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14,692,625표. 역대 대선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고 당선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득표수보다도 260만 표나 더 많은 표를 얻고도 졌습니다. 답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멍청한 사람이 많나 탄식도 했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이제 정치에 관심을 끊으시겠답니다.
밤에도 늦게까지 잠 못 이루고 허탈함에 멍 때렸습니다. 2009년 5월 이후로 이렇게 허탈감을 느껴보기는 처음입니다. 창문을 열고 닥치는 대로 쓸고 닦았습니다. 기계적으로 화장실 거울을 닦는 손등에 아직 투표도장이 남아있습니다.
저의 20대는 이명박 대통령으로 시작해서 박근혜 대통령으로 끝나게 됩니다. 지난 5년간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앞으로의 5년도 사실 걱정이 많이 앞섭니다. 그러나 저에겐 이번 5년이 지나도 선거권이 없는 어린 동생이 있습니다. 5년 후에 저는 아직 30대일 것이며, 결혼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자식들이 생길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지켜보려고 합니다.
당선자께서 토론에서 하신 말씀 똑똑히 기억하고 있고 공약도 이해하고 있습니다. 적대감을 가지고 무조건 반대할 생각도 없습니다. 옳은 건 찬성하고 그른 건 반대할겁니다. 어제 YTN에서 그러더군요. 미국에서도 공화당 민주당 선거전까지는 죽일 듯이 싸우다가 선거후에는 서로 화합하고 지낸다고. 우리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헛웃음이 나왔지만 정말 그러네요. 국민은 분열해선 안 됩니다. 이미 그놈의 이념 때문에 나라가 두 동강 나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 상황을 비열하게 이용하는 사람들이 넘쳐나지 않습니까. 마침 대통합을 주장하셨습니다. 그 대통합에는 지지한 51% 뿐 아니라 의견이 다른 48%, 그리고 더 다른 나머지를 아우르는 대통합일 거라고 믿겠습니다. 진심으로 존경받는 대통령이 되시길 기대하겠습니다.
이건 중립도 아니고 점잖고 고상한척 하려는 선비질도 아닙니다.
국민의 손으로 심판하지 못한 20세기의 신화가 21세기에 새로운 신화를 만들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 신화가 공고히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려 갈지, 마지막 신화가 되어 무너질지는 지켜보면 됩니다.
혹시 두려우신가요? 저도 두렵습니다. 이 두려움이 진짜 저들이 조롱하는 것처럼 기우였으면 좋겠습니다. 어린놈이 치기에 어려서 헛된 망상이나 하는 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를 비롯한 14,692,625명의 여러분, 우리는 진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대표를 당선시키지 못했을 뿐입니다. 2등을 했습니다. 다양한 생각을 가진 대한민국에서 생각이 같은 사람들 중에 두 번째로 많은 이들입니다. 저는 1470만이라는 숫자가 절대 작은 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민주주의에서 권력은 국민에게 나온다는 것도 믿습니다. 민주주의에서 국민의 대표는 국민이 직접 뽑는다는 당연한 상식은 불과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상식이 아니었습니다. 그러한 상식을 위해 노력하신 분들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