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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수정
이지수와 헤어진 뒤에 집에 잠시 들렀다가 보모가 챙겨주는 저녁을 먹고는 다시 밖으로 나왔다.
이지수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걸렸기 때문이다.
흡혈귀(吸血鬼)
본래는 전승되는 바에 의하면 동양 3국에 전승되는 구미호와 같이 동유럽 국가에 내려오는 전승 중 하나로서, 루마니아 지방에 내려오는 판타지적 소재로는 꽤나 유명한 귀신(鬼神) 중 하나다.
그것이 퇴마사로서 가장 골치 아픈 점이었는데, 사실 흡혈귀 문자를 사용해 역사를 기록하는 역사 시대 이전부터 존재해오고 있었고 세계 각 국에 전승되는 이야기 속에서 흡혈귀 모티브를 가진 전승을 찾아 볼 수 있을 정도로 널리 퍼진 종이었다. 그 흡혈 본능 덕분에 인간에게는 마(魔)로 취급받아 역사를 지나오며 많은 수가 어둠속으로 파고들어 있지만 지금도 존재해오고 있는 고대종이다.
그리고 그들의 퇴치에 있어서 성가신 점이 있었다. 그건 흡혈귀 같이 귀(鬼)로 취급 받는 녀석들이 세상의 인식에 따라 그 능력을 달리한다는 점이었다.
사실, 본래의 흡혈귀는 글자 그대로 피를 빠는 귀신이었을 뿐 현대의 전승과 같이 박쥐나 늑대 등의 동물로 변한다거나 안개로 변하고 무지막지한 괴력을 가진다던가 하는 괴물은 아니었다.
그저 인간의 또 다른 종 일 뿐이었다.
하지만 오랜 세월 여러 전승들을 거쳐 오며, 사람들이 흡혈귀에 갖가지 속성을 부과함에 따라 흡혈귀는 본래와 다른 능력들을 지니게 된 것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 역시 퇴마사로서의 교육을 받을 때 들은 내용의 일부다.
얼핏 들은 바에 의하면, 지구라는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인간이기 때문에 오랜 세월 인간이 그렇다고 인지하고 있으면 세계는 서서히 그러한 방향으로 바뀌어 간다고.
이 원리는 실제로 마법을 구사하는 원리와 같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마법을 포함에 전투에 관련된 것은 부모로부터 배운 적이 없다.
다시 흡혈귀 이야기로 돌아가면,
흡혈귀라는 전승이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있는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전승이었기 때문에 흡혈귀가 지금과 같은 강력한 존재가 되었다고 하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박쥐나 늑대로 혹은 안개로 변하고 강력한 괴력을 가지고 있으며 피를 빨린 자는 흡혈귀의 수족이 된다는 그런 전승.
이런 존재였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바티칸의 사도들은 이들과 겨루어 왔다고 한다.
소문에는 ‘역사상 존재하지 않는 도시’ 가 되어버린, 바티칸의 ‘소멸’ 판정을 받은 도시가 꽤 있다고. - 부모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어쨌든 흡혈귀라는 존재를 알고 있는 당사자로서 낮에 이지수로부터 전해 들었던 흡혈귀에 관한 소문은 단순히 헛소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할 일이 없었던 밤의 거리를 걸어 다녔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일반적인 것이 아닌 존재에 흥미가 끌려서 나왔다고 보는 편이 옮다.
그것을 보기위해 나는 집에서 나오면 있는 오르막길을 올라 상가지구가 있는 곳으로 갔다.
이 지역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이었기 때문에 그곳이라면 혹시나 마주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했기 때문이다.
흡혈귀 같은 곳이 다닐 만한 어두침침한 골목을 찾아다니려면 아파트 정문으로 나가야 하지만 어쩐지 ‘느낌’ 이 흡혈귀가 그곳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고 있었다.
퇴마사 가문에서 ‘재능’ 으로 파문당해버린 내 재능은 나 스스로도 믿을 만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차피 취미에 가까운 활동이었는지라, 이번 만큼은 감에 맡겨보기로 했다.
