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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다시보는 김C의 무한도전 가요제
게시물ID : muhan_3272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라이포겐
추천 : 18
조회수 : 1752회
댓글수 : 48개
등록시간 : 2014/08/09 04:22:47
요즘 김C 때문에 논란이죠, 저는 요새 여러 이야기들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각난 게 있는데요, 바로 무한도전 가요제입니다.
 
여기서 누군가는 “또 뭐 하나 걸리니까 모두 까기 위해 줄줄이 엮어대기 시작하는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한 가지 분명한 건 지금 드는 생각이 예전 무한도전 가요제를 봤을 때부터 가진 의문에 관한 것이라는 겁니다.
 
저는 당시에 김C의 음악이, 특히 가사가 어떨지 많이 궁금했었는데요, 그 이유는 김C가 다른 참가자들과는 다르게,
 
파트너와의 창작적인 교류 없이 작업을 진행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본인이 직접 말했듯 독단적이었는데요,
 
특히 결과물에서도 그 과정이 잘 반영된 GD&형돈 팀과는 많이 달랐죠. 저는 당시에 이런 김C의 태도 자체가 조금 의아했었습니다.
 
김C를 포함해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탑을 달리고 있는 아티스트들이었는데. ‘굳이 이런 기회에 독단적인 창작 작업을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었죠. 흥행성이 보장된 의외의 파트너와 새로운 작업을 해볼 수 있다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매력인데,
 
그걸 포기하고 언제든지 본인이 단독으로 발표할 수 있는 '순도 100% 김C표' 음악을 선보인 것이죠.
 
게다가 이 경우엔 작품이 좋지 않을 경우 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본인이 전부 떠안아야 하는데도 말이죠.
 
정준하가 목소리를 함께 더하기는 했지만 거기에서도 정준하의 색깔은 빼길 원했죠,
 
정준하의 특징을 최대한 살려 작업한 예전의 스윗소로우의 음악과 역시 많이 비교되는데요,
 
결국 무한도전 프로젝트로서의 의미는 크게 없었습니다. 오히려 이런 본인의 음악에 방해되지 않고
 
자신의 의도대로 잘 따라와 줄 사람으로 정준하를 택한 것으로 보였죠.
 
그렇기 때문에 저는 김C의 음악이 무척 궁금했습니다. 음악도 음악이지만 확실한 메시지가 있을 거라 예상했고 그게 무엇일지 많이 궁금했죠.
 
가요제 전 주까지 보면서 저는 아마도 김C가 굉장히 심오한 메시지를 담은 음악과 무대를 준비 중이고,
 
이것이 굉장히 대중적이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이것을 선보일 기회로 굉장히 대중적인 무한도전 가요제를 택한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이렇게까지 준비한 것은 김씨의 인생에서 굉장히 중요한 주제일 테고 그렇기 때문에 그게 무엇인지 많이 궁금했던 거죠.
 
그런데 막상 그 결과물을 들어보고 저는 조금 의아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예상대로 굉장히 철학적이고 심오한 주제를 담은 가사였는데
 
그 메시지가 너무 부정적인 것이었습니다. ‘사라질 것들엔 미련을 갖지 말자’ 회의적으로 담을 수 있는 가사이긴 하지만 이게 그렇게까지 절실하게
 
김C가 대중에게 전하고 싶던 메시지였다라고 생각하니 조금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한번 조금 더 긍정적으로 해석해보자 하니
 
또 너무 단편적인 넋두리에 불과한 가사처럼 느껴졌죠. 아무리 생각해도 김C 입장에서 ‘무한도전 가요제에서 꼭 이 노래를 하고 싶다.’라고
 
생각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음악이었습니다. 그리고 본방으로 들으면서부터 계속 거슬렸던 가사가 있었습니다.
 
‘어떻게 될지는 이미 정해져 있는 거고 우린 모를뿐야’ 영화나 소설에서도 흔히 다뤄지곤 하는 운명론에 관한 해석인데요.
 
지금까지 제가 접한 모든 예술분야(일부종교와 연관된 예술 제외)에서 이런 결론을 내는 것은 본 적이 없습니다.
 
