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유격복귀행군간의 잊을수 없는 그것
게시물ID : military_32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이건내꺼야
추천 : 15
조회수 : 218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2/07/30 07:04:27

여친이 음스므로 음슴체일병때였음


4박 5일간 훈훈한 유격훈련을 마치고 저녁 여섯시에 야간 복귀행군을 출발함.


당연히 몸상태는 홍천강 언저리에서 신령님이 허허 이리와서 영원히 쉬게 하는 수준이었음.


그래도 복귀하니 좋고나 하는 생각에 군장 들쳐메고 걸었음.


근데 이짓도 몸이 ㅎㄷㄷ한 상태에서 하는거라 두어시간 지나고나니 암말없이 땅바닥만 보고 걷기 시작함.



중대원들도 처음엔 농담따먹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행군간에 군가도 부르면서 가다가 다들 침묵의 행군을 하기 시작함.


맨 앞의 소대장이 들고있는 96k에서 중대 10분간 휴식 이 무전만 기다리며 걷고있었음.


중간중간 논바닥 무당개구리의 소음에 가까운 울음소리를 들으며 아 시발 빨랑 복귀하고싶다 생각뿐이었음.


어케어케 흘러흘러 열시가 됨.


 네시간을 내리 걷는데다가 날이 어두워져서 선두중대가 길을 잘못들어 몇백미터를 다시 빽해야되는 지쟈스 치즈크러스트한 상황이 나옴.


절반은 피곤 절반은 짜증에 굳게 닫혀있던 선임들의 입에서 선두중대 첨병 부모님이 견종임을 궁금해하는 동시에 각종 연장을 이용한 인체해부를 해보고싶다와 비슷한 험한 소리가 나오기 시작함.



이런 연유로 다시 빽해서 뚝방길을 한치 앞도 안보이는 어둠속에서 고개 푹 숙이고 총에 팔 걸치고 콧김만 풍풍거리며 걷는데







"조금만 더 힘내세요~"


라는 고운 목소리와 함께



내 눈앞에 무언가를 쥔 고운 손 하나가 불쑥 나타남








손은 여자손인데? 우리중대에 여군간부가 있던가?




쥐고있는건









쭈쭈바.




아이스크림 쭈쭈바.




그것도 가느다란 설탕물 나부랭이가 아닌 슈퍼에서 파는 통통한 폴라포맛 쭈쭈바. 하나에 천원하는 그 쭈쭈바.



순간 내가 너무 힘들어서 헛것을 보나 했음.



얼결에 아이스크림 받아들고 옆을 보니 






정말 고오오오오오운 처자 한분과 여단 군종장교님이 행군하는 우리대대를 위해 아이스크림을 박스채로 사와서 병사들에게 나눠주고 있었음.





오오




아멘






중대 여기저기서 쭈쭈바에서 예수의 얼굴을 봤다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함.



행군간에 개종을 고려하는 놈들도 있었음.




나도 그랬음.




1소대 포반장은 걸걸한 목소리로 "와 내 아이스크림 받꼬 아멘 외챠뿔기는 츰이네~"라며 쭈쭈바를 맛있게 쭉쭉 빨아먹으며 걸어감.



그렇게 힘들던 행군길에서 받았던 쭈쭈바의 시원한 감촉과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음.






1줄 요약: 행군간에 아이스크림 먹으면 짱맛있다.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