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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후기입니다.
게시물ID : baby_327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갈바마리
추천 : 23
조회수 : 2076회
댓글수 : 61개
등록시간 : 2014/08/31 08: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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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중인 문재인 의원이 한겨레 파파이스 팀 인터뷰에서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제 아들의 생명을 구해준 의사, 간호사 선생님들과 적절한 수술을 할 수 있게 해준 의료서비스에 감사합니다. 보험사에 제출할 서류를 떼어보니 총 수술관련 비용이 2000만원이 약간 안되더군요. 하지만 저희가 납부한 비용은 1/3~1/4정도 였습니다. 나머지는 의료보험에서 지출되었죠.
몇 십년 전이었으면 태아시기에 병을 진단하지도, 태어나서도 병명을 모른 채 방치되어 안좋은 일이 생겼을 겁니다. 적절한 시기에 태어나 준 우리 아들에게도 감사합니다.

아래 글은 제 와이프가 카카오스토리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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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의 병명은 팔로사징(TOF).
선천성 복합 심장기형이다. 
완전교정술을 실시해서 팔로사징에 대한 교정은 끝이 났지만.. 팔로사징 아이들은 판막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수호도 판막에 문제가 있는 케이스라 언젠가 판막 수술을 또 하게 될지 모르지만.. 이번처럼 잘견뎌 낼꺼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수술로 언제 문제가 생길지 몰라 늘 마음 졸이면 지내는 일은 사라졌다.(팔로사징은 수술하지 않으면 1세 전에 25%, 3세 전에 50%, 7세 전에 70%가 사망하는 무서운 병이란다)
나의 간단한 수술후기가 다른 심장병을 가진 엄마들에게 힘이 되기를 바라며 몇 자 적어본다. 

지난 12일간의 일들을 떠올려보니 마음이 또다시 심란하다.
몇 달을 기다린 수술이건만 수술이 다가올수록 조금 더 키워서 할껄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수술 전날 의사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마음은 불안해졌다. 지금까지 잘될꺼라는 생각만으로 지냈는데.. 각종 합병증과 안좋은 이야기들만 해주시니.. 집도하시는 분은 30초 뵈었는데 사망률만 이야기하고 가셨다.
하지만 마지막에 의사선생님 아이도 심장에 구멍이 있다며 나에게 원인은 모르는 병이니 자책하지말라고 하셨다. 그 말에 지금까지 내가 지고 있던 짐이 얼마나 덜어지는지.. 또 고마웠던지..
그러나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수호를 보는게 마지막이 될까봐.. 미안한 마음에..
더 많이 안아주고 더 많이 놀아주었다. 
금식이 힘들텐데 수호는 좋은 컨디션으로 수술날 아침을 맞았다. 옆 침대에 계시던 분이 오늘 수술이라고 5살 밖에 안된 당신의 아이를 조용히 시키고 우리에게 모든 걸 맞추어 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수호를 안고 수술실에 들어가는데 정말 눈물이 한없이 흘렀다. 수술실에 들어가 10분 정도 안아재우고 마취하는 것을 보고 나왔다.
수술시간은 예상했던 5시간보다 빠른 3시간 반만에 끝이 났다. 심실의 구멍은 초음파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큰 12mm 였단다. 수술이 잘 되었다는 의사선생님 말씀에 정말 펑펑 울었다. 지금까지 참았던 모든 눈물을 다 쏟은 것 같다. 
잠시 후 만난 우리 수호의 모습은 고통스러웠다. 몸에 여러 개의 관을 꽂고 십여개의 약을 투여 받으며 자고 있는 모습..
또 눈물이 났다. 의사선생님은 아들은 잘하고 있는데 보호자가 그러면 안된다며 좋은 기운만 주고 가라고 하셨다. 
수술의 힘은 놀라웠다. 늘 핏기없고 창백하던 수호 얼굴에 붉은 기가 돌고 처음으로 수호의 붉은 입술을 보았다. 손도 흰 색이 아니라 붉은 색이 돌고, 숨 쉬는 것도 한결 수월해지고 호흡수도 거의 반으로 줄었다.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틀을 중환자실에서 보내는데 수호는 젖병을 거부해서 쫄쫄 굶었다. 덕분에 나는 면회시간 외에도 수유를 하며 수호 얼굴을 한번 더 볼 수 있었다.
일반실로 올라와서는 진통제를 끊어 끙끙 앓는데.. 정말 대신 아파주고 싶었다.
수호는 놀라운 속도로 회복했다. 
일반실에 올라온지 3일되는 날부터는 힘들어하는 기색도 적어졌고 웃기 시작했다.
얼마나 감사하던지..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웃음이었다.
수술 일주일째..
목에 꽂혀있던 정맥 수액관, 2개의 흉관, 심장에 연결된 선을 모두 뺐다. 수호를 안아주기 훨씬 수월해졌다. 그래도 모니터를 위해 4개의 선을 달고 있었지만..
내일 퇴원해도 된다고 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찍은 엑스레이 사진에서 기흉이 갑자기 생겼단다. 산소치료를 하루했더니 다행히 많이 호전되어 하루만에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갑자기 발진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다음날은 온 몸으로 퍼졌다. 다리에는 피하출혈도 동반한채..
피부과에서 수술로 인한 혈관성 염증이라며 약을 처방해주었다. 다행히 약이 잘 들어 다음날 거짓말처럼 가라 앉았다. 
좀 더 지켜보자 하셔서 하루를 병원에서 더 보냈다. 링거도 빼고 모니터링을 위한 선만 꽂은채 오래간만에 여유로운 하루를 보내고..
병원에 온지 12일 만에 퇴원했다.
집에 와서는 집이 낯선지.. 두리번 거리고 보채더니.. 하루만에 적응해서 잘 먹고 잘 자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앞으로 가슴뼈가 붙을 2개월간 주의해야 하지만..
지금까지 잘해왔듯이 수호도 잘 하리라 믿는다.
장한 우리 아들.. 정말 고마워~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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