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정말 한 번 살려주소" KBS에 통사정
[조선일보 안용균 기자]“한나라당이 예의 지킬만한 정신조차 없소. 정말 한 번 살려주소”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준비 중인 이상득 사무총장은 19일 KBS의 안동수 부사장과 만난 자리에서 애원조로 통사정을 했다. 이 총장은 전날 KBS 등 주요방송사가 한나라 대표경선 후보들간의 합동토론회 중계 요청을 거부한데 대해 “긴말로 옳다 그르다 말 않겠소. 그냥 한번 좀 봐 주소”라고도 했다. 10년이 넘게 대기업의 CEO를 지낸 국회 145석 제1야당의 사무총장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총장의 거듭된 요청에 안 부사장은 “형평성 문제도 있고, 총선을 앞두고 민감한 방송을 하는 게 부담스럽다”고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70을 앞둔 이 총장이 울상으로 한숨을 쉬자 동행했던 전여옥 대변인이 나섰다. 전 대변인은 “방송 중계 안하기로 했다면 어떤 회의에서 어떻게 결정이 내린 것인지 알고 싶다”고 했지만 “남의 회사 회의과정을 세세히 묻는 것은 실례 아니냐”고 면박만 당했다.
국회 문광위 간사인 고흥길 부총장이 “중앙선관위에서도 (합동토론회 중계가)위법이 아니라고 유권해석을 내렸다”며 “국민들도 누가 야당 대표로 나서는지 알 권리가 있는 것 아니냐”고 설득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한숨만 쉬던 이 총장이 마지막으로 “방송사에서 ‘이런 말 하지 마라’고 가이드라인을 잡아주면 그대로 따르겠다”고 했지만 안 부사장은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으로 상황을 정리했다.
한나라당 ‘항의방문단’의 방문이 끝나갈 무렵 이번엔 ‘KBS 노조원’ 10여명이 회의실 앞에 도열해 “차떼기당 한나라당은 방송탄압을 중단하라”, “거대야당은 편집권 압박을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일부 노조원은 회의실 안으로 들어와 “예정도 없이 찾아오는 바람에 경영진과의 한 시간 동안 회의를 못하고 있다 지났다. 빨리 말 마치고 돌아가라”고 소리쳤다.
노동운동가 출신의 김문수 의원이 “우리가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난동을 부리는 것도 아니고 여러분의 부사장과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것이 아니냐. 나도 강성노조를 해봤지만 이렇게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대통령을 탄핵시킨 당이 왔는데 그게 압력이 아니냐”는 말만 돌아왔다. KBS 별관을 나서는 이 총장은 “야당 국회의원 참 처량하네” 혼잣말로 중얼거렸고 “오뉴월의 개도 이보단 낫겠어”라며 씁슬해 했다.
(안용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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