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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humorbest_32501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
추천 : 22
조회수 : 3375회
댓글수 : 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1/01/18 16:47:24
원본글 작성시간 : 2011/01/18 14:33:11
아침 햇살을 받으며 일어난 나는 이불 밖이 너무 추워 보일러를 틀고, 이불 속에 웅크렸다.
아침 뉴스를 보며, 핸드폰을 만지작 만지작 하고선 '게을러지면 안돼. 이제 일어나야지.'라고 생각했다.
오늘은 서울에 올라가 서울 사는 친구 녀석을 만나기로 약속했기에 버스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난 덕분에 서울에 일찍 도착한 나는 커피숍에 가서 시간을 죽이기로 했다.
사실 시골에 사는 나는 커피숍에 갈 일이 거의 없고, 또 유명 커피숍 체인점이 없어 그런 곳에 가보지 못 했다.
이왕 서울에 올라온 김에 사람들이 스타벅스, 스타벅스 하는 바로 그 스타벅스에 가기로 했다.
보통의 가게 구조와 달리 테이블 위치가 상당히 생소했는데, 말로 표현하기 좀 어려울 정도였다.
일단은 창가 쪽이 아닌 비교적 가운데 위치한 자리로 앉았다.
내가 들어온 스타벅스와 달리 주문을 받고 서빙을 하는 등 흡사 레스토랑 같았고,
심지어 커피가 아닌 간단한 식사류도 판매하고 있었다.
마침 버스를 타고 와서 배가 출출했던 나는 샌드위치를 먹기로 마음 먹었다.
그 때 서빙하는 그녀를 처음 봤다.
그녀는 20대 초반 정도로 보였는데, 어딘가 여고생 같은 풋풋함도 묻어 나오고 있었다.
굉장히 청순해 보이지만 한편으로 상큼한 호감형 이미지였고, 스타벅스에서 교육을 시키는 것인지 미소가 만연했다.
"주문하시겠습니까?"하고 묻는 그녀에게 촌티가 나지 않기 위해 미리 메뉴를 파악했던 나는 "샌드위치"라는 짧은 말밖에 할 수 없었다.
그때까지도 딱히 반했다거나 한 건 아니었다.
서울은 으레 모두에게 밝은 서비스를 제공하겠거니 하며 돌아가는 그녀를 잠시 응시했다.
샌드위치가 나오길 기다리며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자니 왼쪽으로 남자 둘이 앉았다.
앞서 말한 괴상한 스타벅스의 테이블 구조란 창가의 자리들이 테이블 하나에 4명이 둘러 앉는 구조인 반면,
가운데 위치한 테이블은 길게 한 쪽을 향해 앉게 되어 있는 구조를 말한다.
마치 교회 의자 같은 느낌이었다.
여튼 그런 구조 덕에 왼쪽에 앉은 사람들에게 주문을 받으러 그녀가 올 때, 또 그녀를 볼 수 있어 좋았다.
남자들의 눈이란 북극을 가르키는 나침반처럼 여자를 향하게 되있나 보다.
핸드폰으로 친구에게 전화를 하려는 순간, 샌드위치가 나와서 전화를 멈추고 샌드위치를 받았다.
옆에 앉은 남자 둘의 주문도 같이 나왔기에 흘깃흘깃 그들의 행동을 보며, 촌티나지 않게 행동하려 애썼다.
왼쪽에 앉은 남자가 말을 걸어 이런저런 잡담을 하며, 서빙을 하는 그녀를 또 흘깃흘깃 보며 시간을 죽여나갔다.
이윽고 왼쪽에 앉은 남자 둘은 자리를 떴고, 내 좌우는 사람이 없었다.
손님도 거의 없었기에 서빙하는 그녀와 대화를 할 기회가 생겼다.
할 일이 없는지 멍하니 있는 그녀를 불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사실 여자에 대해서는 거의 숙맥이던 내가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는 자체가 놀라웠다.
말을 들어보니 꽤나 공부를 잘하는 편인 것 같았고, 말을 참 이쁘게 해서 갈수록 호감이었다.
이윽고 스타벅스에는 점심식사를 마친 손님들이 커피를 마시러 몰려들었고, 그녀는 다시 바빠졌다.
나는 아직도 약속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기에, 후식으로 그 유명한 스타벅스 커피를 먹어보고자 주문하고 기다렸다.
내 앞자리에 어깨가 떡 벌어진 사내가 앉았는데, 조금 불량한 기운이 있는게, 일부러 몸을 푸는척 성가시게 했다.
괜히 곤란을 겪고 싶지 않아서 창가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핸드폰을 펼쳐 인터넷을 뒤적거리다가 친구에게 아직 연락을 못했다는걸 깨닫고 전화를 걸었다.
친구가 전화를 받았는데, 알 수 없는 요란한 소리만 들려서 끊고 다시 걸었더니 받질 않았다.
'서울까지 이미 왓는데, 무슨 난감한 상황이람.'이러면서 다시 그녀를 흘깃흘깃 쳐다봤다.
그런데 그녀는 나보다 늦게 주문한 사람들에게 먼저 서빙하고 있었다.
'조금 친해졌다고 나를 뒷전으로 생각하는건가?'라는 생각까지 하며, 다시 핸드폰을 접었다.
그리고 친구에게 재차 전화를 걸었다.
역시 받지 않았다.
갑자기 일이 꼬인다는 생각을 하고선, 커피나 마시면서 혼란을 가라 앉히자 생각하여 그녀를 불렀다.
주문을 받으러 다시 그녀가 왔고, 커피 주문을 그제야 떠올렸다는 듯이 창피해하는 얼굴이었다.
"이건 그 쪽 실수니까 서비스로 해주세요."
"네."
대답을 하며 생긋 웃는데, 조금 충격일 정도로 이뻐보였다.
하지만 처음 본 사람한테 고백하는 것도 이상하고, 난 그렇게 용기 있는 사람이 못 되었기에 커피만 마시고 친구네로 향했다.
친구네로 향하는 길에 받아든 영수증을 꺼내보았다.
그리고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영수증에는 전화번호 뒤 두자리를 뺀 나머지 9자리가 적혀있었고, 살짝 내게 고백하는 짤막한 글귀가 있었다.
게다가 영수증에는 영수증 발급 종업원 이름까지 출력되곤 하지 않는가?
그녀는 이름도 이뻤다.
콩깍지가 단단히 날 덮친게 틀림 없었지만 아무렴 어떤가.
기분은 날아갈 것 같았다.
나는 쉽게 정보를 조합해서 그녀의 싸이도 알아냈다.
핸드폰으로 인터넷이 되니, 참 편리하단 걸 새삼 느꼈다.
친구 녀석에게 연락이 되지 않아서, 다시 커피숍으로 돌아갈가 망설였다.
그리고 일어나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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