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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과 물로만 버티는 하루하루.."우리 딸 위해 아빠가 꼭 밝혀줄게"
게시물ID : sewol_3271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유체이탈가카
추천 : 17
조회수 : 541회
댓글수 : 19개
등록시간 : 2014/07/18 20:56:12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40718194007940&RIGHT_REPLY=R7

[한겨레]르포/ 세월호 단식가족들과 하룻밤


"우리는 특혜 달라는게 아니다…


원하는건 그저 진상규명"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이 세월호 특별법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며 지난 14일부터 국회에서 노숙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여야의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취재해 온 이유주현 기자가 농성중인 가족들과 하룻밤을 함께 지냈다. 편집자 주

18일 새벽빛에 분홍색으로 물든 번개가 번쩍였다. 곁에서 곤히 잠든 지성이 엄마(52)의 뺨엔 모기 물린 자국들이 선명했다. 4·16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안산 단원고 학부모 10명이 국회 본관 앞에서 노숙 단식 농성을 시작한 지 5일째. 아침 6시가 조금 넘자 지성이 엄마(안명미)가 눈을 떴다. "몸이 약한 남편 대신 (내가) 단식하기로 했다"는 지성이 엄마 얼굴이 더 수척해졌다.

그래도 전날, 지성이 엄마는 국회에 온 아들·딸을 보면서 웃었다. 검푸른 진도 바다에서 보름만에 돌아온 지성이는 다섯 남매 중 넷째였다. 세월호가 침몰하기 전 지성이네는 동네에서 가장 시끄러운 집이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들은 노래를 부르며 복도 계단을 쿵쾅쿵쾅 올라왔고, 골목에서 배드민턴을 칠 때면 웃음 소리가 집안까지 들렸다. "그렇게 조용히 하라고 해도 말을 안 듣더니 이젠 저절로 조용해졌다"고 지성이 엄마는 말했다.

이날 아이들은 국회 잔디밭에 노란색 종이배로 지성이의 이름을 만들었다. '지성공주♡' 지성이 엄마는 탄식했다. "이런 일로 국회에 올 줄은 생각도 못했었는데…. 막상 와보니 국회가 별 것도 아니구만. 그런데 왜 정치인들은 이렇게 기고만장한 건가, 우리처럼 그저 죽은 애들 위해 순수한 마음으로 나온 사람들을 어떻게 이렇게 대하나"

모기들이 달려든다
요란한 천둥과 번개도
가끔씩 욱하고 올라오는 화도…
소금·물·효소로 버티는 단식
의사당의 거대한 처마가 비바람 막아주는게 그나마 다행
"아이들이 의사상자 지정돼
돈 받고 현충원 안장하는 걸
바라지 않는다
마지막까지 서로 챙겨주던
아이들의 거룩한 죽음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길 바라는 것"


가뜩이나 심경 복잡한 터에 풍악이…

지난 17일 여야의 세월호특별법 태스크포스(TF) 소속 의원들은 끝내 협상테이블을 박차고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 앞에서 "16일에 세월호 특별법을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했던 여당은 특별법 안에 수사권·기소권을 포함시키자는 유족들의 의견을 받지 않았다. 가뜩이나 심경이 복잡한 터에 이날 오후 국회 잔디밭에서 열린 제헌절 기념 행사에서 판소리에 풍악이 울려 가족들이 항의하기도 했다. 가족들은 이날 저녁 열린 가족 총회에서 "단식이라는 극한 방법까지 썼는데 왜 이렇게 밖에 안되냐"며 절망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주민 변호사는 "여권은 시간을 끌면서 유가족을 고립시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아무리 화나는 일이 있더라도…"

소금과 물, 효소만으로 버티는 단식농성단의 건강을 살피기 위해 늦은 밤 의료진이 찾아왔다. 허리가 아픈 미지 아빠(유해종·54)의 등에 부황을 뜨고 침을 놓던 한의사 최호성씨에게 소영이 아빠(우종희·50)가 "아프게 장침 좀 놓아주라"며 농담을 던졌다. 고등학생들처럼 허물없는 이들을 보고 최씨가 "언제부터 알던 사이냐"고 물었다. "세월호 사건 때문에 한식구처럼 됐다"고 하자, 최씨는 미지 아빠의 허리를 주무르면서 "따로 있으면 홧병이 깊어진다. 같은 목표를 갖고 함께 싸우는 것이 트라우마 치료"라고 말했다.

시위를 하러 온 가족들은 이부자리를 깔아놓고도 쉽게 잠들지 못했다. 밤늦게까지 이곳저곳에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2학년2반 학부모 대표인 서우 아빠(조혁문·43)는 같은 반 유정이 아빠(오동렬·43)와 마주앉아 담배 연기를 섞고 있었다. 유정이 아빠는 "이상하게도 딸이 수학여행을 가기 싫어했다. 3학년 되면 공부해야 하니 재밌게 놀다 오라고, 가방도 새로 사줬다. 그런데 그게 노잣돈이 돼버렸다"며 울먹였다. 서우 아빠는 가끔씩 욱하고 올라오는 화를 다스리기 힘들다고 했다. 그는 "안산합동분향소에 가서 딸의 사진을 볼 때마다 '서우야, 아무리 화가 나는 일이 있더라도 현명하게 행동할게'라고 다짐한다"고 했다.

한숨이 밤공기에 흩어질 때, 반달은 구름 속으로 숨었다. 물기묻은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밤이 깊어 지성이 엄마 곁에 침낭을 펴고 누웠다. 달려드는 모기를 손으로 내치다 잠이 들었다. 요란한 번개와 천둥에 잠시 깼다가 빗소리를 들으며 뒤척였다. 다행히도 국회의사당의 거대한 콘크리트 처마는 찬 바닥에 누운 우리들을 비바람으로부터 지켜줬다.

농성장에서 만난 가족들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저 진상규명일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세월호 가족대책위 유경근 대변인은 "지난 15일 국회 상임위에서 단원고 3학년생에 대해 특례입학을 가능케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시기상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진상규명이 먼저이지, 특혜를 달라고 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네가 왜 죽었는지를 아빠가 밝혀주겠다"

야당이 만든 특별법안에 단원고 학생을 의사상자로 지정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그는 "우리는 아이들이 의사상자로 지정돼 돈 많이 받고 현충원에 안장하는 걸 바라지 않는다. 마지막 순간까지 서로를 챙겨주고 선생님을 걱정하고 기도를 하던 아이들의 거룩한 죽음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기를 바라고, 그걸 기억하고 싶은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유정이 아빠도 "괜한 오해를 사고 싶지않다. 나는 매일 유정이한테 '네가 왜 죽었는지를 아빠가 밝혀주겠다'고 말한다"고 했다. 서우 아빠는 기자에게 "진상과 진실이 뭐가 다르다고 생각하냐"고 물었다. "진상은 규명하는 것이고 진실은 행동하는 것"이라고 답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메모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18일 세월호 특별법안을 놓고 새누리당을 향해 국민공개 대토론회를 제안했다. 19일 오후 4시엔 서울광장에서 4·16특별법 제정 촉구 범국민대회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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