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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속편하고 맛있게 끓이기..
게시물ID : humorbest_328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흐흠
추천 : 51
조회수 : 3254회
댓글수 : 7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4/03/22 18:39:25
원본글 작성시간 : 2004/03/22 15:02:01
 뭐... 아는 분들은 다 아시겠고 라면 오래 끓여먹으신 분이라면 도사가 되어있을수도
 있지만 저는 항상 라면을 끓일때 작은 스트레스에 시달렸습니다. 
 가장 저를 괴롭혔던건 물의 양이었죠. 혼자 라면을 끓여먹은지 거의 20년이 다되어
 가는데도 아직도 라면을 끓이려 할 때 냄비에 물을 받으면서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아 이정도면 되던가? 아니 좀 많을지도 조금 따라내고.. 헉 또 너무 적어보여..
 
 저는 일단 싱거운 라면이 가장 싫다고 할 정도로 싱거운건 질색이라...

 특히 라면 갯수가 불어나면 더 그렇습니다. 여럿이서 라면을 먹을때는 한개 끓일때
 도 저러는데 몇개어치의 물을 담을땐 더 그렇죠. 물의 양 차이가 라면 1개분 이상으로
 들쑥날쑥 해질 수 있으니..

 보험드는 셈치고 물을 좀 많다 싶게 끓인 뒤 끓은 물을 잔뜩 떠놓고 라면을 끓이다가
 너무 짜면 그 물을 붓는 식으로 하지만 그렇게 되면 끓던게 순간 삭 사그라들어서
 라면 질감도 그다지...

 눈대중으로 처억 기막히게 맞추시는 라면 도사들이 많겠지만 저는 무슨치라고 해야하나?
 어쨌든 끓여도 끓여도 물대중을 못맞추고.. 특히 남비모양도 자주 바뀌니까 더 그렇겠죠. 

 얼마전 TV를 보는데 어떤 라면 맛있게 끓인다는 아저씨가 비법을 알려주더군요.
 
 '라면은 500ml 정도의 물이 라면1개 분량으로 딱 맞다.'
 
 이 말을 듣고 정말 기쁘더군요. 거기서 말하는 500ml은 800원짜리 칠성사이다 
 pet병 등의 용량과 정확히 일치하는것... (코카콜라 등은 X. 이건 용량이 더 크죠)
 당장 다음에 라면 끓일때 칠성사이다 빈병에 물을 담아 끓여 보았고 정말 딱
 맞더군요. 십년 넘게 저를 작게나마 그러나 끊임없이 괴롭히던 고민이 해결되니 그렇
 게 시원할수가 없었습니다. ^^ 라면 여러개 끓일때도 척척 그것으로 라면 수대로
 채워넣고 끓이니 딱 맞고..

 여러분도 혹시 저처럼 라면 물 못맞추어서 고민하시는 분이 있으면 라면용 800원짜리
 500ml 빈 음료 pet병을 하나 준비해 두세요. 

 그리고 역시 혹시 모르는 분들이 있을까 라면 맛있게 끓이는법 몇가지 더...

 1. 노란 양은냄비의 라면이 제일이다 하는데 정말 맞는것 같습니다. 불의 열기가
    직접 전해져서인지는 몰라도 라면의 질감도 훨씬 나아지고 맛있죠. 게다가
    물 끓어오르는 시간도 훨씬 짧아져서 라면 끓이기 시작할때 가장 지루한 시간인
    물 끓이는 시간이 짧아서 좋습니다. ^^ 乃 게다가 그 노르스름함이 라면과 잘
    어울리는것 같아서 눈으로 보는 식감도 더 맛있어 보이구요.

 2. 라면 넣고 건드리지 마세요. 저도 예전 라면 골고루 잘익게 하려고 좀 끓으면
    젓가락으로 이리저리 후벼서 면을 다 분리시켜놓고 펴주고 했는데 이건 진짜
    안좋은 짓 같음..; 젓가락으로 집어들었을때 꼬불꼬불 용수철처럼 탄력있는
    라면의 모양이 나오게 하려면 절대로 라면 흐뜨리는 일은 금물.
     그냥 끓는 물에 풍덩 담그고 익을때까지 가만~ 놔두세요. 
    혹시 어느부분은 익고 어느부분은 덜익고? 하는 괜한 노파심으로 고민했었지만
    사실 라면은 약간 하얗게 안익은 부분도 그 나름대로의 맛이.. ^^

 3. 국물 아까우니 밥말아먹어야 하는데.. 이때 밥은 찬밥에다가.. 지은지 오래되어
    누리끼리해진 묵은밥이 제일 좋더군요. 이상하게 지은지 얼마 안된 깨끗한
     새밥은 찬밥이라도 묵은밥만큼의 맛이 안납니다. 그 묵은밥의 뭔가 퀘퀘한
    구린내(?) 같은게 라면국물과 정말 잘 어울리는것 같습니다. ^^

 4. 계란 넣을거면 이것도 퐁 담그고 그냥 가만 놔두세요. 약간 라면 퍼뜨린다고
    살짝 후벼주면 라면 지저분해지고.. 계란 비린내도 많이 나고...
    '계란 뭉쳐있는거 아냐?' 라고 괜한 노파심 가질 필요 없고 그냥 뭉쳐서 익으면
    뭉쳐 익겠거니 하는게 좋죠. 라면에 사알짝 계란이 퍼져야 알맞지 그게 다 흩어지면.
    그리고 라면속에 덩어리로 익은 흰자나 노른자 덩어리 찾아 먹는것도 나름대로의
    즐거움이 아닐지요?

  뭐 아시는 분이 많을 내용이지만 저같이 오랫동안 라면치를 벗어나지 못했던 사람도
 있는 것으로 보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글을 올려 보았습니다. 라면도 사실 우리 생활
 에서 작은 행복을 주는 것 중 하나라는 생각도 들고..

 전 최근 있었던 일 중 가장 기뻤던 일 이라면 양은냄비를 샀을때와 라면 물 양 맞추는
 법을 알아냈을때 라고 이야기하죠. ^^ 
 '이번 라면은 맛있게 끓여질까?' 하는 오랜 고민을 해결한 날들이니 달리 생각해보면
 인생의 한 고민을 해결한 나름대로 의미있는 날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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