또, 흡혈귀는 어두운 곳에서 나타난다곤 하지만 번화가에서도 흡혈귀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그 반대의 보장은 없으니까.
“흡혈귀를 내가 알아볼 수나 있으려나?”
부모에게 내 쳐졌을 때는 아직 신체가 다 발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직접적인 퇴마 기술은 배우지 않았으나 귀(鬼) 나 마(魔)에 대한 특성을 배웠다.
옛이야기를 듣는 형식으로 배웠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설명해보라면 제대로 설명 할 수 있을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전에서 지식을 써 본 적도 없기에 어디까지나 자료 일 뿐 정보가 아니다.
흡혈귀에 관련된 전승도 그와 같다.
일반적인 음식점의 불들이 하나 둘 꺼지고 호프집들의 네온 전광판이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일반 중, 고등학교가 근처에 있어서 그런지 그렇게 노골적으로 술집이 눈에 띄는 편은 아니었지만 낮에 거리에 비해 인적이 크게 줄어 든 편도 아니었다.
겉으로 들어나 있지 않을 뿐 술집이 지하나, 건물 중심부의 위치해있다는 것의 반증이기도 하다.
이런 거리에서는 하늘을 올려다보면, 별은 보이지 않지만 그 대신 수많은 네온사인이 이 거리의 보잘 것 없는 야경을 장식하고 있을 -
“없어 - ?”
켜져 있어야 할 터인 하늘에는 꺼진 네온사인들뿐이었고, 하늘은 무서우리만치 으스스한 보라색의 무언가로 뒤덮여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다.
조금 전 까지 사람들로 가득했던 주점에도
조금 전 까지 웃고 떠들던 소리로 가득했던 이 거리도
지금은 아무것도 없었다.
주점은 텅 비어 있었으며 거리에는 사람의 모습이라고는 조금도 찾아 볼 수 없었다.
거리의 네온사인은 모두 꺼져 있었다.
그야말로 인기척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상태.
그 스산함에 소름마저 끼쳤다.
거리 한복판에 -
본래라면 사람들로 가득 차 있을 거리 한복판에 -
한명의 여자가 서 있었다.
하지만, 조금 전 까지 저기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니, 사람으로 가득 차있었다.
그 존재를 인식하고 호기심에 가까이 가려고 했을 때
발이 움직이질 않았다.
그 것의 앞으로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다.
본능조차 어째선지 다가가지 말라고 하고 있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가만히 서 있는 ‘그것’ 으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달리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가만히 서 있는 존재에게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집나갔던 이성이 다시 제 위치를 찾아 겨우 겨우 상황 파악이라는 것을 조금이나마 하기 시작했을 때가 되서야 본능에 휘둘려 멋대로 움직이고 있는 발을 멈출 수 있었다.
손의 떨림은 진정되지 않았다.
“당신, 대체 누구야?” 평소의 이 거리라면 이정도 소리는 들리지 않았겠지만, 아니 확성기를 들고 외쳐야 겨우 들리는 수준이었겠지만 사람이고 기계고 텅 비고 멈추어 버린 이 고요함 속에서는 내 목소리가 들렸을 것이다.
들렸을 것이 분명 한 대도,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서 있을 뿐이었다.
붉은 무엇인가가 날아왔다.
우습게도, 나는 가장 한심해 보이는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것 밖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으니까.
나는 두 팔로 머리를 감싸 쥐고 허리를 굽히고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렸다.
스스로도 아주 한심해 보였지만 어쩔 수 없는 행위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내가 마귀와 싸우는 방식을 익힌 것도 아니었고, 이 행동이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최소의, 아니 최대한의 자기 본능 행위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행동이 조금도 이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리라는 것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이대로 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그 붉은 무언가가 나를 가르고 지나갔을 시간이 한참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내 육신이 잘리는 느낌은 나지 않았다.
‘장난인가?’
하고 생각했지만 이 거리의 사람들 몽땅 어디론가 날려버릴 거대한 장난을 치는 누군가는 도저히 상상이 가질 않았다.
