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은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건 이후 1992 바르셀로나, 1996 애틀랜타, 2000 시드니, 2004 아테네, 2008 베이징, 그리고 2012 런던까지 7회 연속 올림픽 금메달 획득이라는 금자탑을 쌓아올렸다. 2012 런던대회 금메달 주인공은 최현주(28, 창원시청) 이성진(27, 전북도청) 기보배(24, 광주광역시청)였다.
20년이 넘도록 단 한 번도 내주지 않은 단체전 금메달. 너무 익숙하다보면 당연하게 여기기 마련이다. 모든 한국 국민들은 여자 양궁의 선전에 익숙해져 있고 금메달을 당연시하게 됐다. 이번 런던에서도 모든 이들이 한국의 여자 양궁 단체전 금메달은 당연하다고 예상했고, 여자 대표팀은 기대에 맞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지난 6번의 금메달 중 '당연한' 금메달은 단 하나도 없었다. 특히나 이번 7번째 금메달은 너무나 힘든 고난과 역경을 극복해냈기에 가능했던 금메달이었다. 런던에서 한국 여자 양궁은 '최대위기'를 경험해야 했다.
올림픽 본선을 치르기 전까지 연습에서 여자 대표팀의 기록이 너무나 좋지 않았다. 모든 이들이 금메달만을 기대하는 상황에서 기록이 향상되지 않았다. 대표팀은 심적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올림픽은 다가오는데 올림픽에서 정상에 설 준비를 마치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선배들이 일궈놓은 6연패의 맥을 이어야한다는 부담감도 그녀들을 짓눌렀다.
금메달이 확정된 후 만난 장영술 총감독. 그는 애써 눈물을 참으려 했지만 끝내 참지 못했다. 금메달까지 따는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장 감독의 눈물이 대신 말해주고 있다.
장 감독은 "정말 부담감이 엄청났다. 훈련 과정이 무척이나 힘들었다. 기록이 저조했고 왔다 갔다 했다. (최)현주가 부상으로 고생했다. 연습과정에서 너무 힘들어 고민이 많았다. 굉장히 애타는 상황이었다. 이번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한다면 세계 최강 한국 여자 양궁에 위기가 올 수 있었다"며 뜨거운 눈물을 보였다.
최현주는 "연습 때 어깨를 다쳐 감을 잃었다. 그래서 기록이 저조했다. 동료들에게 미안했고 감독님께 죄송했다"며 훈련 과정에서의 고충을 털어놨고, 기보배도 "연습 때 기록이 너무 안 나와 감독님께 많이 혼났다. 힘들어 눈물도 났다"며 금메달이 확정된 후에야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세계 최강 한국 여자 양궁이 무너질 뻔한 '최대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그녀들은 선배들의 역사를 이어가기 위해, 한국 여자 양궁의 자긍심을 지켜내기 위해, 또 국민들에게 환희를 선물하기 위해 모든 고통과 고난을 극복해냈다. 이 과정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힘들고 외로운 과정이었다.
세계 최강이라 다른 종목 선수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양궁 여궁사들은 다른 이들보다 더 많은 땀과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다른 종목 선수들은 절대로 경험하지 못할 7회 연속 세계 최강을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과 싸워야만 했다. 지옥훈련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런 그녀들에게 금메달이 당연한 것이라 하면 큰 실례다. 그녀들의 목에 걸린 금메달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한국 여자 양궁 선수이기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금메달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녀들이 금메달을 딸 수 있었던 이유는 한국 여자 양궁 선수라서가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많은 땀과 눈물을 흘리며 올림픽을 준비해왔기 때문이다.
위기가 있으면 기회도 찾아오는 법. 한국 여자 양궁은 최대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다. 이제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면 된다. 장 감독은 "이번 금메달이 한국 여자 양궁의 전환점이 됐다. 앞으로 한국 양궁이 세계무대에서 더 오랫동안 롱런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세계 최강의 자리는 계속될 것이라고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