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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의 최후 <신재순 증언>
게시물ID : humorstory_3252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mfjwkd
추천 : 1
조회수 : 766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2/10/28 20:17:58

나는 10.26 사건의 현장에 있었던 주요 인물들을 많이 만났다. 그 최후의 만찬장에 있었던 세 생존자도 포함된다. 金桂元(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沈守峰(가수), 그리고 申才順(여대생). 이들중 申才順씨의 증언이 가장 정확했다. 申씨는 대담한 성격인데다가 기억력과 표현력이 대단했다. 하느님이 그녀를 朴正熙의 최후 목격자로 선택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1979년10월26일 호주 7시45분, 金載圭의 권총 발사로 가슴을 관통당해 등에서 피를 쏟고 있던 朴正熙를 혼자서 안고 있었던 이가 申씨였다. 車智澈 경호실장은 팔에 총상을 입고 실내 화장실로, 金桂元씨는 바깥 마루로, 沈守峰씨는 金載圭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달아난 이후 申씨만이 대통령을 피범벅 속에서 안고 있었다. 金載圭는 合搜部 수사에서 이렇게 진술했다.

"차지철을 거꾸러뜨리고 앞을 보니 대통령은 여자의 무릎에 머리를 대고 있어 식탁을 왼쪽으로 돌아 대통령에게 다가가자 여자가 공포에 떠는 눈초리로 보고 있어 총을 대통령 머리에서 약50cm까지 대고(후략)"
이 순간을 40대의 중년여성으로 변한 申才順씨는 이렇게 기억했다(1997년의 증언).
"그 사람의 눈과 마주쳤을 때를 영원히 잊지 못할 것입니다. 인간의 눈이 아니라 미친 짐승의 눈이었어요. 그가 대통령의 머리에 총을 갖다대었을 때는 다음에는 나를 쏘겠구나 하고 후다닥 일어나 실내 화장실로 뛰었습니다. 저의 등뒤로 총성이 들렸습니다. 화장실에 들어가서 문을 잠그고도 문 손잡이를 꼭 쥐고 있었습니다."

바깥이 좀 조용해지자 申씨는 화장실 문을 열고 나왔다. 대통령은 실려나갔고 문앞에 車실장이 하늘을 보고 쓰러져 신음하고 있었다. 申씨가 일으키려고 손을 당겼다.
"車실장은 몇번 힘을 써보다가 포기하는 눈빛을 하고 말했습니다. '난 못 일어날 같애'. 그러고는 다시 쓰러져 신음하는데 그 눈빛도 잊을 수가 없어요. 그날 밤 車실장은 金부장을 자극하고 약을 올리듯 막말을 했습니다. 그래도 車실장이 고마운 것은, 그날 제가 대기실에서 면접을 볼 때 술을 못마신다고 했더니 그분은 '옆에 깡통을 갖다놓을터이니 거기에 부어버려라'고 말하더군요."

나는 朴正熙의 마지막 모습에 대해서 申씨에게 여러 모로 물어보았다.
"그날 밤 대통령께서는 좀 취하셨던 것 같아요. 하지만 몸을 가누지 못하거나 말이 헛 나올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인자한 아버지 같았어요. 피를 쏟으면서도 '난 괜찮아'라는 말을 또박 또박 했으니까요. 그 말은 '난 괜찮으니 자네들은 어서 피하게'라는 뜻이었습니다. 일국의 대통령이시니까 역시 절박한 순간에도 우리를 더 생각해주시는 구나 라고 생각했었죠. 그분의 마지막은 체념한 모습이었는데 허무적이라기보다는 해탈한 모습 같았다고 할까요. 총을 맞기 전에는 '뭣들 하는거야'하고 화를 내셨지만 총을 맞고서는 그 현실을 받아들이겠다는 자세였어요. 어차피 일은 벌어졌으니까요."

해탈한 모습으로 운명을 받아들인 朴正熙! 총성과 고함과 비명이 오고가는 아수라장 속에서 피하지도 숙이지도 애원하지도 않고 담담하게 "난 괜찮아"란 말을 남기고 떠난 사람, 그래서 나는 그가 참 잘 죽은 사람이란 생각을 하곤 한다. 그가 보통사람처럼 행동했더라면? 車智澈실장처럼 실내 화장실로 달아나 숨어 있는 것을 金載圭가 문을 차고들어가 그를 사살하는 모습이었다면 우리는 그를 어떻게 기억해야 할 것인가.

해탈한 超人의 모습으로 죽은 朴正熙의 國葬. 崔圭夏 대통령 권한대행이 영전에 건국훈장을 바칠 때 국립교향악단은 교향시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작곡)를 연주했다.
독일 철학가 니체가 쓴 同名의 책 서문을 음악화한 이 곡의 선정은 얼마나 상징적이었던가. 니체는 이 서문에서 '인간은 실로 더러운 강물일 뿐이다'고 썼다. 그는 '그러한 인간이 스스로를 더럽히지 않고 이 강물을 삼켜버리려면 모름지기 바다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고 덧붙였다. 한 시대의 淸濁을 다 들여마시고도 끝까지 자신의 혼을 더럽히지 않고 죽어간 朴正熙를 나는 스슴지 않고 超人이라고 부른다. 무자비한 권력욕의 화신이 아니라 부끄럼 타는 超人!
그날 朴正熙의 다행은 申才順이란 담이 큰 여인을 곁에 두었다는 점이다. 하나 우스운 것은 金載圭의 지령을 받아 두 대통령 경호원을 사살하는 등 이날 궁정동 작전을 지휘했던 朴善浩 중정 의전과장이 일대 학살극을 끝낸 뒤 두 여인(심수봉, 신재순)에게 20만원씩이 든 돈봉투까지 주어 차에 태워 집으로 보내주었다는 점이다

그는 또다른 고백을 했다 10.26 사건 당시 이미 결혼해 딸까지 둔 이혼녀였다고 했다. 대학생 미혼여성으로만 알려졌던 것과는 달랐다.

 

[출처] 신재순 증언-박정희의 최후 모습 [조갑제]|작성자 수레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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