심심한데 불켜지면 짐챙겨서 나가자. 나가서 놀자." 파직. 전기가 들어왔다. 원석은 방안에 혼자였다. 갑자기 공포가 원석의 손을 적셨다. 원석은 움직일수가 없었다. 원석은 이불만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1분도 채 되지않아 다시 전력공급이 차단되고, 방은 다시 어두워졌다. 원석은 아직도 움직일수가 없었다. 원석은 눈만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다. 눈이 어둠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을때, 시무룩던 후배의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려온다. "형. 하던얘기 마져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