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장례 행렬
게시물ID : panic_323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허밍
추천 : 7
조회수 : 314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08/12/08 14:08:35


이 이야기를 체험한 S씨는
장소, 아니, 장소를 짐작할 수 있을 만한 것도
절대로 밝히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이 체험은 그 마을 특유의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 S씨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이야기다.

저녁때, 놀러가려고 현관을 나섰는데
현관 앞의 길에 웬 행렬이 있었다.
그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다이묘(大名 : 영지를 가진 영주)
행렬인가 생각했다고 한다.

집안 문장이 새겨진 카미시모(1.裃 : 무사의 예복)와
예복으로 몸을 감싼, 몇십 명이나 되는 남자들의 기나긴 행렬.
하인같은 차림새를 한 남자들도 있었는데
그들은 각자 손에 창이나 일산(2.日傘 : 큰 양산), 옷 상자를 들고 있었다.

또, 그 남자들이 입은 옷은 하나같이 검은색이었고
머리에도 검은 세모 모양 벙거지(3) 같은 것을 쓰고 있었다.
얼굴은 모자 그림자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그런 것인지
모두 검은 베일을 쓴 것처럼(4) 새까맸다.

그런 행렬이 현관 앞길에 서서 한 발도 움직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 길은 논에 둘러싸인 외길이었는데
S씨의 집 앞에서 L자 모양으로 꺾어져
계속 가면 산중턱에 있는 묘지밖에 나오지 않는 길이었다.

그 행렬은 L자로 꺾어져서 묘지를 향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행렬 중간쯤에 있는 남자들이 어깨에 멘 나무통 같은 것은
옛날에 쓰이던 관 같기도 했다.

그러나 S씨는 그 행렬 자체보다도
그 남자들이 미동조차 하지 않는 것이 더 기묘하게 느껴졌다.

"아빠, 이상한 사람들 행렬이 있어! "
뒤돌아서 집 안에 있는 아버지를 불렀다.
그러자 아버지는 S씨 쪽을 힐끗 보고,
"아, 그건 신경 안 써도 된다. "
라고 대답했다.

S씨는 속으로 '신경쓸 필요가 없나……?' 하고는 다시 길을 봤는데
어느새 그 행렬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었다.

그리고 2년 후, 같은 계절의 어느날 저녁때.
학교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다가
2년 전처럼 묘지가 있는 언덕을 향해서
그 행렬이 서 있는 것을 친구와 둘이서 목격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소리를 질렀다.
"앗, 또 있다! "
친구도 예전에 그 행렬을 봤던 것이다.


여기서 잠깐. 이 책에 있는 이야기는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필자 두 명이 다양한 사람들에게서 기묘한 체험담을 듣고
그것을 수록한 것이다.

그런데 이야기 내용이 내용이니만큼,
취재 중에 필자 자신들도 상당히 불가사의한 체험을 했다.
우리의 그런 체험을 덤으로 들려드리려 한다.

이런 일이 있었다.
젊은 만담가 M씨라는 여성이 엄청난 체험을 했다는 말을 듣고
M씨 본인과 인터뷰를 했을 때 생긴 일이다.

M씨가 출연하는 오사카 도톤보리(道頓堀) 나니와자(浪速座) 극장
근처의 찻집에서 M씨를 소개해 준 탤런트와 함께 만나기로 했다.
약간 늦게 온 M씨는 "사실, 이 얘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아요." 라고 하면서
그래도 자기를 소개한 탤런트의 체면을 생각해서
그 '얘기하고 싶지 않은 체험담'이라는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이야기가 시작된 순간,
M씨 앞에 놔둔 녹음기가 이상해져서 파직 소리를 내며 정지된 것이었다.

"어라? 건전지가 다 됐나? "
내가 그렇게 말하며 녹음기를 손에 쥐었을 때,
"그치만 그 건전지, 새거였어요. "
라며, M씨를 소개해 준 탤런트가 파랗게 질렸다.

그렇다. 확실히 나는 새 건전지를 사서
M씨를 기다리는 동안에 그 탤런트의 눈 앞에서
건전지 포장을 뜯고 녹음기에 넣었던 것이다.

어쨌든 일단 예비 건전지를 넣었다.
그러자 정상적인 녹음상태로 돌아와서
곧바로 M씨의 그 체험담을 녹음할 수 있었다.

그런데 M씨를 보내고, 소개해 준 탤런트와 함께 돌아가던 도중에
"그때는 좀 쫄았지?" 이런 말을 하면서
녹음했던 테이프를 재생시켜 보았다.

그리고 그때, 나와 그 탤런트는
무의식적으로 서로 상대방의 얼굴을 마주봤다…….

테이프에 M씨의 목소리가 전혀 녹음되지 않았던 것이다.
깜박 잊고 녹음 스위치를 누르지 않은 건 아니었다.
왜나면, 찻집 안의 잡음과 찻집에 틀어놓은 음악, 그리고
내가 흠, 흠 하면서 맞장구를 친 소리는 또렷이 녹음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M씨의 목소리만 전혀 들리지 않았다.
그것도, M씨가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했던 이야기만 그런 것이었다.
다른 이야기, 그리고 아무 상관없는 잡담은
M씨 특유의 큰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며칠 뒤, M씨에게 전화를 해서
다시 '그 이야기'를 취재하기로 했다.
녹음기가 정지했다고는 하지만
사실은 아무래도 내가 M씨의 이야기에 집중을 안했는지
자세한 내용을 기억하지 못했던 것이다.

아마가사키(尼崎)시에 있는, M씨의 어머니가 경영한다는 술집에서
M씨를 만나서 이번에는 무사히 녹음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집에 도착해서 그 테이프를 재생하려고 했더니
카세트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가벼운 고장이라면 고칠 수 있을 것 같아서
드라이버로 카세트의 나사를 풀고 내부를 열어봤지만
원인은 알 수가 없었다.

"수리를 맡기는 수밖에 없나……" 하고 무심코 책상을 봤는데
방금까지 분명히 거기 있었던 나사가 하나도 남김없이 사라진 것이었다.

사실은, M씨에게 취재를 부탁하고 나서
길이 엇갈리거나 스케줄 착오, 또는 긴급한 볼일과 겹쳐서
실현하는데 반년 가까이 걸리기도 했고,
이건 역시 공개하지 말라는 뜻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 이야기는 이 책에 수록하지 않았다.

또, 키하라(木原)와 나카야마(中山), 두 저자가 정보 교환을 할 때도
녹음기 작동램프는 켜져 있는데
카세트가 끼릭끼릭끼릭 하는 묘한 소리를 내면서 정지하고
그 카세트를 손으로 잡은 순간,
건전지가 카세트 뚜껑을 부수면서 퐁 튀어나오는 일도 있었다.

그리고, 녹음한 이야기는 워드프로세서로 쳐서 디스켓(5)에 저장한다.
(※ 이 책은 1998년에 출판되었다.)
그런데 그 디스켓이 좀먹어서 없어지는 일도 있었다.
즉, 어떤 이야기만 지워지고 다른 이야기는 제대로 저장되어 있는 것이다.

편집 담당자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편집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런 일은 절대로 있을 수가 없어요. "

결국 그 삭제된 이야기도 이번 책에 싣지는 못했다…….

괴담 신미미부쿠로 펌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