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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년에 있었던 유해발굴 에피소드 - 1 -
게시물ID : military_335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뇌의흑점
추천 : 11
조회수 : 237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07/31 01:21:35


생각난 김에 유해발굴에 대해 썰 좀 풀어보겠음.

참고로 여친은 없으므로 음슴체를 쓰겠음.


1 - 일병에 분대장 단 썰

http://todayhumor.co.kr/board/view.php?kind=search&ask_time=&search_table_name=humorbest&table=humorbest&no=503072&page=1&keyfield=subject&keyword=%C0%CF%BA%B4&mn=&nk=&ouscrap_keyword=&ouscrap_no=&s_no=503072&member_kind=


때는 2009년 10월이었음. 이전에 말했던 분대 초토화 사건 이후 10개월이 지난거임. 그 동안 많은 일이 있었음. 선임들이 전역해 90MM의 왕고가 됐고, 연초에는 땅바닥을 쳤던 90MM에 대한 간부의 신뢰도가 새로 분대장을 잡은 나와 내 선임이 분대장 교육대를 각 2등으로 수료해 90MM에만 사단장 표창 2개를 받으면서 90MM는 일약 엘리트 분대로 명성을 드높이고 있었음.


3개나 있는 팔하나 대신에 직사가 분대장 근무를 짰던 것도 그런 파워에서 비롯됐음. 물론 내 동기녀석이 희대의 악마였다는 것도 한 몫했지만(그래도 따뜻할 때는 따뜻한 도시악마).


어쨌든, 당시 국방부 사업으로 유해발굴사업이 지정되면서 2010년도 정식 운용하기 전에 시험운용으로 우리 사단에서 단 1개의 소대만으로 유해발굴을 하기로 함. 하지만 우리 연대를 제외하고 다른 연대는 GOP연대였기 때문에 FEBA였던 우리 연대에서 그 막중한 임무를 맞게 되었음. 그리고 그 임무는 대대를 거쳐 우리 중대로 내려왔는데, 우리 직사소대가 그 영광의 임무를 받게 된 것이었음.


유해발굴은 나름 괜찮았음. 유해발굴 팀에게는 몇 가지 특전이 주어졌는데,


1. 아침점호 없음. 남들 점호받을 시간에 먼저 식사.

2. 이동은 미니버스로.

3. 주중 근무없음.

4. 매일 사제 빵과 음료가 부식으로 나옴.


등 등 여러가지가 있었음. 우리는 아침 일찍부터 장비를 준비해 6시 반까지 출동대기 상태로 대기해야했음. 그 상태에서 출동명령이 떨어지면 출동했는데, 출동시간은 오차가 있었지만 6시 반에서 7시 사이였음. 다 좋은데 이 지랄같은 아침 출동만은 개짜증났음. 그래서 매일 안개가 끼기를 빌었음. 안개가 꼈을때는 9시~10시까지 출동이 보류되니까.


그리고 또 하나 짜증나는 것은 군대가 내가 짬찌였을때와는 다르게 돌아갔다는 것임. 내가 짬찌였을때는 분대장은 놀고 일병 주도하에 장비를 챙겨서 하나라도 잃어버리면 개갈굼 먹었는데, 이제는 분대장이 일일이 챙겨야 했음. 그 당시 나의 수첩임.





이런 식으로 출동 장비와 당일 출동시간, 간부 방문내역같은 것을 다 적었는데, 그건 내가 당일 유해발굴이 끝나고 상부에 보고할 프레젠테이션을 작성했기 때문이었음. 원래 이런 것은 소통이 하지만, 난 분명히 소통을 내려놨음에도 불구하고 차기 소통이 재주가 없는 관계로 내가 다 해야했음. 매일 보고서에다 유해발굴 상황판 작성까지...


그나마 나았던 것은 소대장/부소대장 모두 내가 작업에 소질이 없음을 알았기 때문에 전반전 상황을 지휘하는 찍사의 역할을 맡김. 주 임무는 팔 장소를 정해주는 유해발굴단 아저씨들을 따라 장소를 확인하고, 각자 맡은 장소가 끝나면 다시 장소를 지정해 줌과 동시에, 파기 전/중/후 사진을 찍어 당일 유해발굴이 끝나고 그 사진을 토대로 보고서를 작성하는 임무였음.


2인 1개조로 땅을 파는 사이를 바람같이 달려 중간 중간 사진 찍는 건 어깨는 안힘들어도 다리가 힘든 일이었음. 그래도 같은 짬에 땅을 열심히 파는 동기를 보니 그것보다 나았보였던 것도 사실임. 각자 최소 1m씩은 팠으니 그것도 하루에 몇 개씩이나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군대 갔다온 사람이면 모두 알거임.


더 성기같은 것은 암만봐도 없을 것 같은 장소를 미친듯이 파야한다는 것임. 원래 지역주민의 말을 토대로 신빙성있는 위주를 파야했는데 유해발굴단장이 전 우리 대대 취사담당관이었다가 횡령으로 전출갔던 원사였음. 한 마디로 아무것도 모른다는 말. 우린 미친듯이 파야했음. 오죽하면 유해발굴단(이들은 군에서 파견된 프로임)아저씨들이 우리를 불쌍하게 여겼겠음.


그 와중에 웃기면서 빡치는 사건이 일어났는데, 그건 나름 유력한 장소를 발굴하고 있었을 때의 일이었음. 사단에서 유일하게 발굴작업을 하는만큼 간부들이 뺀질나게 찾아왔는데, 그 날 찾아온 것은 부연대장이었음. 언제나처럼 큰 목소리로 경례를 하고, 소대장이 나서서 발굴현황 브리핑을 했음.


그리고 발굴장소를 돌아다니면서 구경을 하는데, 부연대장이 우리보고 매우 수고를 한다면서 빵을 주겠다는 거였음! 당시 부식으로 나온 촉촉한 사제빵의 노예였던 우리들은 '마이 프레셔스'를 외쳤고, 부연대장은 울타리 너머 부대(우리가 발굴한 곳이 바로 옆 대대 울타리 밖이었다) 취사병을 불러다 뭐라고 이야기를 했음. 그때부터 좀 이상한 기분이 들었음. 빵을 사려면 나가야할텐데 왜 취사병을 부르는 것인가...


그리고 결국 우리의 기대를 버리지 않고 취사병이 국방부 마크가 새겨진 큰 상자를 가져왔음. 부연대장은 인심쓰듯이 상자를 건네주고 사라졌고, 우리는 마지막 기대를 버리지 않고 상자를 열었음. 그리고 그 안에는 햄버거 빵이 뙇!


상상이 감?


패티도 쨈도 치즈도 없이 달랑 햄버거 빵 한 상자를 주고 사라진거임.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었는지 FM의 표본이었던 우리 부소대장마자 부연대장에게 욕을 할 정도였음. 결국 그 빵은 부대로 돌아와 취사장으로 가 취사병에게 건네주었고, 거기서도 거부당해 그냥 짬처리해버렸음...


글이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 여기서 잠시 끊겠음.


밀게에 너무 글 끊는게 많다는 소리가 들려오는데, 딱히 추천 구걸하는 건 아니고 너무 길면 읽는 사람도 힘들고 쓰는 사람도 힘들기 때문에 다음이야기는 내일쯤 바로 올리겠음.


재미있게 읽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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