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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친구 하나 생각 난다.
게시물ID : sisa_324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샤이캣☆
추천 : 4
조회수 : 47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07/08/19 20:05:09
...갑자기 친구 하나 생각 난다

내 학창시절 때 반 친구중에 서희(가명)라는 친구가 있었다

그 아이에겐 정신 지체가 있었다
정상이다 비 정상이다로 나눌 순 없었지만
아무튼 다른 친구들과는 많이 달랐다

말도 더듬더듬 서툴고 글씨도 삐뚤삐뚤
그리고 수업시간에도 맨날 돌발행동을 보이거나
큰 소리로 헤헤~ 거리며 웃곤 했다

당시 나는 실업계 고등학교 만화과라서 우리 과는 그림 숙제가 워낙 많고
그게 다 내신으로 들어가고 그러다보니

애들끼리 경쟁하는 애들도 많았고

뭐 내 경우는 그러거나 말거나 성적은 어짜피 신경 안 쓰고
스스로 그림을 즐기는 편이라서

늘 연습장에 끄적끄적 거렸다

서희랑은 2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같은 반이 되었는데

난 초등학교 때 또 민정(가명)이라는 친구가 어릴 적에
뇌에 양수가 들어가서 사시와 더불어 좀 아팠던 아이가 있었고
그 아이랑 친하게 지내다가

같이 4학년 때 학교에 입학 하자
나의 새로운 친구들은 그 아이가 이상하답시고 
못 마땅해하며 나를 그 아이랑 놀지 못하게 했고
난 새로운 친구들 말에 따랐다
그 땐 나도 그 녀석이 너무나 적극적이어서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었으니까

그 이후에도 민정이는 남자아이들과 친구들에게 놀림받고
학교에선 늘 맞고 와서 집에 와서 엄마에게 일렀으니
듣는 그 부모 속이 오죽하랴

민정이 어머니는 같은 아파트 같은 라인에 사시는 분이라서
난 인사를 자주 했는데 그 때 마다 아주머니가 참 고마워 하셨었다

하지만 어쨌건 난 그 때 당시 친구라는 이름으로 그 녀석을 지켜주지 못했었고

그 아이를 때리는 녀석들이 미웠지만
당시의 난 겁쟁이일 뿐이여서 한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다

......다만 멀리서 바라보았을 뿐이다

맞고 괴로워하는 내 친구의 모습을...

그래서 난 지금도 물론이고 고등학교 당시에도 항상 그 기억이 
마음속 깊이 씻지 못할 죄악감으로 남아 있었다 아무리 어릴때라곤 해도 

그래서 난 늘 서희가 안타까웠다

남들이랑 조금 다르다고 아무도 그 아이랑은 놀지 않았으니까
아주 자연스럽게 친구들은 그 아이를 배척했고
그 누구도 자신의 친구 명단엔 끼워주지 않았다

물론 나도 같이 노는 친구들이 있었기에 신경 써 준다곤 해도
아주 가벼웠을 뿐이었겠지

하지만 서희는 내 그림을 좋아했다

내가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옆에 다가와 찰싹 붙어 앉아서
그림을 그려달라고 조른다
한 장 두 장 세 장.........

아무리 그려주어도 서희는 더 그려달라고 했다

하지만 난 그게 싫지 않았다 
물론 시도때도 없이 그러니 가끔은 귀찮기도 했지만
오히려 내 그림을 좋아하는 그 녀석이 무척 고마울 뿐이었지

내가 늘 생글생글 웃는 그 녀석에게
그림을 그려 줄 때마다

늘 고마워하고 좋아하고 나에게 찰싹 붙어서 안 떨어지려고 했다

물론 난 그래도 상관 없었지만 역시 나랑 친한 내 친구는 
다른 아이들 눈이 신경 쓰였는지 어느 정도 적정 간격을 두려고 했고
난 이해하면서도 역시나 씁쓸했다

그 어릴 때랑 전혀 다를바가 없는 내 모습이 싫었다

하지만 어짜피 누구도 탓할 순 없었다
인식이란 건 아주 무서운 거니까

그러던 어느 날.

서희가 말했다

난...정민이 그림이 좋아
정민이 그림은 항상 웃고 있잖아
맨날 웃어

순간 가슴이 찡하더라
난 웃는 얼굴을 사랑한다 누구든 우는 건 싫다
사실 내가 그린 그림은 대부분 미소 짓거나 환하게 웃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건 내가 지향하는 바이니까

그래서 말해주었다
너도 잘 웃으니까 더 웃는 그림을 그려주는 거라고

그리고 나서 3학년 때도 같은 반이 된 서희

여전히 아이들은 상대해주지 않았고
선생님들 조차도 서희를 배척했지만
서희는 그래도 늘 웃었다

헤헤~ 하고 무척 밝게 웃었는데

그 언젠가인지 지금은 또렷히 기억은 안 나지만
난 서희의 집안 사정을 듣게 되었다

어머니는 집을 나가셨고 아버지가 맞아들인 새 어머니는 서희를 구박했다

마치 동화 속 신데렐라 처럼...콩쥐처럼 별거 아닌걸로 트집 잡히고
일을 해도해도 서툴다고 동생과 어머니에게 집에서 맞고...아버지는 안 계시고
학교 오면 아이들이 싫어하고 어딜 가나 혼자였던 그 아이
 
난 이야기를 듣고 그 너무나 무력한 이기심에 눈물이 나서

그 녀석 손을 붙잡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일러주었다
그리고 난 그 때 서희의 우는 얼굴을 처음 보았다

그래서 말없이 꽉 안아주었다

그 아픈 마음이 너무 너무나 쓸쓸해서 나 마저 눈물이 났다 

지금은 뭘하고 있을까
졸업식때도 나랑 사진도 찍었었는데

졸업하면 아버지랑 같이 산대서 그때까지만 꾹 참고 상처받지 말라고 그랬는데
내가 울려서 그 당시에도 너무 미안했다

그래서 난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가슴이 너무나 먹먹하다

행복해져라 서희야

넌 항상 웃으니까 앞으로도 웃어라
세상이 널 비웃어도
사람들이 널 싫어하더라도 웃고 지내면 적어도 누군가에게 진정한 반감을 사진 않아

너는 꼭 행복해질 거야 
또 반드시 그래야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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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짓는 모습이 좋아요.
그래서 웃는 모습을 그려요. 

장애는 결코, 죄가 아닙니다.

단지 조금 아플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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