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현빈씨 저는 올해 41살 두 아이의 아빠 그리고 결혼 16년차 접어드는 평범한 아저씨입니다. 이렇게 현빈씨에게 감사의 인사드리게 될 줄 몇 주 전만 해도 정말 몰랐습니다. 요즘 현빈씨가 출연하는 드라마 잘 보고 있습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드문드문 봅니다. 하지만, 그 드라마 너무너무 사랑하고 특히 현빈씨 정말 감사합니다. 몇 주 전으로 거슬러가서 주말 저녁만 되면 옆에 붙어서 외식을 하자~~아니면 영화를 보자~ 아니면 집에서 와인이라도 한잔하자~~라며 붙잡고 늘어지는 저와 동갑내기 여자 좀비가 한 명 있었습니다. 좀비치고는 쫌~예쁘게 생겼으니까 쫌비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이 쫌비가 드라마에 나오는 어떤 멋진 남자에게 빠져서 죽자 사자 달라붙던 저를 거들떠도 안 보는 겁니다. 광복절의 의미를 새삼 깨닫게 하는 해방감이었습니다. 급기야 저는 주말 밤 여느 때 같으면 쫌비의 웅얼거림에 지쳐 있어야 할 시간에 동네 형님과 당구를 쳤습니다. 족발을 시켜놓고 당구를 쳤습니다. 토요일 밤 시간에.....그게 뭐 대단한 일이냐고 하시겠지만, 저에게는 당구공처럼 둥근 마음과 다이처럼 넓은 생각, 큐대 같은 곧은 의지, 초크의 희생정신을 근 20년 만에 되새겨 보는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맥주까지 한잔하고 늦게 들어왔더니 쫌비가 드라마 끝났는지 도끼눈을 하고 있기에 넌지시 한마디 물었습니다. "오늘 내용이 뭐였어? 몸을 서로 돌아왔어?" 이 한마디에 쫌비는 도끼눈이 토끼눈이 되어서 1시간짜리 드라마 내용을 정확히 1시간 동안 얘기를 해주었습니다. 물론 전 중간에 너무나 행복하게 잠든 거 같습니다. 결혼생활 15년 만에 이 아저씨에게 주말의 즐거움을 돌려주신 현빈씨에게 고개 숙여 감사합니다. 한 가지 더 감사할 일이 있습니다. 제가 요번에 연말도 겹치고 해서 지출이 많았습니다. 물론 뻔 한 결과로 카드 빵구 냈습니다. 하지만, 저 남자답게 아내에게 당당하게 빵구 났다고 말하고 막아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제가 말한 시점이 현빈 당신이 의식불명인 길라임씨를 옆에 태우고 폭풍우가 몰아치는 빗속을 뚫고 들어가는 장면이었습니다. 눈물 콧물 범벅인 아내에게 카드 값 얘기할 시점은 아니란 거 알지만 어찌 됐건 전 분명히 미리 말했습니다. 물론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는 카드 명세서 나오면 알겠지만 그래도 전 분명히 미리 말한 겁니다. 지금 저에게 작은 바람이 있다면 지금 하시는 드라마 시즌2 꼭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물론 군대 가신다는 소식은 접했습니다. 그것도 해병대 입대하신다죠...그럼 국방부에 건의 좀 하겠습니다. 시크릿 가든 시즌 2가 안되면 어떻게 연평도 가든이나 백령도 가든 정도로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시간대도 하는 김에 파격적으로 주말 오전 10시에 20분 방송 그리고 오후 2시 정도에 20분 방송 그리고 저녁 9시 정도에 20분 방송으로 편성해 주셔서 제 아내의 혼을 쏙 빼주셔서 주말 동안 저의 존재가 아내에게 말미잘 촉수 빨판만큼의 존재감도 없게 해주십사하는 작은 바람입니다~ 끝으로 현빈씨가 드라마 속에 썼던 편지 인용해서 저도 아내에게 죄스런 마음 전합니다. 백똘추가 문쫌비에게 미리 밝혀두지만, 그쪽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써보는 카드 연체자 이 못난 남편의 편지를 받는 이 집안 유일한 경제권을 가진 사람이야 그러니 자부심을 가져도 좋아 바람이 나뭇가지를 못살게 흔드는 오후다. 당신이 이 편지를 볼 때쯤에는 카드청구서가 도착했을 거야 내가 긁었던 수많은 술집도 당신이 알 거고, 내가 갔던 주유소도 내가 들렸던 쇼핑몰도 이제 당신도 알 거야~ 당신이 다 안다면 그렇게라도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다면 그 정도면 우리 함께 있는 걸로 치자~~그 정도면 우리 다른 부부들처럼 행복한 거라고 치자 난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능력 없는 남편이야 내 정지 카드 원래대로 해주고..... 안 되면....교통 카드라도 충전 시켜줘.. 그 정도면 우리 함께 갚는 걸로 치자 당신 털 달린 코트 산 거 알아~~구두도 새로 산 것도 알아~~ 그거로 우리................................ 퉁~치자 ㅎㅎ -------------------------------------------------------------------------------- 관련기사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1181539251&code=960801&18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