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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수연이야?
게시물ID : drama_3269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딱인거죠!
추천 : 14
조회수 : 1277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5/12/13 13:3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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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2015년 서울, 어느 마트
덕선은 찬거리를 사기 위해 마트를 찾았다.
하루 종일 소파에 누워있기만 하던 남편을 데리고 나왔으니 오늘은 넉넉히 사도 짐을 들어줄 짐꾼이 있어 기분이 좋다.

"저녁에 뭐 먹고싶은거 있어?" 

카트를 천천히 밀며 이것저것 구경하며 따라오던 남편은 "있다 해도 잘 해줄 자신 있냐?" 하며 밉살스럽게 말을 던진다.

"대충 찌개나 끓이고 장모님이 보내주신 반찬이랑 먹어. 구태여 힘들게 요리를 할 필요 있나..."

그러면서 동태를 집어들더니 "동태찌개 먹고싶다."
하며 혼잣말을 뱉는다.
덕선은 손에 잡힌 동태를 뺏어서 다른 것과 비교를 해보더니 다른 손으로 동태를 바꿔서 카트에 담는다.

"뭐가 다르긴 한거야? 이게 더 괜찮아?" 

 남편은 의심 가득한 목소리로 덕선이 카트에 넣은 동태를 살핀다.

"그럼. 나 꽁으로 집안일 한 거 아니거든. 동태정도야 딱 보면 압니다."

덕선은 자신감있게 말 하지만 사실 쥐뿔도 아는게 없다.
시덥잖은 농담을 주고 받으며 무, 양파, 미나리 등 이것저것 카트에 골라 담는데 갑자기 카트의 속도가 확 줄어든다.
카트를 밀고 있는 남편이 뒤쳐지자 덕선이 슬쩍 뒤를 돌아본다.
남편은 소주 한 병을 손에 쥐곤 슬쩍 카트에 내려놓다가 덕선과 눈이 딱 마주쳤다.
덕선은 술만 보면 지나치는 법이 없는 남편이 밉지만서도 안 들키려고 조심하던 모습이 귀엽게만 보인다.
덕선이 성큼성큼 다가가자 남편은 금새 카트에서 꺼내 원래 자리로 돌려 놓고는 "어후, 이젠 초록색 병만 봐도 막 깨뜨리고싶어." 하며 도리질을 친다.

"그러셔? 그럼 동태찌개만 해서 밥 먹어도 되겠네?"

덕선이 슬쩍 떠보자 남편은 "동태찌갠데... 밥만..."하며 말 끝을 흐린다.

"한 병만 사세요."

덕선이 허락하자 남편은 금새 다시 카트에 소주 한 병을 담는다.
그 때 앳된 소녀가 뛰어오다 덕선과 부딪힌다.
넘어진 소녀를 남편이 일으킨다.

"괜찮니? 다치진 않았고?" 

덕선이 허리를 숙여 아이에게 말을 걸자 아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덕선은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부모님은 어디계셔?" 하고 물음과 동시에 시원과 윤제가 뛰어온다.

"윤수연! 마트에서 뛰지 말라캤지!"

시원이 소리치지만 수연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윤제에게 안긴다.

"니 닮아가 소리질러봤자 아무 소용 없다."
 
윤제는 시원을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며 수연의 흐트러진 옷을 정리한다 
 
"죄송합니다. 아직 애가 어려서..."

윤제는 수연을 안아들고 덕선과 남편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한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애가 그럴수도 있죠."

덕선과 남편은 손사래를 치며 괜찮다고 한다.
덕선이 윤제 품에 안긴 수연이에게 "이름이 수연이야? 아줌마랑 똑같네?" 하고 말하자 수연이 빙긋 웃는다.
윤제와 시원이 고개를 다시 숙이고 가는 와중에도 수연은 덕선을 향해 손을 흔든다.

"니 이름이 무슨 수연이야. 덕선이지. 너 일년 내내 수연이라 불렀는데도 대학 못갔잖아."

남편이 덕선을 바라보며 웃는다.
덕선은 남편을 따라 웃다가 소주를 다시 냉장고에 넣고는 카트를 밀고 먼저 가버린다. 
 
출처 우뇌 좌뇌가 합쳐져 압도적인 잉여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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