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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리뷰] 가족의 테마로 풀어본 '해무 vs 남극일기'
게시물ID : movie_327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마약밀매상
추천 : 3
조회수 : 76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8/26 17:03:15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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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의 탄생

 

해무와 남극일기는 공통점이 많습니다. 혈연으로 이어져 있지 않은 가족적 공동체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극한의 자연환경과 탐욕 때문에 광기에 사로잡혀가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비극을 그리고 있다는 점 또한 비슷합니다.

 

해무에서 선장(김윤석)은 배의 운명을 쥐고 있는 가장인 아버지, 기관장(문성근)은 어머니, 창욱(이희준)등은 형제, 동식(박유천)은 막내의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남극일기에서는 탐험대장(송강호)은 아버지, 부대장(박희순)은 어머니, 윤제문 등 대원들은 형제, 유지태는 막내를 대변하는 캐릭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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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탄생을 의미하는 생일케익 입니다. 텐트(전진호)는 이들의 가정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죠. 직접 탐험대장 송강호가 탐험대 단체사진을 보며 가족사진이라고 말하고 대원들은 가족이라고 반복적으로 언급합니다. 해무에서도 마찬가지로 '우리는 한 배를 탄 사이' 라는 대사로 가족 처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거듭 강조합니다.

 

 

# 가족간 갈등의 구조

 

해무에서 전진호라는 가족적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실제의 가족관계에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선장 철주는 아내와의 부부생활이 파탄에 이르렀고 경구와 창욱은 결혼도 하지 못하고 여자를 성욕해소의 도구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기관장 완호는 현실세계에는 이미 존재하지 않은 인간입니다. 

 

남극일기에서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탐험대장 도형은 어린 아들을 외면하고 탐험에 열중하다가 아들이 아파트에서 추락사 합니다. 재경은 두 딸과 아내를 팽개치고 탐험을 따라 나섰으며 근찬은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를 내버려두고 탐험에 참가합니다.

 

그러나 막내 캐릭터들은 구성원들과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전진호의 막내인 동식은 할머니와의 따듯한 가족애를 간직하고 있으며 탐험대의 막내 민재도 대원들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순수한 캐릭터입니다.

 

즉, 갈등의 구조는 세속적 욕망에 물들어 인간성을 상실해 가는 기성세대 vs 아직 순수함과 인간애를 간직하고 있는 어린세대의 대결구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기성세대와 어린세대의 목표

 

해무에서 기성세대의 욕망은 돈 입니다. 그들은 IMF라는 경제적 재난 앞에 어쩔 수 없이 인간이기를 포기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어린세대를 대표하는 동식은 그런 극한의 상황에서도 홍매와의 사랑을 통해 인간애와 인간에 대한 신뢰를 지켜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남극일기에서 기성세대의 욕망은 명성(남극점 도달)입니다. 가족들을 팽개치고 남극의 출발선에 선 그들에게 다른사람은 결코 가본적 없는 도달불능점을 정복하는 것이 삶의 목표입니다. 탐험 중간에 대원 재경이 조난당하자 재경을 버리고 도달불능점을 가야한다는 의견과 재경을 구조하고 탐험을 포기해야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합니다. 막내 민재는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갈팡질팡 하지만 가족을 버리고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인간의 도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죠. 결국 바이러스조차 살 수 없는 새하얀 순수함의 상징인 남극은 변질되어버린 그들을 받아들이는 것을 거부하게 됩니다.

 

 

 

# 해무 vs 남극의 추위

 

라면과 일기장은 상대방에 대한 호의와 신뢰를 상징하면서 동시에 공동체 내에서 갈등을 키우는 불씨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해무에서 동식이 홍매에게 끓여주는 해물라면은 홍매에 대한 사랑과 전폭적 신뢰를 의미합니다. 선원들이 밀입국자들에게 주는 컵라면 또한 호의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러나 밀입국자들은 선원들의 호의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며 선원들을 비난합니다. 그렇게 갈등이 증폭됩니다.

 

남극일기에서도 영국 탐험대가 남긴 일기장을 대장이 민재에게 줍니다. 막내에 대한 배려인거죠. 그러나 성훈(윤제문)은 불만을 가지게 되며 결국 욕심을 참지 못하고 민재의 일기장을 훔쳐서 갈등의 골이 깊어집니다. 

 

이렇게 증폭된 갈등에 휘발유를 끼얹는 것은 결국 해무와 남극의 추위 입니다. 해무는 두꺼운 안개로 인간의 인간에 대한 사랑과 신뢰를 가려버리고 남극의 추위는 냉철한 이성과 가족애를 얼어붙게 만들어 버립니다. 

 

 

 

# 깨진 나침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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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해무의 흐릿함과 남극의 추위는 공동체가 지향해야할 방향성을 상실하게 합니다. 두 영화 모두 나침반이 고장나는 장면으로 방향성의 상실과 혼란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해무에서 궁극적 지향점은 돈을 많이 벌어 가족의 공간인 전진호를 수리해 폐선으로 부터 지키는 것입니다. 그러나 가족을 지키려고 더러운 돈이라도 벌기 위해 밀항일을 시작했는데 돈을 벌려고 하다보니 가족 마저도 죽여야 하는 아이러니에 빠져버리게 됩니다. 돈이라는 수단과 가족의 행복이라는 목적이 완전히 전도되어 가야할 방향을 상실한거죠.

 

남극일기에서도 "집에 트로피(명성)만 가득하면 뭐하냐? 사람이 없는데..." 라는 대사로 가족을 위해 명성을 추구하기 시작했는데 결국 가족마저 희생시켜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꼬집습니다.

 

방향성을 상실한 공동체가 맹목적으로 목표를 추구하기 시작했을때는 정말 무서운 존재가 되어버린다는 것을 두 영화는 잘 보여줍니다. 특히 강한 능력과 불굴의 의지를 가진 경우에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전진호와 탐험대라는 가족적 공동체는 그 의미를 확장해보면 국가와 국민으로 치환 해볼 수 있습니다. 나침반을 잃고 갈팡질팡하는 정부, 변질되어버린 지도자, 그들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국민.​ 해무와 남극일기는 개인의 가족관계의 갈등 --> 사회적 공동체의 갈등  --> 국가적 수준의 갈등 이라는 갈등이 증폭되는 방향성이 꽤나 명확하게 제시되고 있습니다.

 

 

 

# 맺음말 - 그러나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

 

두 영화 모두 해무와 남극 때문에 변질되어버린 인간성, 추악한 욕심 때문에 벌어진 비극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해석해 보면 해무가 인간의 좋은 모습을 가려버리기 전에, 남극의 추위가 가족애를 얼려버리기 전에... 인간은 원래 선한 존재였다는거죠. 극한의 자연적, 인간적 환경 때문에 선한 본성이 변질된 것일 뿐 인간 그 자체는 선한 품성을 간직하고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순수함을 잃지 않은 전진호의 막내 동식이 자신과 홍매 사이에서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2세의 모습을 바라보는 엔딩... 그리고 탐험대의 막내 민재가 구조요청을 성공하는 엔딩에서 어린세대들이 인생의 방향성을 잃지 않고 가족에 대한 사랑과 신뢰를 간직했으면 하는 감독의 바람과 순수함은 죽지 않고 구조되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아서 묵직한 여운이 남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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