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넥스트 - 아버지와 나 Part I
게시물ID : music_3258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낯익은생경
추천 : 3
조회수 : 47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1/12/09 15:57:33
아주 오래 전 내가 올려다본 그의 어깨는 까마득한 산처럼 높았다 그는 젊고 정열이 있었고 야심에 불타고 있었다 나에게 그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었다 내 키가 그보다 커진 것을 발견한 어느 날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서히 그가 나처럼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이 험한 세상에서 내가 살아나갈 길은 강자가 되는 것뿐이라고 그는 얘기했다. 난 창공을 나르는 새처럼 살거라고 생각했다. 내 두 발로 대지를 박차고 날아올라 내 날개 밑으로 스치는 바람 사이로 세상을 보리라 맹세했다. 내 남자로서의 생의 시작은 내 턱 밑의 수염이 나면서가 아니라 내 야망이, 내 자유가 꿈틀거림을 느끼면서 이미 시작되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저기 걸어가는 사람을 보라 나의 아버지, 혹은 당신의 아버지인가 ? 가족에게 소외 받고 돈벌어 오는 자의 비애와, 거대한 짐승의 시체처럼 껍질만 남은 권위의 이름을 짊어지고 비틀거린다. 집안 어느 곳에서도 지금 그가 앉아 쉴 자리는 없다. 이제 더 이상 그를 두려워하지 않는 아내와 다 커버린 자식들 앞에서 무너져 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한 남은 방법이란 침묵뿐이다. 우리의 아버지들은 아직 수줍다. 그들은 다정하게 뺨을 부비며 말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었다. 그를 흉보던 그 모든 일들을 이제 내가 하고 있다. 스폰지에 잉크가 스며들 듯 그의 모습을 닮아 가는 나를 보며, 이미 내가 어른들의 나이가 되었음을 느낀다. 그러나 처음 둥지를 떠나는 어린 새처럼 나는 아직도 모든 것이 두렵다. 언젠가 내가 가장이 된다는 것 내 아이들의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무섭다. 이제야 그 의미를 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그 두려움을 말해선 안 된다는 것이 가장 무섭다. 이제 당신이 자유롭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나였음을 알 것 같다. 이제 나는 당신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랜 후에 당신이 간 뒤에 내 아들을 바라보게 될쯤에야 이루어질까 오늘밤 나는 몇 년만에 골목길을 따라 당신을 마중 나갈 것이다. 할 말은 길어진 그림자 뒤로 묻어둔 채 우리 두 사람은 세월 속으로 같이 걸어갈 것이다 -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