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경기도 포천에서 자식처럼 키우던 한우를 땅에 묻던 부모님을 지켜본 아들이 쓴 일지가 전국민을 슬픔에 빠트린데 이어 이번에는 살처분된 어미소의 가슴 아픈 모정이 눈시울을 젖게 하고 있다. 강원일보 보도에 따르면, 최근 강원도 횡성의 살처분 현장에서 벌어진 안락사로 죽어가는 어미소가 고통을 참으며 죽음 직전까지 새끼 송아지에게 젖을 물리는 장면이 목격돼 살처분 요원들의 가슴을 미어지게 했다. 살처분에 참가했던 한 축산 전문가는 최근 횡성의 살처분 현장에서 고통스러운 장면을 이렇게 전했다. 어미소를 안락사시키기 위해 근이완제 석시콜린을 주입하는 순간 갓 태어난 듯한 송아지가 한 마리가 곁으로 다가와 젖을 달라며 보채기 시작했다. 어미의 고통을 알리 없는 송아지의 천진난만한 모습에 살처분 요원들의 가슴이 무거워졌다. 소마다 약에 반응이 나타나는 시간이 다르지만 대개 10초에서 1분 사이 숨을 거둔다. 하지만 곧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 어미소는 태연히 젖을 물리기 시작했다. 30초, 1분… 시간이 점차 지나면서 어미소는 다리를 부르르 떨기 시작했지만 끝까지 쓰러지지 않고 버텨냈다. 주위의 모든 시간이 멈춘 듯 모두 어미소와 송아지만 바라본 채 2~3분이 흘렀을까. 젖을 떼자 어미소는 털썩 쓰러졌고 영문을 모르는 송아지는 어미소 곁을 계속 맴돌았다. 현장의 요원들은 비극적인 모정에 얼굴을 돌린 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결국 살처분 대상인 송아지도 어미 곁에 나란히 묻혔다. 이처럼 소는 모자 간의 정이 남다른 동물이라 수의사 등 살처분 요원들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하고 있다. 홍천군청 김예원 수의사는 “소는 모자 간 애착관계가 남다르다”며 “과거 브루셀라에 걸린 어미소를 살처분했을 때도 새끼소가 쓰러진 어미소 주변을 떠나지 않고 울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연말 부모님이 경기도 파주의 농장에서 한우를 사육하고 있는 유동일 씨는 "저희 부모님은 지난 13년간 한우를 키우셨지만 방역담당자들이 찾아왔고, 소리도 쳐보고, 눈물로도 호소했지만 되돌릴 길은 없었다"고 밝혀 국민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유 씨는 "담당공무원도 눈물로 얼룩진 부모님의 얼굴 앞에 무릎 꿇고 협조를 부탁했고 아버지는 소에게 마지막으로 고급 사료를 먹인 뒤 안락사 작업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유 씨는 이어 "큰 소는 2분 만에, 암소는 1분, 그리고 사흘 전에 태어난 송아지 마저..."라고 탄식한 뒤 여자 방역 담당자마저도 "자신이 직업을 잘못 선택한 것 같다"며 마지막 주사를 놓고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고 눈물의 일지를 썼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