이것이 흔히들 말하는 죽기 직전에 살아왔던 나날들이 슬라이드 캡처처럼 지나간다는 주마등을 겪는 시기인 것인가,
하지만 과거의 일들이 사진의 한 장면처럼 주르르 이어 나가지는 않았다.
이렇다 할 추억이라는 것이 없어서 그런 것일까, 아님 이것이 단순한 꿈 인 것일까.
꿈일 가능성이 없지는 않은 것 같았다.
오늘은 좀처럼 하지 않았던 대화에다가 이지수와 마주하느라 피곤했으니까.
아마 이지수와 해어지고 오늘 하루 있었던 평소의 나라면 있을 수 없는 일들에 피곤해서 침대에서 곯아떨어진 것이다.
아니, 오늘 일 자체가 꿈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한다면 이 모든 것이 말이 된다.
지금 이곳은 내 꿈 속.
단순한 악몽.
눈을 뜨면 눈앞에 있는 것은 내 방 천장일 것이다.
“멍청아.”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주 선명하게 내 귓가에 울리는 목소리는 오늘 만났던 그 ‘이지수’ 의 짜증 가득한 목소리였다.
살그머니 눈을 떴다.
도보 한복판에서 있는 그것이 날린 무언가를 이지수가 몸을 날려 막은 것이 확실 했는지 이지수의 오른팔에는 약간의 베인 흔적과 함께 붉은 선혈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냥 웅크려버리면 잡아먹으라는 소리 밖에 더 되? 크, 어쩌다가 이런 처지에 처하게 된 건지.”
이지수의 맞은편에서 나를 - 이지수를 공격한 그 존재의 모습을 보았다.
아까는 갑작스레 날아오는 그것에 너무 당황스러웠던 나머지 ‘그 존재’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다시 보니 저 흡혈귀의 얼굴은 꽤나 미인 축에 속했다.
……지금 나를 죽이려고 했던 흡혈귀를 두고서 이런 소리를 하는 것도 웃기지만 말이다.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 할 것이다.
네온사인의 빛조차 앗아간 이 어둠에서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는 머리카락.
시선에 힘이 담겨 있다면 나 같은 건 이미 가루가 되어버렸을 강렬한 기백이 담겨 있는 붉은 눈동자.
이런 어둠 속에서도, 그 흡혈귀의 아름다움만은 부정 할 수 가 없는 것이었다.
입가를 불그스름하게 적시며 흐르고 있는 피는 그 모습을 더욱 더 매혹적이게 만들었다.
“야, 일어설 수는 있지?”
이지수는 흡혈귀에게 눈을 떼지 않은 채 나에게 말을 붙였다.
“응……. 일단은”
한껏 긴장한 나머지 바보 같은 음색으로 대답해버렸다. “그럼 빨리 뒤돌아보지 말고 도망쳐. 저 녀석은 내가 어떻게든 해 볼 테니까.”
어쩐지 남녀 역할이 뒤바뀐 것 같은 대사였다.
물론, 도망치라고 한다고 해서 여 주인공을 지키려는 쓸 때 없는 마음으로 가득한 나머지 적의 공격을 온 몸으로 받아 치는 몸에 칼집이 들어 있는 녀석 같은 행동은 하지 않는다.
나는 몸에 칼집도 없거니와 바보 캐릭터 체력회복 1000% 라는 버프를 받을 정도로 바보 캐릭터도 아니었기 때문에.
“저 녀석은 어떻게 하려고? 저 녀석 흡혈귀야.”
어떻게 해 볼 생각이 있을 리가 없다.
저것은 흡혈귀다.
사람의 피를 마시고,
늑대와 박쥐로 변하며,
일반인에게 치명상인 상처조차 순식간에 회복하며
연기로 변하는
불노불사의 괴물
흡혈귀.
“알고 있어. 하지만 손잡고 나란히 도망 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고. 넌 빨리 도망가기나 해.”
알고 있으면서 나보고 도망치라고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