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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원춘 사건 이전에 내가쓴 소설 "대화" 1편
게시물ID : panic_3270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꿈벌
추천 : 10
조회수 : 206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2/07/06 13:53:22
대화

겨우 하루일과를 마치고 집에 도착했다.

현관문을 없는 힘을 끌어내어 열고 신발을 벗고 뱀이 허물을 벗듯 옷을 벗기 시작했다.

“여~ 왔냐?”

나를 반겨주는 목소리.. 하지만 나는 그 목소리에 대답할 기운도 없었다.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뭐야.. 재미없게, 대꾸도 하기 싫다 이거냐? 이거 참나” 

“무슨 말이 듣고싶은건데?”

“나 같은 벌레 하고는 말도하기 싫다 이거야?”

“누가 너보고 벌레라고 했냐? 그냥 내가 좀 피곤하니까 건들지 말아줘”



내가 사는 자취방을 나오면 작은 골목이 있고 골목길 끝에서 좌회전을 하면 돼지 막창집과 

삼겹살집이 문을 지키듯 골목 입구를 양쪽에서 지키고 있다. 그 입구를 지나 다시 우회전..

그럼 00대학교 정문이 나오는데, 특이한 것이 그 대학교 정문의 길이 비정상적인 5거리라는

것이다. 횡단보도도 제멋대로 신호등도 제멋대로.. 

나에게는 이제 익숙해 질대로 익숙해졌지만 처음 이곳을 지나는 사람이라면 당황스러울 것이다. 


그 5거리를 지나 대학교 옆에 으레 있는 번화가로 들어간다.

번화가라고 해봤자 별거 없다. 술집과 편의점, 분식집, 식당, 다시 골목으로 이어지는 모텔들 까지..

내가 일하는 곳은 이 번화가의 한 고기집이다. 

주로 갈매기살을 파는데 1인분보다는 한접시분량으로 많이 판다. 

프랜차이즈처럼 퍼지기 시작해서 이곳까지 오게 되었는데, 이곳도 처음엔 프랜차이즈 식당이

었다가 주인이 노하우를 얻었는지 메뉴는 같은데 개인식당이 되어 버렸다.



내가 하는 일은 주로 숯을 넣거나, 빼고, 불판을 갈아주고 주방에서 불판을 닦는다. 

“박군 어서와. 자 오늘도 힘내서 일해보자구!”

으.. 듣기 싫은 저 소리. 사장은 광대뼈가 도드라진 그 음흉한 웃음을 짓는다.

나는 억지웃음인 것을 애써 감추며 고개를 끄덕이고 주방으로 들어간다. 그리곤 고무장갑을

끼고 불판을 닦기 시작한다.

손님이 들어온다. 한 테이블, 두테이블, 세테이블... 점점 들어오다 어느 정도 포화상태가 되면

일정정도 수준을 유지한다. 그러다 다시 손님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생각한다. 사람들은 저 핏빛 고기를 도대체 무슨맛으로 먹을까?

동물애호가? 채식주의자? 그런 개념이 아니다. 그냥 단순하고 순수한 호기심. 

단백질과 지방이 연소하면서 나는 그 특유의 고소함이라고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렇게 또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면 어김없이 나를 맞아주는 게 있다.

“여~ 오늘도 수고했어”

“휴.. 그래 내가 너 아니면 누구와 대화를 하며 살겠니..”

이거 참.. 내가 생각해도 우습다. 인간인 내가 겨우 대화를 나누는게 바퀴벌레라니..

나는 바퀴벌레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집이 더러워서 인가? 

나 혼자 생각하고 말하는 독백이 아니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을 뿐이지 이 바퀴

벌레와 나는 대화를 하고, 또 곧잘 둘이 잘 통한다.

“사람들은 왜 핏빛고기를 먹을까?”

“왜? 그게 궁금하나? 크크”

그렇게 바퀴가 웃으니 마치 우리가게 사장을 보는거 같았다.

“순수한 지적 호기심이라 해두지..”

“넌 살육을 해서 그 고기를 취하는 게 사람만 있다고 생각하는거야? 이런 참. 
지적 호기심수준이 낮구만..”


그렇다. 인간처럼 다른 동물을 죽여서 그 고기를 취하는 것은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육식동물은 종족보존을 위해 또는 단순히 생계를 위해 자신의 종족보다 약한 다른

동물을 살육하고 그 고기를 취한다. 다만 독특하게 인간은 그 종류를 가리지 않으며, 조리까

지 해서 먹는다는 것이다.

“너도 먹어봤냐? 왜 그 조그만 개미도 다른 벌레가 죽으면 열심히 개미집으로 옮겨가잖아. 

그걸 자신들이 먹는지 여왕개미가 먹는지 아님 그냥 보관만 하는지는 모르지만 말이야. 

너도 먹어봤어?”

“너 지금 나 무시 하냐? 내가 이래봬도 너보다 더 오래 산몸이야.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산전수전 다 겪은 몸이라 이거지. 물론 나도 고기 먹어봤어.. 

최근에는 먹어본지 오래됐지만 말이야. 그 피맛을 잊을 수가 없지.. 크..”



그 대화 이후부터 나는 가게를 마친 후 남은 고기를 몰래 빼와서 집에서 먹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불에 익혀먹었고, 물에 양념을 씻어 수육처럼 삶아 먹어보기도 했다. 

물론 옆에 바퀴도 함께 먹었음은 물론이다. 

그러기를 수일째.. 고기에 질린나는 생으로 한번 먹어보았다.

“역시 고기는 생식이지.. 비릿한 피맛.. 내가 이래서 널 좋아한다니까”

바퀴는 여전히 옆에서 입맛을 다시며 먹고 있었다. 

나는 다음날 배탈이나 가게도 못나가고 병원신세를 져야 했지만. 확실히 생으로 먹는 

고기는 맛이 있었다.

그 이후에는 일하면서 버는 돈 전부를 쇠고기 육회를 사는데 써 버렸다. 

그나마 가장 안심하고 먹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나의 수입은 한계가 있었고. 

그 한계는 체감할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다시 가게에서 갈매기살을 몰래 빼와서 집에서 먹어 봤지만 나의 입맛은 길들여 져버렸고, 

바퀴도 불평했다.

마치 담배의 금단현상과 같았다. 처음에는 식은땀이 나며 불안했고, 곧 손이 떨렸으며 그리곤

오한이 온 것처럼 이를 딱딱 부딪쳤다. 무슨 일을 하던 집중이 되지 않았고, 오직 먹는 생각

뿐이었다. 
“너는 나보다 오래 살았다며.. 이것을 어떻게 참았지?”

나는 바퀴에게 물어보았다.

“어째서 내가 참았다고 생각하는 거지?” 바퀴는 태연히 대답했다.

“어째서.. 라니? 너는 내가 질문을 할 때 까지만 해도 최근에 먹어본지 오래됐다고 했잖아.”

나는 의아한 듯이 다시 되물었다.

“너와 나의 생각하는 기준시점이 다른가보네.. 너 옆집에 혼자사는 할머니 알지?”

“할머니 라니?.. 할머니???? 그 할머니가 죽기라도 했다는거야? 그게 아니고서야 니가 산사람

을 어떻게 먹어?”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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