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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아센 - 4
게시물ID : lovestory_327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검은날개
추천 : 0
조회수 : 57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01/11 14:18:53
서울에 와서 식당에서 일을 한지도 벌써 반년이나 지나 어느 덧 추운 겨울이 되고 강원도 산간지방에는 첫 눈이 내렸다는 뉴스가 TV를 통해 전해지고 있었다. 
가끔씩은 두고 온 아이들이 보고 싶었다. 
지금쯤 밥을 먹었을지, 얼마나 컸을지 혼자 생각하고 있지만 지금 나는 그것을 걱정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하루 빨리 돈을 더 모아 고향 베트남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뉴스를 통해 남편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다음 뉴스입니다. 집을 나간 아내를 찾고 있다며 바이크를 타고 다니며 전국을 돌아다니는 남자가 있어 화제입니다. 보도에 방종현 기자입니다.”
“경기도 분당 서현역 앞. 며칠 전부터 분당 일대에는 한 여인의 사진이 붙은 피켓을 목에 걸고 분당 전역을 돌아다니는 남자가 출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김씨는 6개월 전에 집을 나간 부인을 찾아 경상도에서 이곳 분당까지 바이크를 타며 전국을 돌았다고 합니다.

  [아내가 집을 왜 나갔나요?]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나 보니 항상 옆에 있던 부인이 사라졌더라고요. 그 때 생각이 난 것이 ‘부인을 찾아야한다.’라는 마음뿐이었어요. 추수고 뭐고 앞뒤 보지도 않고 무작정 집에 있던 오토바이를 끌고 나오게 되었습니다.]
  [어디 어디를 거쳐 여기까지 오게 되셨나요?]
  [이제 서울, 일산, 인천, 강원도만 찾아보면 됩니다. 제가 구석구석 전부를 찾아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웬만한 곳은 전부 다녀봤거든요.]
  [만일 남아있는 지역들 속에서 찾지 못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요?]
  [그렇게 되면 이번에는 위에서 아래로 다시 내려가면서 찾아볼 생각입니다.]
  [계속해서 부인을 찾으러 다니면 농사일은 어떻게 되셨나요?]
  [일단은 형님과 아버님이 도맡아 하고 계시고 동네에 사는 홍이댁에 많이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합니다.]
  [그럼 잠은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눕는 곳이 집이죠. 지금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잖아요.]

  김씨의 이 같은 안타까운 사연은 ‘그녀를 찾아주세요’라는 글을 김씨가 한 포털사이트에 올리면서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글은 일주일 만에 조회수 2만건을 돌파하면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각종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는 김씨의 노력이 한줌의 재가 되지 않길 바란다는 응원의 메시지가 쇄도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녀를 봤다는 인터넷 제보까지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김씨가 과연 부인을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한동안 이 이야기는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입니다. MBS 뉴스 방종현입니다.”

뉴스가 끝나고도 한동안 TV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던 내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방금 뉴스에 나온 여자 아니야?”

라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태연한 척 일을 하며 손님들에게 

“저랑 똑같이 생겼죠?” 

라며 너스레를 떨기까지 했다. 
하지만 마음까지 진정 시킬 수는 없었다.



보도가 있고 며칠 뒤 출근을 하기 위해 식당 근처에 다다랐을 때 식당 안에 앉아 있는 남편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너무도 놀라 고개를 돌리고 온 길을 다시 걷기 시작했다.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식당 근처를 빠져나가려는 순간 “호아센”이라 소리치는 남편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사람들이 많은 시장으로 몸을 숨겼다. 
그리고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졌을 것이라 판단이 섰을 때 무작정 집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가 나를 다시는 찾지 못하게 해야 한다. 빨리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헤매고 다녔다. 
한참을 뛰어 집에 다다르자 기침이 나기 시작했다. 
손으로 입을 막고 두세 번 기침을 하다 보니 또다시 피를 토해내 버렸다. 


산후조리를 할 때였다. 
남편과 집안 식구들이 모두 일을 하러 나갔을 때 집안 청소를 한 적이 있는데, 한동안 청소를 하지 않아서 그런지 집안은 매우 더러웠고 빗자루로 방을 깨끗이 쓸고 걸레를 빨아 집안 구석구석을 닦기 시작했다. 
먼지를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지 계속해서 기침이 나기 시작하더니 결국 증세가 심해져 가슴에 통증까지 오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 뒤로 며칠 동안이나 기침이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남편과 함께 읍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았다. 
심한 감기 증상으로 폐도 많이 손상이 되고 목도 많이 헐었다는 소견이었다. 
또 임산부이기 때문에 약을 먹지 못하니 항상 자기 관리를 잘하고 휴식을 취해야지 만일 기침이 심해지면 폐렴으로 증상이 악화될 수도 조심해야 한다며 의사는 당부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증상은 서서히 완화되어 갔었고 서울에 상경해서는 완치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언제부턴가 기침을 하는 횟수가 갑자기 늘어나기 시작했고 가슴에 통증은 이전보다 더 심해졌다. 
그러다가 기침을 하면서 피를 토해내기까지 했고 그 후로 증상은 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증세는 계속해서 악화되기만 했다.

피를 토하는 기침을 하며 겨우 집안으로 들오자 피로가 물밀 듯이 밀려들어왔다. 
나는 장롱에서 겨우 베개만을 꺼냈다. 
그리고 쓰러지듯 방바닥에 누웠다. 
오랜만에 땀을 빼고 나니 몸이 나른해지고 서서히 긴장도 풀리게 되자 곧 잠이 쏟아졌다. 
나는 졸음을 참지 못하고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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