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서먹서먹하던 우리인데 같은 과 활동을 하며, 같은 수업을 들으며, 옆자리에 앉으며 우린 자타공인 '친한 친구' 가 되었어 연락도 자주 하고, 밥도 같이 먹고, 카페도 가고, 가끔 주말이면 놀러도 가고
난 너가 좋았어 여자애치고 덜렁대는 나, 남자애치고 섬세한 너 너는 항상 날 챙겨줬지 항상 먼저 다가와줬고, 먼저 말을 걸고, 무슨 일이 있냐는 그 말 한마디가 나에겐 너무 큰 힘이 됐어 그러다보니 친구, 그 이상의 존재가 되더라 이성적인 관계 말고 하나의 정신적 지주처럼. 의지하게 되는 존재. 그렇게 혹시 너가 버거울까 싶어 조금은 조심스럽게, 너에게 익숙해져갔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라. 너가 날 좋아하는게 아닌지. 정말 갑자기. 생각은 생각을 낳고 착각을 낳고 그러고보니 넌 정말 날 좋아하는 것만 같았다.
그 뒤로 우리 사이는 묘해졌어. 나만 그렇게 느꼈는진 몰라도 사귀는 사이도 아니면서,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재봤었어 누가 먼저 연락하나 보자, 하루 이틀 내가 먼저 연락하고 그 뒤로 안부가 궁금해도 먼저 연락하지 않았어. 너한테서 하루종일 연락이 없는 날은 아무리 좋은 일이 있어도 마음 한 구석이 먹먹했어. 혹시 너가 문자를 했는데 내가 늦게 볼까봐, 매너모드까지 풀어가며 핸드폰을 손에 쥐고. 너도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레 하며.
이게 뭐하는 거야 싶다가도 핸드폰에 뜨는 니 이름 세 글자에 나는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길을 가다가도, 다른 친구와 심각한 대화를 하다가도, 버스 안에서도 웃어버려. 계속.
근데 우리가, 계속 이럴순 없잖아 너는 곧 군대를 가야하고 나는 또 내 미래를 준비해야하잖아 차라리 우리가 서로의 마음에 확신이 있다면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훗날 우리가 좋은 관계로 발전할 것을 기대할 수 있을 텐데 그래서 난 너를 계속 기다릴 자신도 있는데
확신이 없어. 너의 마음에 확신도 없고 내 마음에 확신도 없고 너에게 확신을 줄 수도 없어.
그러면서도 너가 다른 사람을 만난다는 건 싫고 내가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도 싫어. 그러기가 참, 힘들어 나는.
이런 말을 너에게 해주고 싶어 그런데 해줄수가 없어 미안 아무런 용기가 없어서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곳이 여기뿐이구나 너가 닿지않을 여기뿐이구나 언제까지 이렇게 너를 피해 피해 피해 나를 표현할까 나는 니가 좋아 좋아 좋아 함께라서 행복하고 좋아 즐겁고 소중해 좋아 좋아 그래서 자꾸만 만나고 싶고 만날 수 없으면 자꾸만 소통하고 싶어 문자 하고 싶고 전화 하고 싶고 너의 안부 너의 생활 다 알고 싶고 너의 힘든 것 다 듣고 싶고 나의 힘든 것 다 말하고 싶고 나누고 싶고 나는 그냥 니가 좋아 너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음 좋겠어 그리고 그런 확신이 있었음 좋겠어 서로가 서로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