이런 주제를 다룬 작품들에선 대부분 인간의(생명의) 순수한 의지에 의해 미래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그렇지 않더라도 적어도 반대의 결론을 내지는 않았죠. 여러 철학과 종교에도 결국엔 운명을 극복할 수 있는 해석이 있어왔고,
 
실제로 양자물리학이 세상에 알려졌을 때 철학과 미학에서도 이를 반겼죠.
 
여전히 많은 해석이 존재하는 주제이지만 적어도 ‘어떻게 될지는 이미 정해져 있는 거고 우린 모를뿐야’라는 가사는
 
굉장히 미학적이지 않으며 과감한 가사입니다. 저는 예를 들어 마치 ‘사랑 따윈 필요 없고 돈이 최고야’라는 가사를 듣는 것처럼 불편했습니다.
 
이런 감상을 통해서 제가 당시 예상해봤던 부분이 있습니다. 대학에서부터 창작관련 전공을 공부하면서 배우고 체득한 게 있는데요.
 
창작자가 심오한 주제에 관해서 너무 구체적이거나 확고한 결론을 이야기로 풀어낼 때에는 대부분 그 이유가 개인사 때문이라는 겁니다.
 
개인적인 경험과 가치관을 너무 크게 대입하고 있거나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분명하게 있기 때문에,
 
문제제기만 하는 게 적당한 주제에서 구체적인 결론까지 도달해버리게 되고, 따라서 다른 사람의 공감을 얻는데 실패하게 되는 것이죠.
 
저는 아마도 이 노래가 김C가 구체적인 누군가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대로 담은 것이라고 예상 했었죠.
 
그러고 나니 녹을 할 당시에 정준하에게 멋 부리지 말고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듯이 담담하게 부르라고 주문했던 게 생각나더군요.
 
그래서 저는 ‘내 생각이 맞다면 누구와 무슨 사연이 있기에 사라질 것들에 미련을 갖지 말고 모든 것은 정해져 있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라며 궁금해했죠. 그런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야기를 접하면서 무한도전 가요제의 시점을 맞춰보니 ‘아마도 이게 아닐까?’ 하는
 
예상 답안이 생기더군요. ‘사라질것들’의 가사는 김C가 전 부인을 떠나려는 상황에서
 
전 부인과 내연녀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생각대로 하나 하나 대입해보니 정말 소름끼치고 잔인한 가사이더군요.
 
전 부인에겐 미련 갖지 말고 받아들여달라 하고, 내연녀에겐 모든게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죄책감을 덜어주려고 하는 것 같네요. 
 
물론 제 생각이 억측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작품의 해석은 감상하는 사람 나름의 몫이죠.
 
여러분의 감상은 어떻습니까?
 
사라질 것들엔 미련을 갖지 말자
꽃이 그렇듯 시간이라는 것도 그러하겠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라고
어떻게 될지는 이미 정해져 있는 거고 우린 모를뿐야

우리들 사이엔 끝이라는 게 있지
상황이란 것 시간이라는 것도 그러하겠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라고
어떻게 될지는 이미 정해져 있는 거고 우린 모를뿐야

오늘밤 그 길을 확인하러 가고 싶은 건데
오늘밤 그 길을 함께 걸어가고 싶은 사람

Rap)
어찌됐건 살아지고, 또 결국엔 다 사라져
우린 누군갈 만나기도 하지만, 또 누군가와는 갈라져
my friend, don't be afraid, 우린 서툴고 또 미흡해
오늘 밤 막잔을 비울 때쯤엔 자책은 제발 하지 말아줘
누가 알아? 우리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아무도! man...
인생이란 건 창 밖의 날씨 같지, 난 누워서 그저 바라볼래
thunder or rain, or sunrise or wind
오늘밤 그 길을 나와 함께 가볼래?

오늘밤 그 길을 확인하러 가고 싶은 건데 (사라질 것들엔 미련을 갖지 말자)
오늘밤 그 길을 함께 걸어가고 싶은 사람 (꽃이 그렇듯 시간이라는 것도 그러하겠지)

오늘밤 그 길을 확인하러 가고 싶은 건데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라고)
오늘밤 그 길을 함께 걸어가고 싶은 사람 (어떻게 될지는 이미 정해져 있는 거고 우린 모를뿐야)

오늘밤 유난히 빛나고 있는 저 빛을 따라
오늘밤 그 길을 함께 걸어가고 싶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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