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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나 달인지 알 수 없는 테에서 검은색 광선이 감돈다. 새의 날개가 한쪽뿐이다.
안 움직일 때만 움직이는 다른 몸 같은 그림자가 흰색이다. 물을 바라보는 뒷모습이 물에 비친다.
어디에서 어디로 왔는지 고개를 돌려봐도 오른쪽을 의식하려 하면
의식이 처리되는 속도보다 빨리 그 오른쪽이 다시 오른쪽이 아니게 되는 좌표로 주위가 재설정 된다.
방향을 알리란 불가능한 헤맴의 연속, 숨 쉴 때조차 날숨과 들숨을 구별 못 하게 설계된 무엇도 짝이 없는 세계,
이름으로 부르면 존재가 엷어진다. 감정을 느끼면 이유가 기억나질 않는다. 슬퍼도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
스펙트럼 반사하지 않는 투명한 피를 흘렸다. 모서리 없는 네모가 굴러가지 않는다.
신의 유언이 돼버린 허공을 떠도는 발신자 죽은 메아리가 모든 걸 회색으로 물들인다.
그것이 나란 풍경이었다. 이런 세계의 반을 줄 수 없어 양심껏 사랑도 못 믿기로 하였으나
은하수가 돌연 폭격처럼 변하는 거대한 힘이 이 세계를 날려버렸으면 좋겠다고 방심한 그 날 밤,
단지 네 미소를 본 것이다.
시공간이 고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