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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간 위계질서 붕괴 현상'의 이중성.
게시물ID : military_32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whathell
추천 : 11
조회수 : 2724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2/07/29 23:21:40

밀게를 읽다보니 고문관 선후임 이야기며, 복무 부적응자 얘기가 나와서 쓰게 되는 개인적인 의견임.

날씨가 더워서 정신줄을 놓았으므로 반말체..(미친거 아니냐고들 하겠지만, 이렇게 쓰는게 단조로움을 피할거 같은 생각ㅋ)

본인은 2년 채 안되는 군생활을 한 소위 '신세대 장병' 시대에 복무를 했음. (2008~2010)

어찌보면 80~90년대 선배님들은 당연하고 00년도 선배님들 앞에서 이런 주제로 얘기를 하는것이 건방질 수도 있고 우스울 수도 있지만

워낙 요새 화제가 되는 얘기들이라, 본인의 지극히 개인적인 소견을 써보자 했음.

"병사간 위계질서 붕괴 현상"이라...후임병이 선임병에게 "한번 영창 가보실렵니까?", "한번 험한 꼴 당해보시렵니까?" 등의 하극상은 물론

법정 다툼까지도 가는 상황이라고 들었어.

"내가 알기론 그렇다/안그렇다." 라는 발상이 얼마나 편협된 생각인지 본인도 알고있어. 내가 이 글을 쓰면서 어찌보면 편협된 성향이 드러날 수도 있어. 하지만 난 내가 느낀 최소한의 경험과 생각을 적는거니까 "이런이런논리는 맞지 않습니다." 라는 형식의 태클은 환영할께.

하지만  "그때도 병신은 있었습니다.", "요새 그러는 사람 없습니다.", "제가 경험하기론 아닌데요." 라고 반박하면서 태클거는건 사양.

 

이 얘기를 쓰기 전에 우리 아버지 세대의 군대 얘기부터 쓸께.

우리 아버지들이 군복무를 했었던, 70~80년대에는 가혹행위가 대단했다고 했어.

매일 밤마다 폭행이 이루어지고 각종 가혹행위(원산폭격, 팬텀, 치약뚜껑에 머리박기 등)와 욕설은 물론이고, 병영 부조리(선임 전투화 닦기, 식판 닦기, 빨래/다림질 하기 등)이 판을 치던 시대였대. 이 얘기는 아빠들에게 여쭈어보면 금방 알거야.

실제로 내가있던 부대의 대대주임원사도 그 얘길 했어. 잘못맞아서 이가 부러졌는데 아프다는 말도 못하고 끙끙대다가 혼자 뽑아버렸다고.

당연히 후임은 선임의 권위에 자발적/반강요로 수긍할 수 밖에 없었지. 어찌보면 대접을 받는건 사실이였으니까.

 

내가 복무를 했던 2008년도..한창 신세대 장병들이 입대를 했을 시기라는 얘기가 있었어.

물론 나도 그 중에 한명이였지. 처음 이병 계급달고 자대배치 받으니까 왜 군대가 힘든건지 알것 같더라고.

훈련소는 몸이 좀 힘들어서 그렇지, 마음은 정말 편했어. 힘들어서 동기들이 힘내라는 말 한마디에 힘나고, 서로 도와가면서 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자대배치는 아니였어. 선임들 눈치 봐야하고, 하소연하고 물어볼 동기들도 몇 안됐으니 말이야.

그러다가 '소원수리'라는걸 하더라고. 내용은 대충 이랬어. "병사간에 가혹행위 하는것을 본 적 있는가?", "가혹행위를 당한적이 있는가?" 등등.

그 질문중에 "같이 근무를 나가고 싶지 않은 선임은?" 이라는 질문이 있길래, 내 위 일병애를 적었어. 난 그저 솔직한 생각을 쓴거였어.

생활관에서 애들한테 욕하고 라이터 안나온다고 애 싸다구 때리는 애였는데 같이 근무를 나갔다간 나도 험한꼴 당할거 같더라고.

근데 그게 함정이였어-_- 비밀을 보장해준다는데 개뿔. 중대 내에 소문이 쫙 퍼지더라. "개념없는 이병이 일병 찔렀다." 라고. 어이가 없었어.

쓰라고 해서 쓴건데 이걸로 지랄을 하니까 말이야. 분명 보충대에서 군종장교 중에 법사님이 그랬어.

"요새는 가혹행위가 적발되면 주변에서 보고있던 애들까지 같이 묶어서 다이다이 할 수 있습니다. 신고자의 신변은 보장됩니다."라고.

하여튼 난 반강제적으로 소원수리 설문지를 다시 작성하는 수밖에 없었어. 주변 선임들에게 쌍욕먹고

내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마당에, 말년병장 하나가 와서 얘길 해주더라. "이제 자대배치 받은지 한달도 안되었고, 선임들 누구있는지만 알았지 그 선임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모르고, 단지 보이는것으로 선입견을 가지는것은 굉장히 안좋다. 예를들어, 선임 하나가 "너 첫인상이 안좋다."라고 대놓고 말하면 넌 기분이 좋겠냐. 알고보면 네가 배려심 많고 착한 애일수도 있지않느냐." 라고. 쌍욕 100마디 보다 이 말 한마디가 진짜 와닿았어.

내 자신이 창피해지더라고. 겉으로는 험악하게 생기고, 근무 내내 갈구지만 근무 끝나면 PX데려가서 먹일거 다 먹이는 선임들을 만나니까 와닿았어.

그렇게 짬을 먹고 후임이 하나 둘 씩 들어오기 시작했어. 중대 내에서의 위치는 후달렸지만 후임이 생겼다는거 자체가 너무 신나는 일이였어.

