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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8년동안 왕따 당했었다는 얘기로 베오베 갔었던 사람입니다.
게시물ID : gomin_3751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ㅅㄻㅎㄷㅇ
추천 : 6
조회수 : 42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2/07/30 17:57:11

 

 

 

많은분들 댓글 달아주신거 감사하게 읽었어요.

게중에는 본인이 방관자이셨던걸 사과하시는 분들도 계셨구요.

근데 제가 글을 쓴건 어떤 사과를 받고 싶다기 보다는 그냥 어떤 한계에 부딪혔었기 때문이였어요.

'아 나는 평생 내가 따돌림 당했었다는 기억에서 벗어날수 없겠구나' 하고 느꼈던거죠.

 

 

요며칠 티아라의 화영양 사건을 보면서 참 드는생각이 많습니다.

가해자였던 분들이나 방관자였던, 혹은 왕따같은걸 직간접적으로 주위에서 보신적이 없는 분들은 어떠실지 모르겠지만

피해자였던 사람들은

'왕따', '따돌림'이라는 단어만 봐도 나도 모르게 머리가 쭈뼛 서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어딘지 모르게 불안하고 긴장하고 그런 기분이 들어요.

적어도 저는 그래요.

그래서 그냥 인터넷에서든 어디서든 그 단어를 보는것만으로도 기분이 참 그런데

요며칠동안 정말 그 단어들을 지겹게도 많이 본거같네요.

 

그리고 한편으론 부럽다는 생각도 조금 듭니다.

저에게도, 니가 잘못한게 아니라고 저 아이들이 나쁜거라고 얘기해줄수 있는 사람이

단 한명이라도 좋으니 꼭 필요했었거든요.

그런데 끝까지 그런사람은 없었고 초등학교때 시작된 따돌림은 고등학교를 졸업할때까지 지속됐었으니까요.

 

 

전에 썼던 글에서도 말씀 드렸었지만 저는 학창시절 12년 중에 8년을 따돌림을 당했었고

일련의 기억들과 여러가지 개인적인 사건들로 인해 더이상 저를 아는 사람이 있는,

그리고 절 괴롭혔던 아이들이 있는 한국땅에서는 살수없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일종의 대인기피가 시작됐었던거 같아요 그때는.

그래서 외국으로 도망치듯 유학을 왔고 이곳에서 잘 적응해서 살고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사귀였던 현지인 남자친구와 결정적으로 틀어지는 계기가 됐던것이 바로 제가 왕따였던것이였어요.

서로 어느정도 긴 기간을 사귀기도 했고 그 당시 제가 심신이 굉장히 지쳐있던 상태였으며

외국에서 여자 혼자 몸으로 지내며 기댈곳이라곤 믿고 의지했던 그때의 남자친구 뿐이였는데

제가 제 속에 담아 두려다 차마 참지못하고 그때의 그 악몽같은 기억들을 조심스럽게 얘기했어요.

내가 지금 이렇게 힘든 이유는 바로 그런 일들을 아직까지 잊지 못했으며 또 앞으로 잊을수도 없을거 같아서다 라고 고백했던거죠.

 

근데 그 남자친구의 반응은 뭔가 제 의도와는 핀트가 맞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담담히 말했지만 어느샌가 감정이 격해져 울먹이고 그러다 오열하며 그 괴로운 기억들을 나열하는 저에게

침착해라, 이미 예전일이다, 이미 지나간걸 어쩌겠느냐, 니가 이래봤자 나아지는건 없다라며 퉁명스럽게 말하더니

급기야는 나도 예전에 누군가를 따돌렸던적이 있었다는 얘기를 했어요 울고있는 제앞에서.

 

그러면서 한다는 말이 나도 예전에 학교에서 왕따를 시켰던 적이 있다. 그런데 왕따를 당하는쪽도 뭔가 잘못한게 있으니까 그런거다.

니가 힘들었던건 이해하지만 왕따를 당하는 쪽도 죄가 없는건 아니다. 니가 이렇게까지 우는거 난 이해가 안된다.

라고 정말 제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말들을 했고

그순간 제 속에서 무언가가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아 나는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이해받을수 없구나,

아 나는 연애 할때도 따돌림을 당했던 그 기억에서 자유로와 질수가 없구나,

아 이 사람은 정말 쓰레기구나...

 

 

그리고 그날 밤 혼자 울면서 참 많이 괴로웠습니다.

내가 왕따의 피해자가 아니였다면,

내가 어렸을때 그 기억들을 겪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에게도 남에게 웃으면서 말할수있는 즐거운 기억같은게 한두개쯤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는 언제까지 내가 갖지못한 것들과 내가 겪었던 그 일들로 인해 괴로워해야 하는걸까,

그리고 나는 도대체 내 남자친구를 원망해야 하는걸까 아니면 나를 왕따의 피해자로 만든 그 아이들을 또다시 원망해야 하는걸까...

 

그런식으로 따돌림만 없었다면 내인생이 참 많이 달라졌을거라는것과

이미 한번 뒤틀려버린 기억에서는 정말 뭘 해도 벗어날수가 없다라는걸 깨달았던거죠.

겨우겨우 도망치기 위해 온 유학길에서 또다시 정말 마음을 다해 의지했고 어렵게 했던 자기고백이

저를 더 괴롭게 만들었었습니다.

 

도대체 나는 왜 내가 잘못하지도 않은 일들로 인해 모든것을 포기해야만하고,

또 내가 사랑하는 사람마저 왜 날 이해해줄수가 없는것인지,

그리고 나는 왜 이렇게까지 힘들어 하며 주위사람들에게 이해받으려 노력해야 하는것인지 정말 괴로웠고

결국에는... 그냥 포기하게 되더군요.

 

뭐 물론 그 일이 있고나서 또 여러가지 일들이 겹치면서 그와는 헤어지게 됐지만

저는 지금도 아직까지도 그날의 그가 저에게 했던 말들이 참 많이 속상하고 또 화가 납니다.

과연 제가 정상적인 연애나 인간관계가 가능할까 라는 생각도 들어요

어떻게보면 따돌림에 대한 일종의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는것 같기도 한데 그게 평생 고쳐질것 같지가 않아요.

오히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뭔가 따돌림에 대한 기억들과 그 괴로움들이 겹쳐져서 굳어지는것 같습니다.

 

 

여튼 이번 일을 계기로 따돌림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 많이 바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따돌림을 당했었던 때도 그랬지만 아직까지도 왕따의 이유같은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근데 어떤 이유가 있어서 따돌림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거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사람을 싫어할수있고 미워할수있지만

다수가 한명을 단체로 괴롭히고 따돌리는건 정말 사회적인 살인이랑 다를바가 없어요.

그 순간만큼은 그 집단 내에서 왕따를 당하는 사람은 죽은거니까요.

 

 

좋은 소식이나 웃긴 자료들을 가지고 글을 쓰고싶었는데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왔던 오유에 또 이런 글을 남깁니다.

저뿐만 아니라 왕따 피해자로써 이번 사태에 분노하고 계시는 분들 많이 계시겠죠.

아무쪼록 화영양이 너무 많은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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