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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야 야곡夜哭
실핏줄 오른 만삭의 달, 달빛이 홍해 같은 하혈이다.
반달보다도 홀쭉해진 삭에서 삐져나와 농홍한 양수 범벅 될 적
부친의 모양으로 모친의 피부 가졌다.
창백한 달을 보면 쏟게 만든 피 생각나 눈시울 붉어진다.
앳된 홍조도, 발간 화장기도,
나 없을 때 언제 그리도 고우셨나
달이 잃어버린 꽃잎이 유난히도 청초하게 휘날리는 성야다.
2. 허전한 흔적
배꼽 빠지라 웃어도 빠질 리 없는 숙명일진저
난 자의 배꼽은 모태의 끈 잘라 낸 고독한 낙인이다.
기능이 죽은 경흔莖痕이면서 복막이 얇아 급소고, 풍사에 취약해 몸의 애물단지다.
태어나면서 쓸모없어진 부위다. 다만, 생물학적 어머니가 있었으리란 때 묵은 증거다.
때만 낄 그 조그맣게 파인 데 맞는 게 세상에 없어 사뭇 허전하다.
3. 약육강식
인자가 전생의 업보인 탯줄 타고 와 뼈 내장을 밀어내고
열 달이나 무전취식했으면서 슬슬 세상 밖 나가련 차에도
무슨 원수였길래 그다지 산통 끼치곤 환생의 밑거름 삼은 걸까
무슨 원수였길래 피붙이로 만난 설욕전은,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불계승이다.
뭘 해도 자식보다 덜 먹고 덜 자는 부모를 적자생존에서 이긴 것이나 같다.
전생에 잡아먹혔었나 보다. 힘껏 달음박질하다가 잡아먹혔는지,
발길질해대며 배 속에 있다가, 이번엔 잡아먹을 차례인가 보다.
감사히, 맛있게, 안 남기고 잘 먹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