나에게 사사로운것 하나하나 물어보는게 귀찮지도 않았어. 하지만 달콤한은 잠깐. 튀는 애들이 나오기 시작했어. 어찌보면 나와 같다고 봐야지?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렇게 해야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등등. 설명해주는건 한두번이지 화가 나더라고. 그때야 알았어.

"나때문에 선임들이 얼마나 답답했을까.."라고. 문득 생각을 해보니 결론이 이거였어.

"왜 훈련소에서는 병영부조리 신고할 수 있다는 얘길 엄청 자주하고 심지어 화장실 칸막이에도 붙어있는데 자대배치 받아서 선임들과의 관계향상이나 관계개선같은건 가르치지 않는걸까." 물론 조교들이 병영생활하는데에 일일이 지적해주긴 했지만 보는눈이 적다보니 제대로 배울 수 없었던거야.

속칭 "자대가서 제대로 배운다." 라는 말이지. 그렇다고 자대 사정이 나은거 같진 않았어.

"감히 이병이 선임들에게 말을걸다니."라는 악습이 존재했고 "한번만 가르쳐준다. 알아서 배워라."라는 식의 교육이였어.

 

그렇게 짬을 먹어서 어느정도 중간 계층이 되었을때도 후임병으로 골머리를 썩었어. 뭔 이상한 비전캠프니, 이등병캠프니해서 이상한 캠프가 막 생겼어. 아예 신교대 퇴소 후 그 캠프에 1주일 생활을 하다가 자대배치를 받더라고. 물론 이제 막 군생활 시작하는 이등병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것은 좋다 이거야. 근데 그 자신감이 "사랑받는 후임이 되는 방법" 이 아닌, "병영부조리를 신고하는 방법"이 되는거 같아서 한편으론 서글프지만, 몸사리게 되더라고. 처음에 철없을 당시,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애들이 있는것은 알겠더라.

 

근데 내가 후임일때랑, 선임일때의 차이는 분명 존재했어. "선임병의 대접"차이야. 과거의 선임병, 특히 병장급은 간부들도 함부로 터치를 못했어.

"ㅇㅇ병장이 알아서 해봐라.", "1분대장이 지휘해라."라는 식의 지도였는데, 어느새인가부터 선임병에게 책임감과 의무 뿐만이 아니라 똑같은 행동을 할것을 요구했어. 아마 간부들의 결론은 이거였나봐. "자꾸 가혹행위가 생기는 원인이 뭘까 했는데 선임병들이 느끼는 권위의식이 문제다!" 라는.

항상 간부들은 이랬어. "너네 상병장들이 가장 문제야! 병사는 계급에 관계없이 모두 동등한 존재다." 라는. 정말 콧방귀 뀌는 문제지.

사단장의 눈에 볼때에는 막 임관한 하사나, 중사나 똑같이 보일거라고 콧방귀 꼈어. 사람은 다 그렇잖아. "자기가 속해있지 않으면 남의나라 일이고, 관심밖의 일이다.". 그뒤로 선임병도 후임병과 똑같은 작업을 할 것을 지시했어. 분대장 교육대를 가면 이런 내용을 배운대.

"분대장은 계급/직책이 없다. 분대원들과 동등한 권리를 지니며 지휘/지도의 책임을 지닌다." 라고. 물론 선임들이 이빨만 까고 탱자탱자 놀라는건 아니야. 같이 나가서 작업하는것을 봐주고 지도를 하라는거지. 근데 이게 부작용을 낳더라. "선임 하는만큼만 하자." 라는 인식이 박히기 시작했어.

작업량이 균등하게 할당되지 못하면 "왜 1분대는 우리보다 양이 적습니까?" 라는 불만이 나왔어.

 

선임층이 되고 나서도 그런 아이들은 엄청 많았어. 후임병들을 때리지는 않았고 얘기를 진지하게 해봤어. 애들 생각이 이거더라고.

"사회에서는 별 얘기 안했던 행동들인데, 군대라고 괜히 못하게 하고 뭐라 하는거 같습니다." 라고.

해줄 수 있는 얘기는 "군대는 계급사회라 명령에 따라야 하는것이 당연하고, 일부 행동들은 사회에서도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다. 또한 누가 봐도 부조리 한 행동을 겪게 하는것은, 이게 부조리라는것을 느끼고 나중에 후임들에게 반복하지 않게 함을 위한것이다."라는 식으로 얘길 했어.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이런 행동을 하면 선임들이 좋아한다." 라는 얘길 못해주고, "한번 더 그러면 죽인다."라는 식으로 얘기가 나올 수 밖에 없는

병영생활이 안타까웠어.

 

지금은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겠어. 전역하고 나서 '밴드오브브라더스'를 보니까 병사간에 명령체계가 확실하고 휴식할 때에는 형제같은 모습이 보기 좋더라고. 아마 간부들은 이런 모습을 원했는지나 모르겠어. 하지만 막상 병사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본다면 골때리는 애들은 분명히 존재할 것이고

어찌보면 아버지 세대부터 악습이 이어져 내려오는것을 정화없이 그대로 행하는 선임, 그대로 받아들이는 후임들이 문제일 수도 있어.

"아 군대는 원래 이런곳이구나. 후임때는 원래 이런거구나."라고 위기의식 없이 받아들이고 "내가 후임때도 당한것이니 너네들도 당해도 된다."라는 식의 세습도 안좋은거라 생각은 해.

물론 점점 보이스카웃화 되가는 군대를 보고 있자니 답답한 생각도 드는건 사실이야.

'군필자'라는게 어찌보면 양쪽에 날을 세운 양날검 같은 존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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