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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병이 방방에 나뒹군다
물로 된 불을 벌주로 삼켜야 고해하는 후회가 진동한다
불의 혀가 핥는 것만 같이 눈두덩 뜨거워
술이 그렇게 뺨을 태워 흐르네
녹내를 내쉬는 듯한 숨도
대패가 왕복하는 듯한 갈증도
거미줄처럼 균열 난 두개골도
끓어 너무 끓어 넘치지만
오장육부가 지옥 꼴로 망가지는 게,
후회 만큼은 진통할 꾀다
누구도 유죄라 해주지 않아
알아서 벌 내려야 하는
후회가 있어
사는 게 죽어도 상관없지만
편히 죽는 건 상관없지 않은
후회가 있어
갈비뼈 밑까지 부푼 지방간은
소원대로 사형死刑을 임신한 거처럼 만져져
빈 병마다 내가 있어
제각기 뒹구는 나들 눈 마주쳐 증오해
스스로 아파보는 지옥에서
자신과 끝없는 헐뜯기를 해
한 놈을 죽이면 다른 한 놈이 날 죽이고
다시 난 죽인 놈을 죽이고 나는 또 죽고 축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